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저가 생활용품으로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를 추구하는 이른바 '다이소 현상'이 생활잡화 시장뿐 아니라 패션·뷰티 시장으로도 확산하고 있다. 고물가 기조가 이어지자 1020 세대를 중심으로 유통 단계를 최소화해 가격 경쟁력을 내세운 모델이 떠오르면서다.
2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이러한 현상은 오프라인 매장 중심으로 보인다. 패션 분야의 경우 동대문 도매 상가를 기반으로 출발한 패션 잡화 편집숍 '뉴뉴(NYUNYU)'가 대표적이다. 중간 유통 마진을 줄인 직소싱 대량 진열을 무기로 귀걸이 4000원, 여름 민소매옷(나시) 1만1000원, 가방류 1만6500원선의 가대로 젊은층과 해외 관광객에게 인기를 끌고 있다. 뉴뉴의 지난해 매출은 606억원으로 전년(2024년 431억원) 대비 40.6% 급증했다.
뷰티 분야에서도 화장품 정품을 정가 대비 최대 90% 낮춘 가격에 판매하는 도심형 아울렛 매장 '오프뷰티' 성장세가 두드러진다. 오프뷰티를 운영하는 큐앤드비인터내셔날의 작년 매출은 974억원으로 전년 대비 40.1%, 영업이익은 113억원으로 2배 이상 뛰었다. 유통 단가를 맞추지 못하는 인디 브랜드를 대량 직소싱하는 창고형 모델을 내세워 출점 1년 만에 매장을 40개까지 늘렸다.
온라인 쇼핑몰 역시 낮은 가격을 앞세운 중국계 이커머스(C커머스) 쉬인, 테무 등이 입지를 넓히는 추세다. 불황 여파에 소비자들이 국내 중저가 브랜드를 넘어 중국산 초저가 의류로 눈을 돌린 결과로 풀이된다.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산 의류 수입금액은 48억8867만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8.09% 늘어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수입량 역시 사상 처음으로 30만t을 돌파한 30만1169t을 기록해 5년 만에 44.7% 증가했다.
대체 데이터 플랫폼 한경 에이셀(Aicel) 분석 결과, 지난해 테무의 국내 카드결제액은 약 7519억원으로 전년 대비 34.5%, 쉬인의 결제 추정액은 약 427억원으로 262.4% 각각 늘어났다.
이 같은 초저가·초가성비 패션의 확산은 국내 기성 패션업체들에게는 위기감으로 다가온다.
주요 패션 대기업들의 올해 1분기 실적은 표면적으로 개선된 흐름을 보였다. 삼성물산 패션부문의 올해 1분기 매출은 5730억원, 영업이익은 38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3.7%, 11.8% 증가했다. 한섬과 신세계인터내셔날 역시 전년 동기 대비 영업이익이 각각 67.7%, 452.6% 증가했다.
다만 업계는 이를 본격적인 업황 회복으로 단정하기엔 이르다고 본다. 지난해 1분기 실적이 고물가와 이상기후로 부진했던 데 따른 기저효과가 반영된 데다, 기업들이 마케팅 비용을 관리하고 비효율 사업을 정리하는 등 구조 효율화에 집중한 영향으로 수치가 개선된 것으로 풀이했다.
업계 관계자는 "외국인 수요와 일부 브랜드 판매는 개선됐지만 내수 소비가 전반적으로 살아났다고 보기는 이르다"며 "기성 패션 대기업들이 비용 절감으로 이익을 방어하고 있으나, 극단적인 저가 중심의 소비 구조 변화로 당분간 온·오프라인 모두 초저가 전략을 앞세운 업체들 강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박상경 한경닷컴 기자 highseou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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