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에세이 ‘후회하지마’ 펴낸 배우 박중훈
데뷔작 ‘깜보’ 캐스팅 비화서 ‘투캅스’ ‘황산벌’ 등 일화 담아
“돌아보니 덜컥거린 적 많아… 글 쓰며 옛 추억에 눈물도
최고의 작품은 늘 차기작… ‘틈틈이 연기 하겠다’ 아닌 꾸준한 배우로 살아갈 것”
영화 인생 40년 만에 첫 에세이 ‘후회하지마’(사유와공감)를 펴낸 박 배우를 29일 만났다. ‘투캅스’ ‘인정사정 볼 것 없다’ ‘라디오 스타’ ‘우묵배미의 사랑’ 등 셀 수 없이 많은 히트작을 낸 배우지만, 책 집필은 생애 처음이다.
“1985년 11월 11일 배우가 됐으니 올해로 꼭 40년이 됐네요. 돌아보니 덜컥거린 적도 많았지만 그래도 잘 살았구나 싶어요. 글 쓰며 그때로 돌아간 기분이 들어 혼자 눈물도 흘렸습니다.”
책엔 1986년 데뷔작 ‘깜보’의 캐스팅 비화부터, 1989년 ‘바이오맨’을 찍다가 마취 풀린 악어에게 물릴 뻔한 일화 등 여러 후일담이 담겨 있다. 보이는 대로 글 역시 더없이 유쾌하고 솔직하다.
그의 어릴 적 별명은 ‘박극성’. 더 솔직하자면 ‘박지랄’이었다고 한다. 대학 1학년 때 충무로 영화사들을 찾아다니며 수제 명함을 돌렸다. 합동영화사엔 “배우로 안 써도 괜찮으니 영화사에 나오게만 해 달라”고 졸라 다음 날부터 출근했다. 시키지도 않았는데 신문을 돌리고, 책상을 닦고, 바닥을 쓸었다.
그렇게 사환처럼 4, 5개월 보내며 얻은 오디션 기회. 그는 실베스터 스탤론을 흉내낸다며 팬티만 입고 섀도복싱을 했다. 입으로 ‘츳츳’ 소리를 내며 1시간 넘게 원맨쇼. 막춤, 노래, 성대모사까지. 이황림 감독은 웃느라 눈물이 맺힐 정도였다. 다음 날 감독은 주인공 중 하나인 ‘제비’ 역할에 만장일치로 뽑혔다고 했다. 이후 박 배우는 누구보다 화려한 행보를 이어갔다. 24세에 백상예술대상 남우주연상을 받았다. ‘흥행 보증수표’로, 어떤 해는 출연 제안만 100편이 넘었단다. 책엔 영화계를 빛낸 이들과의 인연도 빼곡하다. 1985년 합동영화사에서 연출부로 일하던 청년 강우석은 훗날 ‘투캅스’를 함께 만든 감독이 됐다. ‘깜보’로 같이 데뷔한 중학교 3학년 김혜수, 평생의 선배 안성기에 대한 애정도 묻어난다.“안 선배님을 뵌 시간이 우리 아버지 뵌 시간보다 더 길어요. 아버지는 제가 30대 초반에 돌아가셨으니까요. 안 선배님은 40년을 가까이서 뵀잖아요. ‘라디오 스타’나 ‘투캅스’ 같은 작품을 하나 더 찍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싶어요.”
‘내 깡패 같은 애인’을 연출한 김광식 감독은 추천사에서 “그를 빼놓고는 한국 영화사의 특정 시기를 설명할 수 없다”고 썼다. 한국 영화를 ‘방화’라 부르며 폄하하던 시절을 넘어, 검열과 제약에도 경찰 비리를 풍자한 ‘투캅스’로 새 시대의 문을 열었던 그. 2001년 국내 배우 최초로 할리우드 메이저 영화 ‘찰리의 진실’에도 출연했다.
40년 영화 인생은 이제 다음 페이지로 이어진다. 내년, 오랜만에 영화 촬영에 들어간다.
“앞으로 ‘틈틈이’가 아니라 ‘꾸준히’ 배우로 살 거예요. 최고의 작품은 항상 ‘차기작’이니까요.”동아일보 단독 >
이런 구독물도 추천합니다!
-
김대균의 건축의 미래
-
전문의 칼럼
-
오늘과 내일
김소민 기자 somin@donga.com
© dongA.com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좋아요 0개
- 슬퍼요 0개
- 화나요 0개

4 hours ago
1
![[오늘의 운세/10월 30일]](https://dimg.donga.com/wps/NEWS/IMAGE/2025/10/28/132656275.1.jpg)

![엄지성 이어 조규성·이한범도 포스텍 울렸다! 미트윌란, 노팅엄 원정서 3-2 승리…포스텍의 노팅엄, ‘패패무무패패’ 멸망 [유로파리그]](https://pimg.mk.co.kr/news/cms/202510/03/news-p.v1.20251003.f2964094c0e0447f84af28c5f48d0e9a_R.jpg)







English (US)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