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계엄 사태’ 불안정성 시장 전이 ‘사전 차단’
FTSE “韓정세, 세계국채지수 편입에 영향 없을 것”
해외투자자 국내 등록 의무 간소화 절차도
최상목, 美재무장관 회의서 “우리 경제시스템 굳건”
비상계엄 사태로 국내 경제금융시장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진 가운데 정부가 한국 국채의 세계국채지수(WGBI) 편입을 결정한 영국 런던증권거래소 그룹 측과 관련 사안에 대해 논의한 것으로 확인됐다. 내년 11월 실편입을 앞두고 정국 불안정이 국내 금융시장에 악재로 작용할 가능성 사전 차단하기 위해 나선 것이다. 실제 해외에서는 국내 정세가 WGBI 편입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11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정부는 최근 런던증권거래소그룹 산하 FTSE(파이낸셜타임스 스톡익스체인지) 러셀과 화상회의를 열어 최근 비상계엄 사태 여파에 대해 논의했다.
FTSE 러셀은 세계 3대 채권지수중 하나인 WGBI를 발표하는 기관이다. FTSE는 지난 10월 한국 국채를 1년가량의 유예기간을 거쳐 내년 11월부터 WGBI에 편입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이에 따라 최소 500억달러(약 70조원) 가량의 투자금이 국채 시장에 유입될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이가운데 지난 3일 윤석열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와 해제 등 정국 혼란이 금융시장으로 전이되는 낌새가 보이며 정부가 FTSE에 먼저 회의를 제안한 것이다. 이 자리에서 정부는 비상계엄 여파가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크기 단기적이고, 시장이 안정적이란 내용을 설명했다고 한다.
FTSE는 한국의 준예산 편성 가능성 등을 문의했다. 당시 여야 관계가 급랭해 내년도 예산안 협상이 연말까지 이뤄지지 않을 것이란 우려가 나왔다. 이에 따라 올해 예산에 준하는 예산집행만 가능한 ‘준예산’ 편성 가능성이 대두됐는데, 이 경우 201조3000억원을 예정된 내년 국고채 발행계획에도 차질을 빚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내년도 예산안은 전날 야당 단독으로 정부안보다 4조1000억원 감액된채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FTSE는 정부의 설명을 듣고 WGBI 실편입과 관련해 국내 정세의 영향이 없을 것이란 취지로 답변했다고 한다. 이와 함께 유예기간동안 국가신용등급이 편입 기준을 유지할 수 있도록 요청했다. WGBI 편입을 위해선 최소 A-등급을 유지해야 하는데, 한국은 3대 신용평가사(피치·S&P·무디스)로부터 평균 약 AA등급을 유지하고 있다.
실제 글로벌 금융기관들은 한국의 WGBI 편입을 낙관하고 있다. 글로벌 투자은행 HSBC는 지난 6일 보고서를 통해 “한국 국채의 시장 접근성은 부정적으로 영향을 받지 않을 것”이라고 진단한 바 있다. 김진욱 씨티 이코노미스트도 같은 날 보고서에서 WGBI 편입과정에 위험 요인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기재부는 내년 실편입을 앞두고 외국인 국채 투자자의 접근성을 높이기 위한 조치를 진행중이다. 이날 소득세법·법인세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한 것도 이때문이다. 외국인은 국채 투자시 비과세 혜택을 받을 수 있는데, 이를 위해선 국내 금융당국 등에 투자기관별로 일일이 등록해야 하는 등 절차가 까다로웠다. 이에 유로클리어 등 국제예탁결제기구를 제외한 나머지 수탁은행들에 대해서는 등록 절차를 면제해 국채시장 진입이 쉽도록 한 것이다.
정부는 비상계엄 사태 이후 국내 시장에 대한 해외의 우려섞인 시선을 완화하기 위해 주요국과 접촉면을 넓히고 있다.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전날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과 화상 면담을 진행해 양국간 긴밀한 경제·금융 협력 관계를 재확인했다. 최 부총리는 정부의 국정 운영이 안정적으로 이뤄지고 있다며 “우리 경제 시스템은 굳건하며 긴급 대응체계도 안정적으로 작동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여야정 비상경제 협의체에 적극 참여해주요 경제정책을 차질 없이 추진하겠다”고 설명했다. 옐런 장관은 “공통의 민주적 가치를 토대로 형성된 굳건한 한·미 동맹관계를 다시 한번 확인하고 양국 협력이 앞으로도 지속될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