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박순엽 기자] 우리 경제가 반도체 수출 호조와 내수 회복에 힘입어 올해 2.9% 성장할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다만 이란 전쟁 이후 유가 상승과 소비 증가가 맞물리면서 물가 압력이 커지고 있어 한국은행이 하반기 기준금리 인상으로 통화정책 기조를 전환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자본시장연구원 거시금융실은 지난 15일 발간한 ‘2026년 하반기 거시경제 전망 및 주요 이슈’ 보고서에서 올해 국내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2.9%로 전망했다. 연간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8%로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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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표=자본시장연구원) |
보고서는 우리나라가 올해 1분기 전분기 대비 1.8%의 높은 성장률을 기록했다고 평가했다. 반도체 등 정보기술(IT) 제품 수출 증가가 성장세를 주도했고, 4~5월에도 수출은 월평균 868억달러를 기록하며 1분기 평균 735억달러를 웃돌았다. 내수 부문에서도 설비투자 증가율이 지난해 4분기 -1.6%에서 올해 1분기 6.6%로 크게 높아졌고, 민간소비도 같은 기간 0.4%에서 0.6%로 개선됐다.
연구원은 올해 국내 경제가 수출을 중심으로 성장세를 이어가는 가운데 설비투자와 민간소비 등 내수 증가세도 확대될 것으로 봤다. 수출은 반도체와 저장장치(SSD) 등 IT 품목을 중심으로 글로벌 수요 증가가 이어지며 호조를 보일 것으로 전망했다. 반도체 제조 장비 등 관련 투자도 동반되면서 설비투자는 연간 4.9%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민간소비도 경기와 주가 상승에 따른 소득 여건 및 소비심리 개선으로 장기 평균을 웃도는 2.5% 안팎의 증가율을 나타낼 것으로 전망했다. 건설투자의 경우 빠른 반등은 어렵지만 장기간 이어진 마이너스 성장에서 벗어나 일부 개선될 것으로 봤다.
다만 이란 전쟁의 부정적 영향은 국내 경제 이면에 남아 있다고 지적했다. 석유화학 산업은 수익성이 일부 개선됐지만 원료 확보 문제로 가동률 회복이 지연되고 있고, 건설업도 원자재 비용 상승과 자재 수급 우려가 이어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자동차 역시 현지 생산 증가와 부품 공급망 문제, 중동행 운송 차질에 따른 중고차 판매 급감 등이 수출 감소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물가 전망은 이전보다 높아졌다. 연구원은 올해 국내 소비자물가가 연간 2.8% 오를 것으로 전망했다. 경기 회복에 따른 소비 개선과 유가 충격이 물가 상방 압력으로 작용할 것이란 판단이다. 실제 국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올해 1~2월 2.0%로 안정세를 보였으나, 이란 전쟁 이후 석유류 가격과 항공료 등 서비스 요금이 오르면서 5월 3.1%까지 높아졌다.
다만 물가가 코로나19 사태 직후인 2022년과 같은 고인플레이션 국면으로 확산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봤다. 과거 유가 급등기엔 곡물과 기초금속 등 비에너지 원자재 가격 상승, 공급망 교란, 초완화적 통화정책이 동시에 작용하며 물가 상승이 광범위하게 확산됐다. 반면 최근엔 곡물 생산과 재고 여건이 비교적 양호하고, 공급망 교란도 팬데믹 직후보다 제한적인 데다 주요국 통화정책도 과거보다 긴축적이라는 설명이다.
문제는 수요 측 물가 압력이다. 연구원은 국내 경기가 예상보다 높은 성장세를 보이고 민간소비가 회복되면서 개인서비스를 중심으로 물가 상승 압력이 존재한다고 진단했다. 이에 따라 한국은행이 하반기 중 기준금리를 두 차례, 총 50bp 인상할 것으로 전망했다. 수요 압력에 의한 물가 상승은 통화정책 대응이 필요한 전형적인 상황이라는 판단이다.
글로벌 통화정책 환경도 바뀌고 있다. 보고서는 이란 전쟁 이후 주요국 통화정책이 기존의 금리 인하 기대 중심 국면에서 물가 불확실성과 인플레이션 재상승 위험을 우선 고려하는 국면으로 전환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미국의 경우 연초엔 올해 한 차례 금리 인하가 기본 시나리오로 여겨졌지만, 전쟁 이후 유가 상승과 공급망 불확실성으로 금리 인하 시점이 지연되고 있다.
연구원은 미국의 연내 기준금리 동결 가능성이 높아졌지만, 물가 상승세가 예상보다 길어질 경우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고 봤다. 최근엔 정책금리 자체보다 시장금리와 금융여건 변화가 실질적인 긴축 정도를 결정하는 주요 변수로 부상했다고도 평가했다.
보고서는 “향후 글로벌 통화정책의 방향은 인플레이션 경로와 기대인플레이션의 안정 여부에 좌우될 가능성이 높다”며 “글로벌 금융시장은 당초 예상보다 높은 금리 수준이 장기간 유지되는 ‘higher for longer’(고금리 장기화) 환경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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