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람 청구 이틀 만에 전격 수용
오는 27~28일 서초 본사서 열람
삼성전자가 소액주주의 주주명부 열람·등사 청구를 받아들였다.
노사 성과급 합의에 반발한 소액주주들은 주주명부를 확보하는 대로 지분 결집에 나서 임시주주총회 소집 청구를 추진할 방침이다.
23일 소액주주 플랫폼 액트는 삼성전자에 제기한 주주명부 열람·등사 청구가 회사 측에 수용됐다고 밝혔다. 액트 측이 지난 20일 청구서를 보낸 지 이틀 만인 22일 삼성전자가 수용 회신을 보낸 것이다. 열람은 오는 27일 오후 또는 28일 서울 서초 삼성전자 본사에서 진행될 예정이다. 국내 시가총액 1위 기업이 상법상 보장된 주주권 행사를 단 이틀 만에 받아들인 것은 이례적으로 신속한 대응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이번 청구는 액트에 결집한 주주들의 요청에 따라 민경권 대한민국 주주운동본부 대표가 진행했다. 주주운동본부는 주주명부를 확보하는 즉시 공동행동에 들어갈 계획이다. 우선 삼성전자 주식 6735주 이상을 보유한 국내외 기관투자가와 개인주주에게 주주권 행사 동참을 요청하는 서한을 일제히 발송하기로 했다. 6735주는 삼성전자 발행주식 총수의 약 0.0001%에 해당하는 물량이다.
주주운동본부가 목표로 하는 결집 지분은 1.5%다. 현행 상법상 6개월 이상 주식을 보유한 주주는 발행주식 총수의 1.5% 이상을 모으면 임시주주총회 소집을 청구할 수 있다. 이와 별도로 위법행위 유지청구권은 0.025% 이상 지분만으로도 행사가 가능하다. 주주운동본부는 주주 결집 규모에 따라 임시주총 청구와 법적 대응을 단계적으로 병행한다는 방침이다.
분쟁의 불씨는 삼성전자 노사가 잠정 합의한 성과급 구조다. 삼성전자 노조는 영업이익의 일정 비율을 성과급 재원으로 배분하는 방식을 요구해왔다. 이를 둘러싼 논란은 인공지능(AI) 시대 반도체 초과이익을 임직원과 주주가 어떻게 나눌 것인지에 대한 쟁점으로 확산됐다. 액트 측은 이 같은 방식이 주주 몫을 침해할 소지가 있다고 보고 있다. 경영진이 일회성 성과급을 지급하는 것은 경영 판단의 영역일 수 있지만 영업이익의 특정 비율을 지속적으로 떼어내는 구조는 배당 재원에 영향을 미치는 자본 배분 문제라는 주장이다.
현금 대신 자사주로 성과급을 지급하는 방식도 논란의 대상이다. 액트 측은 자사주 지급이 경제적 효과 면에서는 현금 지급과 다르지 않으면서도 소각을 통해 주주가치를 높일 수 있는 주식을 시장에 다시 풀어 오버행 부담을 키울 수 있다고 지적했다. 주주환원 재원으로 활용될 수 있는 자사주가 성과급 재원으로 전용될 경우 기존 주주의 경제적 이익이 희석될 수 있다는 것이다.
액트가 내세우는 핵심 명분은 절차적 정당성이다. 노조가 합의안 비준을 위해 조합원 총투표를 거치는 것처럼 회사의 주인인 주주에게도 주주총회를 통해 의사를 물어야 한다는 논리다. 주주운동본부는 이미 이사회 결의 무효확인 가처분, 단체협약 효력정지, 위법 파업 손해배상 청구, 이사 대상 대표소송 등 네 갈래 법적 대응을 예고한 상태다.
관건은 흩어진 주주들이 실제로 얼마나 결집할 수 있느냐다. 삼성전자 개인주주는 500만명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임시주총 소집 청구 요건인 1.5% 지분을 모으려면 상당한 조직력이 필요하다. 주주명부 확보는 기관과 개인 대주주를 상대로 직접적인 주주권 행사 동참을 요청할 수 있는 출발점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이상목 액트 대표는 “이번 주주명부 열람은 흩어진 주주의 권리가 1.5% 결집이라는 실체로 모이는 출발점”이라며 “정당한 주주권이 적법한 절차에 따라 행사되도록 플랫폼으로서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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