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즌초 1할대 타격 부진 딛고 반등
SF 역전승 이끌며 수훈선수 선정
“음료수 세례 자주 받고 싶다” 미소
자세 바꾸며 삼진 줄고 정타 늘어
한국프로야구 키움에서 뛸 당시 이정후(28·샌프란시스코)가 무안타로 침묵할 때마다 홍원기 감독(53·현 두산 수석코치)은 이렇게 말하곤 했다. 프로 데뷔 첫해인 2017년 신인상, 2021년 타격왕(타율 0.360), 2022년 최우수선수(MVP)에 등극한 ‘바람의 손자’ 이정후에게 부진은 어울리지 않는 단어였다.
그러나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에선 이 말이 통하지 않는 듯했다. 이정후는 빅리그 3년 차인 이번 시즌 최악의 스타트를 끊었다. 개막 후 13경기를 치렀던 9일까지 타율 0.143, OPS(출루율+장타율) 0.438에 그쳤다. 13경기 중 9경기(69.2%)에서 안타를 치지 못했다. 현지 매체 샌프란시스코 크로니클은 “이정후는 샌프란시스코가 영입할 때 기대했던 선수가 아니다”라는 악평을 쏟아냈다. 팬들의 여론 역시 좋지 않았다.
하지만 이정후는 이후 15경기에서 이 모든 상황을 반전시켰다. 이정후는 팀이 마이애미를 6-3으로 꺾은 27일 안방경기에 1번 타자로 나서 3루타 1개를 포함해 5타수 4안타 2득점 맹타를 휘둘렀다. 이정후가 빅리그 데뷔 후 한 경기에서 안타 4개를 몰아친 건 통산 세 번째, 이번 시즌엔 처음이다.이날 수훈선수 역시 시즌 두 번째로 톱타자를 맡은 이정후의 몫이었다. 경기 후 방송사 인터뷰에 응하고 있을 때 팀 동료 윌리 아다메스(31)가 더그아웃에 있던 음료수 통을 들고 다가와 머리 위로 쏟아부었다. 이정후는 “앞으로도 이런 ‘음료수 세례’를 자주 받고 싶다”며 웃었다.
이정후는 왼손 투수 상대 약점도 지워가고 있다. 이정후는 최근 15경기에서 왼손 투수를 상대로 타율 0.417(12타수 5안타)을 기록 중이다. 11일 터뜨린 시즌 첫 홈런도 왼손 투수인 닉 러케(31·볼티모어)에게 뽑아냈다.
이정후가 키움 시절을 떠올리게 하는 활약을 펼치면서 사령탑의 평가도 닮아가고 있다. 토니 바이텔로 샌프란시스코 감독은 27일 경기 후 “나는 줄곧 ‘이정후는 이정후답게 하고 있다’고 말해 왔다. 타석에서 경쟁력 있는 모습을 보여줬고 수비에서도 팀에 도움을 주고 있다”며 엄지를 치켜세웠다.
이소연 기자 always9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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