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 추진한 ‘부담금 폐지’
대통령 파면으로 사실상 물건너가
전국 부과 대상 83개 단지 대혼란
기부과 ‘한남 파라곤’ 일부 조합원 체납
구청은 조합원 이전 주소지 파악도 못해
서초구는 정치 변동에 7개월째 미부과
윤석열 정부 핵심 부동산 정책인 ‘재건축 부담금 폐지’가 윤 대통령 파면 이후 정책 동력을 잃게 되면서 재건축 단지 주민들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윤 정부 당시 재건축 부담금을 완화하기 위한 법 개정이 한 차례 이뤄지며 대상 단지들에 대한 각 지자체의 부담금이 조만간 부과될 예정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부담금이 이미 부과된 단지들조차 납부를 거부하거나 소송전을 벌이는 양상이 벌어지며 향후 재건축 부담금과 관련한 잡음이 앞으로도 끊이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9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서울 용산구 한남파라곤(구 한남연립) 조합원 3명은 재건축 부담금 약 8666만원 상당을 체납 중이다. 구 한남연립이 재건축돼 2012년 준공된 한남파라곤은 재건축 부담금이 부과된 뒤 취소 소송을 벌였지만 법원이 조합 패소 판결을 내리며 2020년부터 징수 절차가 시작됐다. 용산구청은 조합원 총 31명에게 약 16억6000만원 상당의 부담금을 부과했다. 하지만 현재 조합원 3명이 약 8666만원의 부담금을 체납하고 있는 상태인 것으로 파악됐다.
이중 1명은 재산 조회가 돼 향후 압류 절차를 진행할 예정이다. 하지만 나머지 2명은 주소지 확인과 재산 조회가 되지 않아 구청이 징수에 애를 먹고 있다.
재건축초과이익환수에관한법률상 부담금 징수는 개발이익환수에관한 법률과 조세징수법 등을 준용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지방세 체납 경우와 마찬가지로 지자체는 체납 시 관련 기관을 통해 재산을 조회한 뒤 압류 조치를 취할 수 있다. 체납 기간에 따라 부담금은 가산된다.
다만 실질적인 재건축 부담금 부과 절차가 진행된 건 사실상 이번이 처음인 만큼 현장에서 다소 혼선이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세금 체납과 마찬가지로 재건축 부담금도 체납 시 압류 조치가 이뤄질 수 있다”며 “다만 제도 운영 초기인 만큼 체납 경우 등에 대한 대응 절차가 지자체별로 다소 미비할 수 있다”고 말했다.
재건축 부담금을 둘러싸고 각 조합들의 소송전도 예상된다. 일례로 강남구 청담e편한세상 3차(구 두산연립) 조합원들은 강남구를 상대로 부담금을 재산정해달라는 취지의 행정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조합은 재건축 사업 과정에서 인근에 도로를 새로 냈는데, 부담금 산정에서 이 개발비용을 구청이 공제하지 않았다는 이유다. 이 소송과 관련해 대법원은 지난해 조합 측 손의 주장이 타당하다고 보고 2심 판결에 대해 파기·환송했다. 강남구는 “대법원 판결 이후 관련 절차를 어떻게 진행할지 검토중”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윤석열 정부 들어 재건축초과이익환수에관한법률이 한 차례 개정된 뒤 지난해부터 부담금 부과가 본격적으로 이뤄질 예정이었지만 정치 불확실성이 높아지며 절차가 계속 미뤄지고 있다. 법률안에 따르면 개정 전 준공 인가된 재건축 사업은 시행일로부터 5개월 이내 부담금을 결정해 부과하도록 돼 있다. 서초구에서는 반포센트레빌 아스테리움(구 반포현대 재건축)이 지난 2021년 7월 준공돼 부과 대상이다. 예정대로면 작년 8월에 부과가 이뤄졌어야 한다. 하지만 서초구청은 여전히 “부과를 위한 절차를 진행 중”이라고 답했다. 앞서 윤석열 정부가 ‘재건축 부담금 폐지’를 공식화하며 정책 변동 가능성이 높아져 부과에 소극적이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서초구는 부담금 부과를 위한 자료 제출 요청을 여러 차례 진행 중이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재건축 부담금이 부과되는 단지는 전국 총 68개 단지에 달한다. 조합원 1인당 평균 약 1억원 가량 부과될 것으로 국토부는 예상했다. 재건축 부담금은 이명박 정부 마지막 해부터 박근혜 정부까지인 2012년~2017년 관리처분인가를 받은 단지는 특례 조치를 통해 면제됐다. 문재인 정부부터 관리처분인가를 받은 단지가 향후 준공됨에 따라 본격 부과되는 셈이다. 대표적으로 반포주공 1단지 3주구(래미안 트리니원)가 내년 준공되며 본격 부담금이 부과돼 향후 강남 재건축 부담금의 가늠자가 될 전망이다. 향후 대선 결과에 따라 재건축 부담금과 관련한 정책이 다시 변화할 수 있는 만큼 조합의 불안감은 커지고 있다.
이날 국회전자청원 홈페이지에 따르면 ‘재건축초과이익 환수제 폐지 요청에 관한 청원’에 3만명 이상이 동의했다. 안건이 30일 내 5만명 동의를 얻을 경우 국회 소관 상임위원회에 회부해 심의한다.
박합수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겸임교수는 “재건축 부담금은 조합 입장에서 사업의 큰 걸림돌”이라며 “공급 부족이 부동산 시장 중요 현안인 만큼 대선 후보들이 주택공급 활성화를 위해 규제 완화를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