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기사 크롤링 통한 AI 학습은 ‘공정이용’ 아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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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서울 종로구 국립민속박물관에서 열린 ‘생성형 인공지능의 저작물 학습에 대한 저작권법상 공정이용 안내서’ 설명회. 좌석 왼쪽부터 김인철 상명대 지적재산권전공 교수, 박준우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임상혁 법무법인 세종 변호사, 이규홍 사법정책연구원 수석연구위원, 최승재 세종대 법학과 교수, 최진원 대구대 법학부 교수. 문화체육관광부 제공

4일 서울 종로구 국립민속박물관에서 열린 ‘생성형 인공지능의 저작물 학습에 대한 저작권법상 공정이용 안내서’ 설명회. 좌석 왼쪽부터 김인철 상명대 지적재산권전공 교수, 박준우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임상혁 법무법인 세종 변호사, 이규홍 사법정책연구원 수석연구위원, 최승재 세종대 법학과 교수, 최진원 대구대 법학부 교수. 문화체육관광부 제공
포털 기업이 언론사의 허락 없이 뉴스 기사를 크롤링(웹페이지에서 데이터 추출)해 인공지능(AI)을 학습시킨다면 저작권법 상 ‘공정이용(fair use)’으로 인정받기 어렵다는 정부의 판단이 나왔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이러한 내용을 담은 안내서(가이드라인)를 이달 안에 정식으로 발간할 예정이다.

문체부와 한국저작권위원회는 4일 서울 종로구 국립민속박물관에서 ‘생성형 인공지능의 저작물 학습에 대한 저작권법상 공정이용 안내서’ 초안을 공개하고 이에 대한 설명회를 가졌다. 공정이용은 특정한 경우 저작권자의 허가를 구하지 않고도 저작물을 제한적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것을 가리킨다.

문체부에 따르면 기사 요약을 제공하는 ‘AI 상업 서비스’는 목적이 뉴스 제공으로 언론사와 마찬가지다. 이러한 뉴스엔 기자의 해석과 논평 등이 담겨 있는 데다, AI가 언론사의 영역을 침범해 경제적 손해를 발생시킬 수 있으므로 공정이용으로 인정받기 어렵다. 저작물을 무단 수집하고, 저작물 전체를 AI 학습에 사용했다면 이 역시 공정이용으로 인정되기 불리하다.

이날 공개한 안내서 초안에 따르면 에듀테크 기업이 교과서나 문제집 등을 만들기 위해 여러 출판사의 교과서 및 강의 자료를 AI에 학습시키는 사례도 마찬가지다. 설령 자료를 구매했다고 하더라도, AI의 목적이 원 저작물과 같고 출판사의 교육·문제집 시장을 침해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유료 사이트의 고해상도 이미지를 대량으로 크롤링하고 학습시켜 이미지 생성·판매 AI를 개발하거나, 인기 가수의 음반 수천 곡을 학습시켜 AI 커버곡 생성 서비스를 유료로 제공하는 경우도 공정이용으로 보기 힘들다.

정리하면 △AI 학습 행위가 권리자의 정당한 이익을 침해하면서 △이용 목적의 ‘변형성’이 없고 △사회적·공익적 목적을 인정하기 어려우며 △영리 목적인 경우 공정이용이 인정되기 어렵다. 또 불법적으로 취득한 저작물이나 이용 허락이 명확하지 않은 저작물을 학습데이터로 이용하는 경우 권리자의 이용 허락 기회를 침해하므로 공정이용 판단에 불리하게 작용한다고 안내서 초안은 밝혔다.

공정이용을 인정받기 유리한 경우는 이와는 반대다. △AI 학습 행위가 권리자의 이익을 부당하게 침해하지 않으면서 △학습에 이용된 저작물이 원저작물의 이용 목적·성격과 다른 경우다. △학습에 사용된 저작물을 합법적으로 취득했고 △원저작물과 동일한 결과물이 생성되지 않도록 한 경우 △AI 모델로 생성된 결과물이 원저작물의 판매 등 경제적 손해를 끼치지 않았거나 △저작권자의 이용 허락의 기회를 훼손하지 않았다면 공정이용 판단에 유리하게 작용한다.

안내서 초안에는 “공정이용에 해당이 되는지는 △이용의 목적과 성격 △저작물 종류·용도 △저작물이 차지하는 비중과 그 중요성 △저작물 이용이 그 저작물의 시장에 미치는 영향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한다”는 설명이 담겼다.이번 안내서 초안은 ‘AI-저작권 제도 개선 워킹그룹’ 특별분과의 검토를 거쳐 마련됐다. 특별분과에 참여한 최승재 세종대 법학과 교수는 이날 설명회에서 “AI의 학습이라고 해서 ‘공정이용’ 조항을 고무줄처럼 적용할 수는 없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박준우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사실적이거나 기능적인 저작물을 이용해 개발한 (AI의) 경우 (원저작물) 전체를 사용하거나 목적이 원저작물과 유사한 경우가 많아서 공정이용으로 인정받기 어려울 수 있다”며 “공정이용을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하는 이유”라고 했다. 박 교수는 “공정이용에 해당하더라도 저작권법 상 (사용한 자료의) 출처는 명시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저작권위는 10월 13일부터 11월 2일까지 AI 개발사와 창작자, 권리자 단체 등으로부터 70건의 의견을 수렴했다. 권리자는 “(AI 개발사는) 학습에 이용된 저작물을 공개해야 하며, 정당한 대가가 지급돼야 하고, AI가 만든 결과물이라는 걸 표기해야 한다”는 의견을, AI 개발사는 “AI 학습을 위한 저작물 이용 허락 시장은 형성돼 있지 않다”는 의견을 냈다고 안내서 초안은 밝혔다.

이날 설명회엔 창작자와 저작권 단체, AI 개발사 관계자 등 100여 명이 참석했다. 강석원 저작권위원장은 “세계적으로 생성형 AI 학습과 관련해 권리자와 AI 개발사 간의 분쟁이 74건 진행 중”이라며 “안내서가 창작 생태계와 AI 기술이 함께 발전할 수 있는 해결책을 모색하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문체부와 저작권위는 인공지능업계, 권리자단체, 학계, 법조계, 관계부처로 구성된 워킹그룹을 2023년부터 운영하고 있다. 워킹그룹의 특별분과엔 최승재 교수와 박준우 교수 외에도 이규홍 사법정책연구원 수석연구위원(부장판사), 김민정 인천지방검찰청 공판송부2부장검사, 임상혁 법무법인 세종 파트너 변호사, 이철남 충남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김인철 상명대 지적재산권전공 교수, 최진원 대구대 법학부 교수 및 문체부와 저작권위의 담당 국장·본부장 등 18명이 참여했다.

조종엽 기자 jj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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