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들은 부동산·가계대출에 쏠린 자금을 첨단 산업, 혁신 기업 등 실물 경제의 생산성을 높이는 분야로 유도하는 ‘생산적 금융’에 동참하겠다고 강조하지만 여전히 담보대출 중심의 영업 관행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3일 금융감독원 금융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20개 국내 은행(시중은행, 지방은행, 인터넷전문은행, 특수은행 등)의 지난해 말 원화대출금 잔액은 2479조7879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1%(96조5580억 원) 증가했다. 이 중 주담대 잔액이 771조9650억 원으로 31.1%를 차지해 가장 많았다. 이어 중소기업대출(26.6%), 개인사업자대출(18.5%), 대기업대출(12.7%), 신용대출(9.6%) 순으로 많았다.
국내 은행 대출 잔액 중 주담대 비중은 6년 만에 최대였다. 2019년 12월 말 31.4%로 역대 최대치를 찍은 뒤 2022년 12월 말 29.9%, 2023년 12월 말 29.8%로 줄었지만 2024년 12월 말 30.6%로 30%대를 웃돈 뒤 지난해 말 31.1%까지 올랐다.작년 주담대 43조 증가… 기업대출도 부동산 치중
말로만 “생산적 금융”
기업 대출에서 부동산이 차지하는 비중도 상당했다. 지난해 말 국내 은행의 신규 취급액을 포함한 전체 기업 대출 잔액(1431조3242억 원) 중 부동산 및 임대업은 309조8029억 원(21.6%)에 달했다. 제조업(469조4951억 원·32.8%) 다음으로 큰 비중이다.
은행들이 지난해 주담대에 집중한 이유로는 기준금리가 인하되고 집값이 상승하리라는 기대감이 높아 수요가 늘었기 때문이다. 그간 담보 대출이 은행의 핵심적인 수익원이었던 만큼 쉽게 줄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은행들은 생산적 금융 정책이 본격화한 올해부터 기업 대출 비중은 늘고, 주담대 비중은 감소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올해 은행권이 가계대출 증가율 목표를 1%로 낮추는 등 규제를 강화한 점도 주담대 상승세를 꺾을 것으로 보고 있다. 주담대 시장금리도 연 7%대로 치솟아 수요가 늘기도 어려운 환경이다. 은행 관계자는 “주요 시중은행은 생산적 금융을 강조하는 금융당국 눈치를 보며 기업 대출 실적을 늘려야 하니 가계대출이 대폭 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신진영 연세대 경영대 교수는 “중후장대 산업군이 성장할 때 은행은 설비투자 대출로 생산적 금융에 이바지할 수 있었지만, 지금 투자가 필요한 산업은 인공지능(AI) 연구개발 등 무형의 자산이어서 은행이 대출을 내주기 쉽지 않다”면서도 “정부가 국민성장펀드 출자 등을 지속해 은행들이 영업 관행을 개선하도록 독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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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무경 기자 ye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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