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아이 영어교육 받고 보험금 챙겼다…도 넘은 '의료 쇼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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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손 비급여로 '영어교육'까지…도 넘은 '의료쇼핑' 경악

지난해 실손의료보험에서 보험금을 한 푼도 받지 않은 가입자가 전체의 절반을 훌쩍 넘은 것으로 나타났다. ‘과잉 의료’의 주범으로 지목받는 비급여 항목은 보험금 수령액 상위 5% 가입자가 받은 보험금이 전체의 80%를 넘어설 정도로 쏠림 현상이 심한 것으로 파악됐다.

일부 의사와 소비자의 과잉 의료 행위는 국민건강보험 재정을 갉아먹고 실손보험료를 높여 선량한 가입자의 부담을 키운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정권 교체 여부와 상관없이 실손보험·비급여 개혁에 고삐를 늦춰선 안 된다고 조언한다.

◇10대 비급여 정밀 분석

13일 한국경제신문이 삼성화재 DB손해보험 현대해상 KB손해보험 메리츠화재 등 5대 손해보험사의 실손보험 청구 현황을 입수해 분석한 결과 이들 회사의 전체 보험 가입자(약 2195만 명)의 73.3%(1609만 명)는 지난해 10대 비급여 관련 보험금을 한 푼도 받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보험금을 연간 50만원 이하로 받은 가입자가 전체의 94.9%(2085만 명)에 달했다.

10대 비급여는 도수치료, 비급여 주사제, 백내장 치료, 발달 지연, 비밸브재건술 등 국민건강보험에서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는 진료 가운데 실손보험금 지급이 많은 항목이다. 암, 심장질환 같은 중증질환이 아니라 경증일 때 이용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치료가 필요한 수준이 아닌데도 실손보험을 이용해 도수치료나 비타민 주사, 언어치료 등을 받는 사례가 많다.

작년에 10대 비급여 관련 실손보험금을 50만원 넘게 받은 가입자는 전체의 5.1%(112만 명)였다. 이들이 받은 보험금은 2조6126억원으로 전체의 83.4%에 달했다. 보험금을 1000만원 넘게 받은 가입자는 3만258명으로 0.14%에 불과하지만 이들이 받은 보험금 비중은 전체의 14.9%에 달했다.

10대 비급여 관련 실손보험금 구간별 지급 현황이 공개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그동안 정부와 보험업계에서 ‘소수의 실손보험 가입자가 보험금 대부분을 받아간다’는 지적이 많았지만 이에 대해 의료계에선 “질병에 걸린 소수에게 보험금이 집중되는 건 당연하다”고 반박해 왔다. 하지만 비중증 진료가 대부분인 10대 비급여 항목에서 쏠림 현상이 나타난 건 그만큼 불필요한 ‘의료 쇼핑’이 횡행하고 있다는 것으로 분석된다. 10대 비급여 항목의 무사고 비중(73.3%)은 전체 실손보험 무사고 비중(51.4%)보다 20%포인트 넘게 높았다.

◇영어교육이 치료로 둔갑

비급여 의료는 보건당국이 진료 대상, 진료량, 진료수가 등을 관리하는 급여 의료와 달리 별도 관리 체계가 없다. 최근에는 발달 지연 언어치료(비급여)를 명목으로 영어교육을 받는 사례까지 확인됐다. A손보사에 따르면 2012년생 A군은 ‘한국어 읽기 검사(KOLRA)’에서 평균 이상의 성적을 받았지만 2023년 12월부터 작년 12월까지 87회 언어치료를 하고 실손보험금 456만원을 수령했다. 치료일지에선 ‘영어 단어·문단 읽기’ 및 맞춤법 설명 등이 다수 확인됐다.

문제는 이 같은 소수 가입자의 도덕적 해이로 전체 실손보험의 손해율이 높아지고, 그 결과 모든 가입자의 보험료가 올라간다는 점이다. 실손보험 누적 적자에 따라 최근 5년간 보험료 상승률은 53.2%에 달한다. 실손보험이 필수의료 붕괴, 건보 재정 악화의 주범이 됐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다.

최근 정부가 비급여 및 실손보험 개혁 방안을 발표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일각에선 대통령 탄핵 등으로 의료개혁 추진 동력이 약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김도영 서강대 경제학과 교수는 “정권 교체 여부와 상관없이 실손보험과 비급여 개혁을 완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형교 기자 seogy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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