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소 잡자"…유통 PB, 가격별 라인업으로 '승부수'

6 hours ago 1

이마트 은평점의 우유 판매대에는 세 가지 자체브랜드(PB) 제품이 나란히 진열돼 있다. 모두 이마트가 만들었지만 가격 차이는 최대 1.5배에 이른다. 세 종류의 제품을 번갈아 집어 들던 소비자는 결국 제조사브랜드(NB) 제품이 아니라 이마트 PB 상품을 장바구니에 담을 확률이 높아진다.

"다이소 잡자"…유통 PB, 가격별 라인업으로 '승부수'

대형 유통업체의 PB 전략이 진화하고 있다. 초기 싼 가격을 내세워 NB와 경쟁했다면 최근엔 다양한 PB를 선보여 내부 경쟁을 통해 상품 경쟁력과 소비자 장바구니 장악력을 높인다. 고물가 속에서 급성장한 다이소가 촉발한 가격 마케팅이 대형마트의 PB 전쟁으로 번지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월마트는 가격대별 7개 PB 갖춰

"다이소 잡자"…유통 PB, 가격별 라인업으로 '승부수'

20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이마트는 초저가 ‘5K프라이스’, 중저가 ‘노브랜드’, 프리미엄 ‘피코크’로 이어지는 PB 라인업을 완성하고 상품 차별화 경쟁에 들어갔다. 경쟁 대상은 NB뿐만 아니다. 같은 PB 상품끼리도 치열하게 경쟁한다. 내부 담당 부서도 분리돼 있다. 노브랜드와 피코크 담당 부서는 같은 소고기 미역국 간편식을 만들어도 각기 다른 협력업체에서 소싱한다.

PB끼리 경쟁하는 상품군은 냉동 돈가스, 냉동 감자튀김, 라면 등으로 확대되는 추세다. 미니돈가스의 경우 ‘5K프라이스 한입돈까스’는 100g당 796원, ‘노브랜드 미니등심돈까스’ 100g당 1157원, ‘피코크 한입등심돈까스’는 100g당 1995원 등으로 크게는 두 배 이상 차이 난다. 가격대별로 품질에 차이를 두거나 유명 셰프와 협업하는 방식으로 제품을 차별화한다. 일반 시중 미니돈가스(100g당 최대 2400원)보다는 낮은 가격대에서 선택지를 촘촘하게 제공해 가격대별 수요를 다 잡겠다는 전략이다.

롯데마트도 초저가 ‘오늘좋은’과 프리미엄 가정간편식(HMR) 중심 ‘요리하다’로 PB를 이원화했다.

PB를 가격대별로 나누고 내부 경쟁을 유도하는 방식은 이미 해외에서 검증된 전략이다. 미국 월마트는 초저가 ‘그레이트밸류’부터 프리미엄 ‘베터굿즈’까지 식품 분야에서만 7개가량의 PB를 갖추고 있다. 다양한 가격대별 PB를 마련해 소비자가 저가 제품을 원할 때나 프리미엄 제품을 원할 때나 수요에 따라 월마트 PB를 사도록 했다. 저소득층부터 중산층, 고소득층까지 다양한 소비자층을 월마트 고객으로 잡아두는 효과도 있다.

대형마트 관계자는 “최근 초저가 PB가 대세라고 하지만 중저가와 프리미엄 PB가 존재해야 서로 우열을 가리며 경쟁력이 높아진다”며 “NB와 달리 PB이기 때문에 어느 한 PB의 매출이 줄어도 타격이 작다”고 설명했다.

◇“유통사 PB역량 더 커질 것”

마트와 달리 e커머스 쿠팡은 검색 결과가 곧 PB 진열대가 되는 ‘노출’ 전략을 쓴다. 다른 점은 가격대별로 PB를 나누기보다 여러 PB가 서로 비슷한 가격대에서 경쟁하도록 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롤 화장지를 검색하면 PB인 탐사 코멧 쿠팡베이직 등의 상품이 등장한다. PB 간 가격 차이는 10% 이내다. e커머스는 노출 빈도를 늘리는 게 핵심이기 때문에 시중 제품보다는 가격이 낮으면서도 서로 비슷한 저가 PB 여러 개를 진열한다.

탐사는 출시 당시 중저가 프리미엄 PB로 시작했으나 저가 상품군으로 방향을 바꿨다. 비슷한 제품, 가격대의 PB가 늘어나면서 쿠팡의 PB는 현재 29개에 달한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소비자가 PB끼리 놓고 ‘무슨 차이지’라고 고민하는 순간부터 선택지가 PB 제품으로 좁혀지기 때문에 전략은 성공한 셈”이라고 했다.

유통업계에서는 유통사의 상품 제조·기획 역량이 점차 강화되며 PB의 영향력이 더 커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미국 코스트코와 월마트의 PB 매출 비중이 20~30%에 달하는 데 비해 국내 대형마트 PB가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한 자릿수에 그친다.

맹진규 기자 maeng@hankyung.com

Read Entire Artic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