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론 머스크의 우주항공 기업 스페이스X가 사상 최대 규모 기업공개(IPO)를 진행한 지 약 열흘 만에 대규모 회사채 발행 계획을 발표하자 주가가 22일(현지시간) 16% 이상 급락했다. 시가총액도 하루 새 615조원이 증발하며 아마존에 5위 자리를 내줬다.
스페이스X가 추가로 조달하는 자금이 인공지능(AI) 자회사인 엑스에이아이(xAI) 부채 상환에 쓰인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AI 인프라 투자 부담에 대한 우려로 이어지며 주요 빅테크 기업 주가도 일제히 하락했다.
이날 뉴욕 증시에서 스페이스X 주가는 전 거래일 대비 16.43% 급락한 154.60달러에 장을 마감했다. 이는 여전히 공모가인 135달러를 웃돌고 있지만 상장 첫날 종가(160.95달러)보다 3.94%, 지난 16일 기록한 장중 최고가(225.64달러)에 비해 31.5% 떨어진 수치다.
이날 주가 폭락으로 시총도 하루 만에 약 4000억달러(약 615조원)나 감소했다. 이는 뉴욕 증시 역사상 하루 시총 감소폭으로 역대 두 번째로 큰 규모다. 한때 전자상거래·클라우드 공룡인 아마존을 제치고 마이크로소프트(MS)마저 넘봤지만 이날 아마존에 재차 5위를 내줬다.
대규모 회사채 발행 소식이 주가 급락의 도화선이 됐다. 월스트리트저널 등 현지 외신들은 스페이스X가 이날 투자자들과 회의를 진행하며 처음으로 회사채 발행에 대해 공개했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회사는 이르면 이번주 안에 최소 200억달러(약 30조7000억원) 규모 회사채를 5~30년물로 발행할 계획이다.
스페이스X는 지난 3월 자사가 승계받은 엑스(X·옛 트위터)와 xAI의 부채를 차환하기 위해 단기 차입금(브릿지론)을 사용했다. 이 때문에 6개월 내 갚아야 하는 차입금 규모가 200억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에 만기가 긴 채권을 발행해 이를 상환할 방침이다.
앞서 스페이스X는 IPO로 857억달러를 조달했으며 이미 현금보유액만 1000억달러 이상으로 추정된다.
월가에서는 스페이스X의 AI 사업이 ‘리스크’가 될 것이라는 우려도 적지 않다. 모닝스타는 “새로 인수한 AI 사업이 회사에 중대한 기업가치 훼손 위협을 가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S&P글로벌 레이팅스도 스페이스X가 AI를 포함한 전 사업 영역에 공격적으로 투자하면서 최소 2029년까지 수십억 달러에 이르는 마이너스 잉여현금흐름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오펜하이머는 스페이스X가 2031년까지 순부채 4000억달러를 쌓을 것이라고 예상하기도 했다. 이는 오라클 부채 대비 3배에 달하는 수치다.
이날 스페이스X의 대규모 회사채 발행 계획과 함께 사티아 나델라 MS 최고경영자(CEO)의 발언이 더해지며 AI 투자에 대한 재무 부담 우려가 확산됐다. 그는 언론 인터뷰에서 일부 AI 산업이 ‘범용화’로 가고 있다고 주장했다. 성능에 차별은 없고 가격으로 경쟁하는 시장이 열릴 것이라는 뜻이다.
악재가 겹치며 이날 MS(-3.18%) 아마존(-4.75%) 메타(-2.32%) 알파벳(-4.99%) 등 빅테크 기업 주가가 일제히 하락했다. 특히 구글 모회사인 알파벳은 자사 핵심 AI 인재들이 오픈AI로 넘어간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장중 한때 7% 이상 급락하기도 했다.
다만 기술주가 전반적으로 약세를 보였음에도 마이크론 주가는 6.82% 급등했다. 24일 실적발표를 앞둔 기대감 덕분으로 분석된다. 마이크론 실적은 삼성전자·SK하이닉스 같은 반도체 산업뿐 아니라 AI 생태계에 속한 주요 기술기업 주가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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