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에 무너지는 ‘경력 사다리’]
AI 확산에 IT업계 ‘20대 신입 증발’
11곳 신규 채용 2453명→1387명… 네이버-카카오도 젊은층 비중 낮아져
경력 못 쌓는 ‘네버 스킬링’ 세대 우려… “인턴십-산학협력 등 사회진출 도와야”
● AI 확산에 줄어든 20대 IT 청년
일례로 대표 통신기업인 SK텔레콤의 20대 신규 입사자는 218명에서 108명으로, LG유플러스는 280명에서 96명으로 절반 넘게 줄었다. 신세계아이앤씨는 2023년 20대 사원 65명을 채용했던 것이 지난해 18명 채용에 그치며 감소율이 72.3%에 달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부진이 이어진 게임업계는 20대 찾기가 더욱 힘들다. 권고사직과 분사를 거친 엔씨(NC)의 회사 내 20대 직원은 2년 만에 665명에서 254명으로 급감했다. 청년들이 선호하는 IT 일자리에서 ‘20대 기근’ 현상이 벌어진 셈이다.
IT 업계는 불황 속에 AI를 통한 업무 효율화가 확산되면서 신입 채용이 위축됐다고 설명한다. 국내 게임사에서 20년 넘게 일한 한 직원은 “과거에는 100명이 게임 하나를 만드는 데 3년이 걸렸지만, AI 전환으로 같은 인력을 3개 팀으로 나눠 게임 3개를 각각 1년 반 만에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과정에서 전체 업무 흐름을 파악하고 있는 숙련된 개발자는 살아남지만 기초 업무는 AI가 대체해 신입이나 저연차 인력에 대한 수요가 준다는 것이다.
5년째 게임사 개발직 취업을 준비하는 취업준비생 정모 씨(29)는 “신입 채용 공고가 갈수록 줄고 있다. 기다리던 회사가 채용에 나섰다는 소식에 반가웠다가 경력직만 뽑는다는 공고를 보고 한숨을 쉰 게 한두 번이 아니다”라며 “인디 게임 개발에 참여하면서 경력을 쌓고 있지만 언제까지 기다려야 할지 막막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김기승 부산대 경제학과 교수는 “불황과 AI 중심의 사업 재편이 겹치면 기업은 비숙련자를 새로 채용해 교육하기보다 AI에 투자하는 편이 더 효율적이라고 판단할 수 있다”고 말했다.● ‘네버 스킬링’ 세대 생길까 우려신입 채용 감소는 청년들에게 취업 기회뿐 아니라 일터에서 배우고 경력을 쌓을 기회마저 빼앗을 수 있다. 생애 동안 뚜렷한 기술 습득을 하지 못하는 네버 스킬링 세대가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다.
윤동열 건국대 경영학과 교수는 “기업이 신입을 뽑아 가르치기보다 AI 활용 능력을 갖춘 숙련자를 선호해 청년층이 더 큰 고용 충격을 받고 있다”며 “일회성 채용 장려금이나 단기 일자리 대신 기업 프로젝트와 현장형 인턴십, 산학협력 등을 늘려 청년들이 ‘첫 경력’을 쌓도록 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미국에서도 AI발 고용 충격이 20대 등 청년층에 집중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 상태다. 에릭 브리뇰프슨 스탠퍼드대 교수가 참여한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8월 AI 영향이 큰 직종에서 22∼25세 근로자 고용이 13% 줄었지만, 경력직 고용은 오히려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브리뇰프슨 교수는 최근 전 세계 석학 200여 명이 참여한 AI 위험성 경고 공동성명 ‘지금 행동해야 한다(We Must Act Now)’ 발표를 주도하기도 했다.
AI 도입이 빠른 미국에서는 AI 인사 평가를 둘러싼 소송까지 벌어지고 있다. 13일(현지 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메타의 전현직 직원 26명은 해고 중단과 인사 평가용 AI 알고리즘 감사를 요구하는 소송을 캘리포니아 연방법원에 냈다. 이들은 병가·출산휴가로 AI 사용량과 코드 작성량이 줄었다는 이유로 저성과자로 분류돼 불이익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메타는 5월 AI 인프라 투자 확대와 함께 8000명 감원 계획을 내놓은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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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형 기자 monam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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