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뷔 24년 만에 한국에서 첫 단독 콘서트를 연 일본 가수 나카시마 미카. 원조 ‘J팝 디바’로 인기가 많은 그는 2시간 반 동안 ‘눈의 꽃(雪の華)’ 등 국내에서도 사랑받은 히트곡들을 선보였다. 유진엔터테인먼트 제공
“길어진 그림자를 길에 드리운 채, 땅거미가 진 어둠 속을 그대와 걷고 있었어요(のびた人陰を鋪道にならべ, 夕闇の中を君と步いてる)”
11일 오후 서울 성북구 고려대 화정체육관에서 열린 나카시마 미카(中島美嘉·42)의 내한 콘서트에서 그의 대표곡 ‘눈의 꽃(雪の華)’이 울려 퍼졌다. 가수 박효신이 리메이크해 한국 드라마 ‘미안하다 사랑한다’ 배경음악(OST)으로 삽입돼 국내에서도 큰 인기를 끌었다.
익숙한 멜로디와 서정적인 나카시마의 목소리에 관객들은 눈가가 촉촉하게 젖어 들었다. 1절 후렴에서 나카시마가 객석으로 마이크를 넘기자, 일본어 ‘떼창’이 울려 퍼졌다. “올해 첫 눈꽃을 둘이 꼭 붙어서 바라보고 있는 이 순간, 행복이 넘쳐요(今年最初の雪の華を二人寄り添って ながめているこの瞬間に幸せが溢れ出す).”
유진엔터테인먼트 제공
10, 11일 이틀간 열린 나카시마의 첫 내한 콘서트가 관객 7500여 명이 몰리며 화제를 모았다. 2001년 데뷔한 그는 최근 J팝 열풍 이전부터 한국에서 인기를 얻었던 ‘원조 J팝 디바’다. 원래 10일 하루 공연 예정이었으나, 티켓이 발매 약 1시간 만에 매진되면서 하루 더 연장했다. “부르고 싶은 곡이 너무 많아 고민했다”는 데뷔 25년 차 가수는 2시간 반 동안 20곡을 열창했다.
차분한 검정 드레스와 화려한 술이 달린 검정 모자 차림으로 등장한 나카시마는 첫 곡으로 2021년 발표한 발라드 ‘알고 싶은 것, 알고 싶지 않은 것(知りたいこと、知りたくないこと)’을 선택했다. 호소력 짙은 목소리로 “과거도, 미래도 필요 없이 연인과 함께 있고 싶다”는 내용의 노래를 불렀다. 연이어 ‘가장 예쁜 나를(一番綺麗な私を)’, ‘꽃다발(花束)’ 등 장기인 발라드를 선보이던 그는 자신이 과거 펑크 로커 역을 연기한 영화 ‘나나(2005년)’의 OST ‘글래머러스 스카이(GLAMOROUS SKY)’를 부르며 ‘반전미’를 선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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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 ‘내가 죽으려고 생각한 것은(僕が死のうと思ったのは)’은 10여 년 간 이관(耳管) 개방증(귀 속의 관이 계속 열리는 병)을 앓다가 회복한 나카시마의 굴곡진 사연을 떠올리게 했다. 우울함에 갇힌 듯한 초반부를 지나 “내일을 바꾸려면 오늘을 바꿔야지”라며 희망을 노래하는 모습은 감동적이었다. 지난해 발매한 ‘언페어(Unfair)’는 세련된 피아노 연주와 빠른 박자가 어우러지며 그가 과거에만 머무르지 않고 있다는 걸 보여줬다.무대 구성도 인상적이었다. 무용수들이 현대 무용 등을 추면서 퍼포먼스를 보완했다. 다만 ‘윌(Will)’, ‘오리온(Orion)’ 등 한국에서 인지도 있는 노래들을, 모두 부르지 않고 ‘메들리’의 일부로 짧게 들려준 점은 아쉬웠다.나카시마는 콘서트 끝자락에 “오늘은 여러분이 오고 싶다고 하지 않았다면 (공연이) 없었을 날입니다”라며 결국 눈물을 쏟아냈다. 팬들은 또 다시 그를 한국에서 만날 날을 기대하며 뜨거운 함성으로 화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