産銀, 두산에 2.5조 인수금융
한때 산은 관리 받았던 두산에
사업재편용 대규모 자금 투입
지방 생산적금융 확대 포석도
국책은행인 한국산업은행이 두산그룹에 2조5000억원의 대규모 인수금융을 지원하기로 결정한 건 '생산적 금융' 확대 차원으로 해석된다. 인공지능(AI) 시대를 맞아 반도체 밸류체인을 탄탄히 구축하는 게 국가적 차원에서도 중요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더욱이 과거 산업은행의 관리를 받던 기업이 첨단산업 기업으로 혁신하는 과정에서 산은이 최대 조력자로 변신했다는 의미도 담겨 있다.
18일 산업계에 따르면 두산그룹은 오는 28일 SK그룹과 SK실트론 지분 100%를 인수하는 내용의 주식매매계약을 체결할 예정이다. SK실트론의 기업가치는 약 5조원으로 추산된다. 두산그룹은 대규모 인수자금 중 상당수를 산업은행을 통해 마련하기로 결정했다.
산업은행은 인수금융으로 1조원, 주주 변경으로 발생하는 차입금 상환의무를 해소하는 데 1조5000억원을 각각 지원할 방침이다. 두산의 주거래은행인 우리은행도 인수금융 공동 주선기관으로 참여한다. 우리은행이 지난달 두산그룹과 '미래전략산업 생태계 구축을 위한 금융지원 업무협약'을 맺은 것도 이 같은 배경에서다. 두산그룹 차원에서도 실탄을 확보해뒀다. 두산그룹은 지난해 두산로보틱스 지분 일부를 매각해 자금 약 1조원을 마련했다.
두산그룹은 차입금 조달의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인수 검토 초기 단계부터 산업은행과 금융 조건을 협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산업은행도 국가적 차원에서 반도체 밸류체인을 구축하는 게 중요하다고 판단해 금융주선 협의에 적극 나섰다. 이번 인수에 성공하면 두산그룹은 반도체 전후 공정을 아우를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두산그룹은 현재 두산 전자BG를 통해 고성능 반도체 핵심 소재인 동박적층판(CCL)을 생산하고 있다. 반도체 후공정 테스트 관련 국내 1위 기업인 두산테스나도 보유 중이다. SK실트론까지 인수하면 두산그룹은 반도체 기초 소재인 웨이퍼 제조 능력도 갖추게 된다. 반도체 웨이퍼 제조, 소재 납품, 성능 테스트까지 한 번에 제공하는 수직계열화가 가능한 것이다.
지역 경제 활성화 차원에서도 국책은행의 역할이 필요하다고 봤다. SK실트론은 경북 구미, 충북 청주, 경기 이천 등 전국 각지에 사업장을 보유하고 있다. 두산그룹은 특히 인수 후 경북 구미 사업장에 대한 추가적인 시설 투자를 검토 중이다. 지방으로까지 생산적 금융을 확대하는 측면이 있단 점이 산업은행이 대규모 지원에 나설 수 있는 배경이 됐다.
박상진 산업은행 회장이 지방 경제 활성화를 위한 국책은행의 역할을 강조하고 있기도 하다. 일례로 산업은행은 이날 지방 금융지주(BNK·iM·JB) 3곳과 공통투자 활성화를 위한 업무협약도 체결했다.
산업은행과 두산그룹의 오랜 인연도 양측이 또 한 번 손잡게 된 배경으로 꼽힌다. 앞서 두산중공업(현 두산에너빌리티)은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채권 시장 경색과 전통 발전산업 쇠퇴로 2020년 유동성 위기에 직면했다. 당시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등 국책은행이 긴급자금 3조원을 투입하며 구조조정 지원에 나선 바 있다.
국책은행들은 친환경·신재생에너지 중심의 미래형 사업구조 재편을 추진하기도 했다. 이후 두산그룹은 약 2년 만인 2022년 산업은행을 필두로 한 채권단 관리체제를 졸업했다. 산업은행 입장에선 채권단으로서 관리하던 기업을 첨단산업 기업으로 한층 더 성장시킨단 상징성도 있는 셈이다.
[이희수 기자 / 공준호 기자 / 박승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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