美정부, 저사양 AI칩도 중국수출금지…엔비디아 1분기만 7.8조 손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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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정부,저사양AI칩도 중국수출금지…엔비디아 1분기만 7.8조 손실

트럼프 행정부가 엔비디아의 중국 전용 저사양 인공지능(AI)칩인 H20 칩의 중국 판매도 금지시켰다. 트럼프를 달래기 위해 젠슨 황이 미국내에 5,000억달러(712조원) 규모의 AI칩 인프라를 구축하겠다는 약속도 중국 수출 금지를 막지는 못했다. 이 조치로 엔비디아는 이번 분가에 약 55억달러(7조8,100억원)의 손실을 보게 됐다.

월가는 이 조치가 관세 발표와 달리 협상으로 바꿀 수 있는 것이 아니어서 영구화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엔비디아 주가는 16일(현지시간) 미국증시 개장전 거래에서 4.9% 하락했다. 엔비디아의 공급업체인 한국의 SK하이닉스와 대만의 TSMC 등 아시아 반도체 회사들도 이 날 주식 시장에서 동반 하락했다.

16일(현지시간) 미상무부는 엔비디아와 AMD에 중국용으로 개발한 저사양 AI칩의 수출에 ‘무기한 라이선스’가 필요하다고 발표했다. 엔비디아는 고사양 AI칩의 중국 수출이 금지됨에 따라 2023년 10월에 중국 전용 AI칩을 개발해 수출해왔다. AMD 역시 중국 전용 AI 칩으로 MI308을 중국에 수출중이다.

엔비디아는 재고 및 거래 약정 파기로 이번 분기에만 약 55억달러의 손실이 발생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더 강화된 대중 AI칩 수출 규제는 딥시크 쇼크로 미국 정부가 중국의 AI 야망 견제 전략을 더 강화할 것임을 시사한다. 올해 1월 중국의 AI스타트업 딥시크는 엔비디아의 중국용 H20을 이용해 오픈AI의 개발 비용 20분의 1 수준만 투입했다고 주장하며 챗GPT 성능에 버금가는 AI 모델을 선보였다.

미국 일각에서는 딥시크의 개발 비용에 의문을 표시했으나 트럼프 정부가 H20 수출도 규제하기로 함으로써 딥시크 주장의 신빙성이 높아졌다.

인베스코 자산운용의 글로벌 시장 전략가 토모 키노시타는 “AI칩 수출 규제는 미중 무역전쟁의 일환이지만 중국의 AI 추격에 대한 우려로 영구적 정책으로 자리잡을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미국 정부는 2022년 10월, 엔비디아 등 AI 칩 제조업체들이 최첨단 모델을 중국에 판매하는 것을 처음 금지했다. 해당 기술이 중국에 군사적 우위를 제공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었다. 이후 대중 수출 규제 범위를 확대해 반도체 제조 장비와 AI 애플리케이션에 필수적인 여러 프로세서 및 고대역폭 메모리(HBM) 칩을 추가했다.

엔비디아는 중국 시장 공략을 위해 H100보다 성능을 낮춰 개발한 H800 수출도 2023년초에 제한되면서 H20 칩을 설계했다. H20은 모델 학습 측면에서 엔비디아의 최고 사양 칩보다 성능이 떨어지지만, 여전히 AI 소프트웨어 및 서비스를 개발하고 실행하는 데 사용될 수 있다. 특히 AI 모델이 패턴을 인식하고 결론을 도출하는 단계인 추론 단계에 적합하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바이든 집권시기에도 엔비디아의 H20과 B20 칩 대중 수출 제한이 추진됐다. 바이든 행정부 고위 관계자는 이 방안이 지나 러몬도 상무장관에게 제출됐다고 밝혔다. 이 방안이 채택될 경우, 중국내 AI모델 개발 비용은 약 3~6% 증가하고 엔비디아는 약 120억달러(17조원)의 손실을 볼 것으로 예상됐다.

그러나 바이든 대통령 임기 마지막 주에 이른바 AI확산규칙이 발표되면서 해당 조치는 추진하지 않기로 결정됐다. 미국의 20개 동맹국을 제외한 전세계 대다수 국가의 컴퓨팅 파워를 제한하는 것을 골자로 한 ‘AI 확산 규칙’은 5월 15일 발효를 목표로 하고 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현재 워싱턴에서 격렬한 로비의 대상이 되고 있다.

엔비디아는 ‘AI확산규칙’은 중국이 미국 기술로부터 독립하려는 의지를 강화시키고 미국 기업을 약화시킬 것이라며 강력히 반대해왔다. 블룸버그는 트럼프 정부가 이 조치를 간소화할 의사를 밝혔지만 구체적 내용은 아직 불분명하다고 지적했다.

블룸버그 인텔리전스의 분석가들은 H20 수출 중단으로 엔비디아는 올해 140억 달러에서 180억 달러의 매출 손실을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분석가들은 “규제가 지속될 경우, 엔비디아의 중국 데이터센터 노출 비중은 H20 생산량이 증가하기전인 2024년 초 수준과 비슷한 한 자릿수 초반에서 중반 수준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앞서 미국 매체 NPR은 트럼프 대통령이 엔비디아의 데이터센터 투자 조건으로 H20 대중수출 규제 추진을 철회할 것이라고 보도했었으나 결국 철회되지 않았다. 엔비디아가 향후 4년간 미국에 최대 5천억 달러규모의 AI인프라를 구축하겠다는 발표에는 이미 진행중이던 계획들도 포함됐다.

美정부,저사양AI칩도 중국수출금지…엔비디아 1분기만 7.8조 손실

김정아 객원기자 kj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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