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소 '5000원짜리' 이어폰 샀는데…"이게 되네" 화들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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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비 래버러토리스가 지난 13일 서울 서초구에 위치한 양재 돌비 하우스에서 돌비 애트모스·돌비 비전 기술을 시연했다. 영상=박수빈 기자

돌비 래버러토리스가 지난 13일 서울 서초구에 위치한 양재 돌비 하우스에서 돌비 애트모스·돌비 비전 기술을 시연했다. 영상=박수빈 기자

우리는 언제 뒤를 돌아볼까. 뒤에서 누군가 이름을 부를 때, 무언가가 떨어지는 소리가 날 때, 가던 길을 멈추고 고개를 돌려 소리의 정체를 확인하게 된다. 소리가 주는 '방향감' 덕분이다. 이처럼 일상생활에서 소리의 진원지는 스피커의 위치처럼 오른쪽, 왼쪽에만 있지 않다. 앞, 뒤, 대각선, 위 등 XYZ축 안에서 소리가 형성된다. 이런 현실 속 소리의 공간감을 구현해 영상물을 보다 뒤를 보게 만든 기술이 있다. 돌비 래버러토리스(돌비)의 돌비 애트모스 기술이다.

돌비 애트모스, 미세한 소리 '방향감'까지 구현

돌비 래버러토리스가 지난 13일 서울 서초구에 위치한 양재 돌비 하우스에서 돌비 애트모스·돌비 비전 기술을 시연했다. 감상실이 집안 거실처럼 구현된 모습. 사진=박수빈 기자

돌비 래버러토리스가 지난 13일 서울 서초구에 위치한 양재 돌비 하우스에서 돌비 애트모스·돌비 비전 기술을 시연했다. 감상실이 집안 거실처럼 구현된 모습. 사진=박수빈 기자

돌비는 지난 13일 서울 서초구에 위치한 양재 돌비 하우스에서 돌비의 '몰입형' 기술을 시연했다. 프리미엄 HDR 영상 기술 '돌비 비전'과 차세대 몰입형 음향 기술 '돌비 애트모스'가 그 대상이다. 기자는 해당 기술이 적용된 음악과 콘텐츠를 거실처럼 구현된 감상 공간과 차 안에서 감상해 봤다.

가장 직관적으로 느꼈던 차이는 음향이었다. 일반적으로 누군가 주인공을 뒤에서 부르는 영상을 볼 때 실제로 뒤에서 소리가 나는 것처럼 느껴지기보다 두 주인공이 감상자 앞에서 대화하는 것처럼 느껴지기 마련이다. 돌비 애트모스 기술은 달랐다. 영상물을 보는데 소리가 뒤에서 들려 방향감을 알 수 있었다. 마치 투명 인간이 돼 영상 안에서 주인공의 상황을 지켜보는 듯했다.

비결은 믹싱 방식에 있었다. 기존 스테레오 음향은 좌우 양방향에서만 믹싱한다. 돌비는 이를 넘어 좌, 우, 앞, 후방에서 좌, 우 총 5개로 섹터를 나눠 음향을 믹싱했다. 흔히 5.1 채널로 불리는 돌비의 돌비디지털 기술이다. 5는 방향, 0.1은 우퍼를 뜻한다.

현재 음향 업계에서 관련 기술은 5.1을 지나 7.1, 11.1, 13.1 채널까지 발전했다. 다만 위에서 나는 소리는 구현하지 못했다. Z축을 형성하지 못한 것. 돌비 애트모스는 이런 한계를 깨고 Z축을 구현했다. 거실처럼 구현된 감상실에서 하늘에서 땅바닥으로 떨어지는 장대비 소리, 머리 위에서 헬리콥터 날개가 세차게 돌아가는 소리를 들었다. 입체적인 음향 덕에 관조자가 아닌 대상자가 된 채 곧바로 상황 속에 놓였다.

감상자를 상황으로 끌어들인 건 7.1.4 채널로 믹싱된 돌비 애트모스 콘텐츠였다. 5.1 채널처럼 7은 방향, 0.1은 우퍼를 의미했다. 0.0.4는 천장에서 나는 소리 방향을 의미한다. 감상실 천장에는 스피커가 있지 않았다. 사운드 배치를 위 방향으로 할 수 있어 하늘에서 들리는 소리를 구현할 수 있었던 것.

BTS 진, 에스파, 블랙핑크도 '선택'한 돌비

방탄소년단(BTS) 진이 돌비 애트모스로 믹싱한 음원 'I'll Be There' 음원 발매를 기념해 돌비 래버러토리스의 글로벌 브랜드 캠페인 '러브 모어 인 돌비'에 참여했다. 사진=돌비

방탄소년단(BTS) 진이 돌비 애트모스로 믹싱한 음원 'I'll Be There' 음원 발매를 기념해 돌비 래버러토리스의 글로벌 브랜드 캠페인 '러브 모어 인 돌비'에 참여했다. 사진=돌비

음원을 감상할 때도 마찬가지였다. 돌비 애트모스로 믹싱한 마빈 게이의 왓츠 고잉 온 음원을 감상했을 당시 앞에서는 가수의 목소리가, 왼쪽 대각선에서는 드럼이, 오른쪽 대각선은 기타, 코러스는 양옆에서 더 낮은 음의 코로스는 뒤에서 들렸다. 마빈 게이와 밴드가 감상자를 둘러싸 공연을 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빌리 아일리시의 베드 가이 음원을 들을 때는 동굴 안에서 가수의 공연을 듣는 듯한 느낌이 났다.

조철웅 돌비 코리아 마케팅 이사는 "돌비 애트모스는 제작자의 의도를 그대로 반영할 수 있는 게 강점"이라며 "창작자가 감상자에게 공연을 보는 듯한 느낌을 주기 원한다면 앞 방향 중심으로, 감상자가 공연장 좌석이 아닌 무대 안에서 음악을 듣는 경험을 제공하고 싶다면 여러 방향에 각 사운드를 배치하는 식으로 믹싱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채널 제약 없이 감상자를 둘러싼 모든 방향에 사운드를 배치하고, 악기 볼륨, 크기, 확산 정도까지 조절해 음악의 미묘한 디테일까지 표현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방탄소년단(BTS)의 진도 돌비 애트모스를 선택했다. 진은 첫 솔로 앨범을 돌비 애트모스로 믹싱해 지난해 11월 전 세계에 선보였다. 진뿐만이 아니다. 에스파의 리치맨, 블랙핑크의 뛰어, 지드래곤의 홈스윗홈 등 여러 K팝 가수들이 돌비 애트모스로 앨범을 만들고 있다. 글로벌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빌보드 탑 100 아티스트에 오른 아티스트의 93%는 돌비 애트모스로 음원을 발매했다.

돌비 애트모스로 만들어진 콘텐츠가 많아지면서 돌비 기술을 구현하는 기기도 늘고 있다. 자동차가 대표적이다. 올해 상하이모터쇼에서 캐딜락, 니오, 비야디(BYD) 등 해외 자동차 제조사들은 돌비 비전과 돌비 애트모스를 모두 지원하거나 돌비 애트모스를 지원하는 신모델을 발표했다.

돌비에 따르면 지난 4월 기준 돌비 기술을 채택한 자동차 제조사는 전년 동기 대비 약 2배 늘어 25개 이상으로 집계됐다. 자동차가 단순한 이동 수단을 넘어 역동적인 생활 공간으로 진화해 소비자의 차량 엔터테인먼트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영향이다. 카운터포인트 러시치가 중국 내 차량 소유자 1200여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97%는 돌비 기술을 인지하고 있고 5명 중 4명은 돌비 기술이 차량 엔터테인먼트 수준을 향상시킨다고 답했다.

5000원 이어폰으로도 공간음향 '구현'

돌비가 영상 기술을 한 단계 진화시킨 ‘돌비 비전 2’를 발표했다. 사진=돌비

돌비가 영상 기술을 한 단계 진화시킨 ‘돌비 비전 2’를 발표했다. 사진=돌비

돌비 애트모스의 음향은 다이소에서 산 5000원 이어폰으로도 경험할 수 있었다. 돌비 애트모스로 믹싱된 콘텐츠와 돌비 애트모스를 지원하는 기기만 있다면 스피커 종류 상관없이 공간 음향 경험이 가능하다.

돌비의 기술을 비교 경험해보기 위해 감상실에 구현된 TV와 스피커가 아닌 기자의 노트북(삼성 노트북 북4)과 이어폰으로 돌비 콘텐츠를 감상해봤다. 뒤에서 누군가 부르는 소리, 하늘에서 비가 세차게 내리는 소리 모두 들렸다.

HDR(high dynamic range) 화질을 지원하는 돌비 비전도 동일하다. 밝기 측면에서 SDR(standard dynamic range)은 100니트까지만 지원되지만 돌비 비전은 1만 니트까지 지원한다. 컬러팔레트 범위도 넓어 더 다양한 색깔을 구현할 수 있다. 가령 어두운 건 더 어둡게 밝은 건 더 밝게 표현해 명암비를 향상시키는 식이다. 돌비 비전이 지원되는 기기라면 기기 종류 상관없이 높은 화질을 경험할 수 있다.

콘텐츠 몰입을 돕는 기술 덕에 글로벌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도 돌비를 선택하고 있다. 애플TV+, 넷플릭스, 디즈니플러스 등은 돌비 비전과 돌비 애트모스를 지원한다. 삼성 디스플레이도 많은 차량에 돌비 비전이 적용될 수 있도록 돌비와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조 이사는 "돌비는 콘텐츠 제작부터 배포, 재생에 이르는 전 과정에 영향을 줄 수 있다"며 "콘텐츠 생태계를 아우르는 돌비의 '에코 시스템'"이라고 설명했다.

박수빈 한경닷컴 기자 waterbe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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