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 국내서 발생한 사례
분실 96.3%…도난·강탈도
해외 도난은 프랑스서 최다
강탈 사건은 필리핀 22.8%
최근 10년간 우리 국민이 경험한 분실·도난·강탈 등 여권 관련 사건이 무려 100만건을 넘어서는 것으로 집계됐다. 한가위 연휴를 맞아 역대 최다 수준의 해외여행객이 공항에 몰릴 전망인 가운데 여권 분실과 도난 등에 대한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3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와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소속인 김상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울산 남구갑)이 외교부 자료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최근 10년(2016년~올해 9월 6일)간 발생한 우리 국민의 여권 관련 사건은 총 115만3940건에 달했다.
사건 유형별로는 분실이 111만1411건(96.3%)으로 절대다수를 차지했다. 이밖에 도난이 4만198건(3.5%), 강탈이 2331건(0.2%)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들 사건 중 대부분인 104만6422건(90.7%)이 국내에서 발생했고, 해외에서는 10만7518건(9.3%)이 발생했다.
연도별로는 2016~2019년 매해 약 12만~13만건이 발생하다가 코로나19 팬데믹으로 해외여행이 어려워진 2020~2021년에 2만건 안팎으로 급감했다. 이후 2022년 9만8240건을 기록한 뒤 2023년 20만3780건, 지난해 18만3590건, 또 올해 9월 6일까지 10만8590건이 발생했다.
국내 사례가 대부분을 차지한다고는 하나, 해외에서도 여권 사건이 잇따랐다. 해외 사례의 경우 특정 지역에서 사건이 집중적으로 발생했다.
여권 도난은 ▲프랑스 4054건 ▲미국 3650건 ▲스페인 3468건 ▲이탈리아 2532건 등 순으로 많았다. 강탈의 경우 전체 2083건 중 ▲필리핀 475건 ▲프랑스 123건 ▲이탈리아 59건 등 순으로 최다를 기록했다.
‘국력의 상징’으로 불리는 우리나라 여권은 국제적으로 높은 위상을 갖고 있다. 올해 헨리여권지수(Henley Passport Index)에 따르면 한국 여권은 일본과 더불어 세계 2위를 기록했다. 190개국 이상을 무비자 또는 도착 비자로 방문할 수 있는 수준이다.
그러나 이같은 여권의 영향력 때문에 범죄조직이 이를 표적으로 삼을 수 있어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여행사 가이드가 일괄 보관하는 과정에서 도난이 발생하거나, 고의로 여권을 매매한 뒤 분실 신고를 하는 사례도 적발된 바 있다. 여권은 개당 수백만원대 밀매 가격이 형성돼 있어 현금을 노리는 것보다 더 위험한 상황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형승 법무법인 새로 변호사는 “여권은 단순 신분증을 넘어 해외에서의 법적 지위와 직결된다. 분실·도난 시 범죄조직에 의해 신분 세탁·불법 체류·금융 사기 등 중대한 범죄에 악용될 수 있다”며 “정부 차원의 강력한 단속과 예방 홍보가 필수적”이라고 조언했다.
김상욱 의원 역시 “여권은 해외에서 대한민국 국민임을 증명할 수 있는 유일한 신분증으로, 분실·도난은 단순 불편을 넘어 범죄에 악용될 수 있다”며 “추석 연휴를 맞아 해외여행객이 많이 늘어나는 만큼 여권을 현금보다 더 철저히 관리해 달라”고 당부했다.
김 의원은 또 “해외에서 여권을 잃어버린 경우 현지 경찰에 즉시 신고해 확인서를 발급받고, 대사관·총영사관 또는 영사콜센터에 연락해 긴급여행증명서를 발급받아야 한다”며 “정부도 공항·항만에서의 예방 홍보와 신속한 지원 체계를 강화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