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일 헌법재판소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던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에게 돌연 계란이 날아들었다. 당시 민주당 의원들은 윤석열 대통령의 신속한 파면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진행 중이었다. 예고도 없이 날아온 계란에 백혜련·이건태 의원이 맞았다.
경찰 등에 따르면 계란은 헌재 건너편 인도에서 날아든 것으로 파악됐다. 인도에는 태극기와 성조기 등을 든 윤 대통령 지지자들이 있었다. 경찰은 현장에서 현행범의 신병을 확보하지 못했으나, 곧바로 수사에 착수한 상태다.
투척자에겐 폭행 혐의 등이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 봉변을 당한 백 의원은 “민주주의 사회에서 있어서는 안 되는 일”이라며 강경 대응을 예고했다. 회견을 마친 뒤 그는 인근 종로경찰서를 찾아 계란을 투척한 이를 처벌해달라는 고발장을 제출했다.
계란 투척은 실제로 벌을 주는 의미에서 기인했다. 중세 시대에 죄수들에게 칼을 씌우고 눈을 못 뜰 정도로 계란을 던져 모욕을 줬던 것이 유래로 전해진다. 쉽게 깨지기 때문에 맞아도 크게 다칠 가능성은 적지만, 점성이 높은 액체로 가득 차 있어 불쾌감을 주는 게 특징이다.
오늘날 계란을 투척하는 행위는 분노와 항의, 또는 호소 등의 표현으로 해석된다. 특히 정치권에서 그렇다. 계란은 보수와 진보 등 정치적 성향과 상관없이 날아들었다. 전두환·김영삼·노무현·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 등이 모두 계란에 맞은 적이 있다.
이전부터 선거철이 되면 주요 후보를 향해 계란을 던지는 이들이 한 명씩은 있었다. 던진 이는 야유할 목적으로 계란을 던지지만, 오히려 던진 쪽을 향해 비판 여론이 형성되는 경우도 있었다. 이 때문에 정치권에선 오히려 “계란을 맞으면 재수가 좋다”는 속설도 있다.
정치권에서는 계란을 맞고도 의연하게 대처한 사례로 노 전 대통령과 이 전 총재를 꼽는다. 노 전 대통령은 대선후보 시절인 2002년 서울 여의도에서 열린 ‘우리쌀 지키기 전국 농민대회’에 참석했다가 흥분한 농민이 던진 계란에 얼굴을 맞았다.
노 전 대통령은 계란을 닦아낸 뒤 연설을 계속했고, 연설을 마친 뒤 “계란을 맞아 일이 풀리면 얼마든지 맞을 수 있다”고 밝혔다. 이튿날 기자들에게도 “정치하는 사람들이 한 번씩 맞아줘야 국민들 화가 좀 안 풀리겠나”라며 웃어 보여 정치권의 호평을 받았다.
이 전 총재의 경우 2007년 무소속으로 대선에 출마한 뒤 대구 서문시장에서 한 시민이 던진 계란에 얼굴을 맞았다. 옷이 더러워지기는 했으나, 다치지는 않았다. 모자를 쓰고 잠시 몸을 피한 그는 다음날 “달걀 마사지를 받아 얼굴이 예뻐졌다”고 말해 화제가 됐다.
우리나라에서만 있는 일도 아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도 지난 2021년 9월 프랑스 리옹에서 열린 국제외식산업 박람회장을 찾았다가 삶은 계란에 어깨를 맞았다. “혁명 만세”를 외치며 그에게 계란을 던진 20대 남성은 현장에서 곧바로 체포돼 수갑을 찼다.
계란 투척이 의사 표현의 수단으로 해석된다고는 해도 엄연한 불법 행위다. 김병국 법률사무소 번화 변호사는 “폭행이나 상해 혐의 적용이 가능하고 (사법처리 과정에서) 계란 자체를 위험한 물건으로 본다면 ‘특수’가 붙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김 변호사는 또 “(계란에 맞아서 다치면) 폭행치상이 될 수도 있다. 전치 2~3주만 나와도 상해죄 인정을 해주는 경우가 많다”며 “상해는 반의사불벌죄가 아니라서 피해자가 ‘처벌하지 말아달라’고 해도 처벌해야 한다. 벌금형 50만~150만원이 많이 나온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