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살까 했더니 '뜻밖의 인기'…삼성·LG도 나섰다 [대세로 뜨는 '덕질 소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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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기사와 무관함.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사진은 기사와 무관함. 사진=게티이미지뱅크

국내 가전 시장이 '맞춤형' 라이프스타일 가전을 출시하며 불황 속에서도 기꺼이 지갑을 여는 소비자들을 공략하고 있다. 가전 핵심 기능을 고도화하기보다 '세분화'해 편의성을 끌어올린 게 특징이다. 기존에 없었던 기능으로 대중적이지 않지만 수요층이 분명한 게임 이용자, 주부 등 틈새시장을 노려 시장을 확장하는 추세가 두드러진다.

"게임에 몰입할 수 있다면 얼마든지"

26일 업계에 따르면 모니터 시장은 게임 이용자를 공략하며 몸집을 키우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IDC 조사 결과 지난해 전체 모니터 시장은 역성장했으나 게이밍 모니터만 따로 떼어놓고 보면 21.8% 성장했다. 0.1초가 중요한 일인칭 슈팅 게임(FPS)이나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을 하기 위해선 넓은 시야각, 높은 주사율, 빠른 응답속도가 중요하기 때문. 게임 몰입을 중시하는 게이머들이 만만찮은 가격에도 게이밍 모니터 구매에 지갑을 연 것으로 보인다.

취미에 돈을 아끼지 않는 게임 이용자 덕에 게임 모니터 시장에서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점유율은 반 이상을 차지했다. 옴디아에 따르면 약 109만원 이상 프리미엄 게이밍 모니터 시장에서 1분기 OLED 모니터의 점유율은 매출 기준 76.4%에 달한다.

게이밍 수요가 시장을 주도하면서 LG디스플레이와 삼성전자는 게이밍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세계 최초로 500㎐ 초고주사율이 적용된 OLED 게이밍 모니터를 출시했다. LG디스플레이는 세계 최초로 540Hz 고주사율과 초고해상도를 동시에 구현한 게이밍 OLED 패널 개발에 성공, 하반기에 패널 양산에 돌입할 예정이다.

디스플레이에 그치지 않고 삼성전자와 LG전자 모두 TV에 내장된 게이밍 허브를 통해 게임기 없이도 게임을 즐길 수 있는 기능을 제공하는 등 가격 저항이 낮은 게임 이용자 수요를 겨냥했다.

"가사노동 줄여준다면 얼마든지"

마이너한 수요를 겨냥하는 현상은 모니터·TV 업계를 넘어 일반 가전 시장 전반에 나타나고 있다. 로봇청소기가 대표적이다. 로봇청소기는 2000년대 초반만 해도 신제품을 먼저 사서 써보는 '얼리어답터'의 전유물이었다. 하지만 2021년부터 로봇청소기에 걸레가 탑재되고 걸레질 기능이 고도화되며 시장이 쑥 컸다.

청소기의 메인 기능인 흡입력에만 집착하지 않고 편리한 '걸레 청소'를 원하는 주부들 수요를 자극한 덕이었다. 실용적 가전으로 거듭난 로봇청소기는 '머스트 해브' 아이템으로 진화했다.

업계에선 국내 가정 10곳 중 2~3곳이 로봇청소기를 구비한 것으로 추산한다. 로보락의 경우 한국 매출 규모가 2021년 480억에서 2023년 2000억원으로 급증할 정도로 시장 성장세가 가파르다.

업계 관계자는 "시장이 성장하기 시작하면 기능은 고도화된다. 라이프스타일에 가치를 뒀을 때 사용자들 사이에서 반응이 온다"면서 "지금 로봇청소기 시장은 여전히 편리함을 극대화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먼지통을 한 달에 한 번만 비울 수 있게 하는 등 기능이 고도화되는 게 대표적"이라고 설명했다.

음식물 처리기도 마찬가지다. 여름철 음식물 쓰레기 문제와 가사노동을 줄여주는 기능으로 불황에도 수요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음식물 처리기 시장점유율 수위를 달리는 미닉스의 올해 상반기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3배 증가했다.

이 같은 소비자 라이프스타일을 겨냥한 가전들은 새로운 기준을 제시하고 수요를 창출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건조기, 식기세척기, 스타일러 등은 원래 아무도 안 썼던 제품"이라며 "꼭 필요해서 나온 제품이라기보다는 사용자의 생활에 맞춰 등장한 새로운 가전이 결국에는 대중화되고 인기를 끄는 사례"라고 설명했다.

극심한 경기 불황에 고물가까지 겹치면서 꼼꼼히 비교해가며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를 따지는 '알뜰 소비'가 대세가 됐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요즘 소비자들이 지갑을 꽁꽁 닫아두고 한 푼도 쓰지 않으려는 것은 아니다.

필수 소비재에 돈을 아끼면서도, 자신의 취향을 저격한 아이템에는 기꺼이 지갑을 여는 모습도 보인다. 운동 아이템, 캐릭터 굿즈, 게임 장비 등에는 돈을 아끼지 않는 흐름이 뚜렷하다.

기업들도 이에 맞춰 불특정 다수가 아닌 확실한 소비력을 가진 마니아들을 겨냥한 마케팅에 주력하고 있다. 한경닷컴 기획취재팀은 불황 속 소비 트렌드로 떠오르고 있는 '덕질(좋아하는 것에 몰입하는 행위) 소비'의 속내를 들여다봤다.

박수빈 한경닷컴 기자 waterbe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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