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를 앞세운 각종 지방자치단체 사업이 최근 백 대표와 더본코리아의 동반 추락으로 ‘된서리’를 맞고 있다. 백 대표가 2023년 충남 예산시장 부활 프로젝트를 성공시킨 이후 몸값이 크게 올라가자 그를 모시기 위해 벌어진 지자체 간 출혈 경쟁이 부메랑으로 돌아오고 있는 셈이다. 유튜브 영상 제작 등 간단한 콘텐츠에 수억원의 혈세를 투입하는 방식에 여론의 비판도 따갑다. 더본코리아를 둘러싼 각종 의혹과 백 대표의 방송활동 중단 선언, 주가 하락까지 악재가 겹치며 이미 투입된 세금은 상당액을 회수하기 어려울 것이란 우려가 확산하고 있다.
◇부메랑 된 ‘백종원 모시기’ 경쟁
7일 경북 안동시에 따르면 시는 백 대표 측과 지난해 체결한 홍보대행 계약에 따라 오는 9월 열리는 국제탈춤페스티벌 홍보 명목으로 올해 더본코리아에 5억원을 집행해야 할 처지에 놓였다. 계약 첫해인 지난해 같은 명목으로 5억원이 투입됐으며 올해는 물론 내년에도 같은 금액이 책정될 예정이다. 주요 사업은 백 대표의 유튜브 채널에 축제 홍보 영상 두 편을 제작하고 지역 농산물을 활용한 음식 레시피를 개발·전수하는 것이다.
‘백 대표 모시기’에 성공한 다른 지자체들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전북 군산시는 더본코리아 요구에 따라 70억원을 들여 외식산업개발원을 사실상 전용 공간으로 조성해 특혜 논란에 휘말렸다. 더본코리아 요구에 따라 건물 설계를 변경하고, 조리 집기에도 더본 로고를 새기는 등 공공시설임에도 사적 용도로 꾸려졌다는 지적이다. 완공 이후 더본코리아가 연간 3000만원의 사용료만 내고 단독 운영하게 된다.
경남 통영시도 올해 2회째를 맞는 통영어부장터 축제 예산 12억2200만원을 포함한 추가경정예산을 최근 확정했다. 지난해 예산 6억원보다 두 배가량 늘어났다. 문제는 이 가운데 70%가량이 더본코리아에 지급하는 용역비라는 점이다. 더본코리아 측이 밝힌 축제 용역비 평균 3억원을 훨씬 웃돈다.
더본코리아의 관련 매출은 꾸준히 늘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더본코리아의 지자체 홍보사업 매출은 2022년 62억원에서 2023년 67억원, 지난해 104억원 등으로 급증했다.
◇전국 곳곳에서 ‘더본 리스크’ 확산
시민 반응은 싸늘하다. 지난 3월 발생한 대형 산불로 서울 면적의 44%에 달하는 산림이 불타버린 안동에선 비판 여론이 거세다. 안동시청 인근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박모씨(30)는 “집이 타버려 돌아갈 곳도 없는 주민이 많은데 유튜브 영상에 돈을 쓴다는 게 말이 되냐”고 지적했다. 또 다른 상인 안모씨(58)도 “지금 같은 상황에서 축제가 지역에 실질적인 도움이 될 것 같지도 않고, 당장 생계가 막막한 시민을 위한 지원이 필요하다”고 했다.
강원 인제군은 더본코리아 자회사 티엠씨엔터와의 홍보 계약을 조기 해지했다. 인제군이 지역축제 캠프레이크페스티벌 홍보비로 5억5000만원을 지급했으나 13~14분 길이 유튜브 영상 두 편을 제작하는 데 그친 탓이다.
백 대표와 더본코리아를 둘러싼 각종 의혹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서울 강남경찰서는 덮죽 제품에 베트남산 새우를 쓰고도 ‘국내산’ ‘자연산’이라는 광고 문구를 사용했다는 고발을 접수해 백 대표와 더본코리아 법인을 식품표시광고법 위반 혐의로 입건하고 수사 중이다. 이 밖에 빽다방의 고구마빵 원산지를 국내산으로 오인하게 했다는 의혹, 지역 축제에서 식품용이 아니라 산업용 금속 조리도구를 사용했다는 의혹 등도 조사하고 있다.
더본코리아 주가는 연일 하락세다. 작년 11월 상장 직후 5만1400원까지 올랐던 주가는 이날 종가 기준 2만6400원으로 공모가(3만4000원)보다 22.4% 하락해 고점 대비 반 토막이 났다.
권용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