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졸중 13만명 분석…“3시간 골든타임 도착률, 10년째 제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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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9 구급차 이용률 증가했지만, 뇌경색 환자 3시간 내 병원 도착률은 큰 변화없어
뇌졸중 사망률, 2018년까지 감소하다 코로나19 이후 다시 상승하는 ‘U자형’ 반등

구급대원이 응급환자에게 현장 응급처치를 실시하고 있다. 기사 내용과 직접 관련 없는 자료사진. 게티이미지뱅크

구급대원이 응급환자에게 현장 응급처치를 실시하고 있다. 기사 내용과 직접 관련 없는 자료사진. 게티이미지뱅크
뇌졸중 치료 기술은 지난 10년 동안 크게 발전했지만, 정작 환자가 골든타임 안에 병원에 도착하는 비율은 거의 달라지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119 이용률은 높아지고 병원 안 치료 성과도 개선됐지만, 치료 가능한 병원에 제때 도착하는 응급의료 체계는 여전히 풀어야 할 과제로 남아 있다는 분석이다.

8일 분당서울대병원 신경과 김준엽·배희준 교수 연구팀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급성기 뇌졸중 적정성 평가 자료와 국민건강보험공단 청구자료, 사망자료를 연계해 2013년부터 2023년까지 국내 뇌졸중 환자 13만6191건을 분석한 결과를 발표했다.

뇌졸중은 뇌혈관이 막히거나 터져 뇌세포가 손상되는 대표적인 응급질환이다. 특히 뇌경색은 증상 발생 후 가능한 한 빨리 치료를 시작해야 후유장애를 줄일 수 있어 ‘골든타임’ 확보가 치료 성패를 좌우한다.

연구 결과 119 구급차 이용률은 2013년 55.4%에서 2023년 61.8%로 높아졌고, 뇌졸중 전문 치료가 가능한 병원으로 직접 이송되는 비율도 같은 기간 55.8%에서 78.2%로 증가했다.

그러나 환자가 병원에 도착하는 속도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증상 발생 후 병원에 도착하기까지 걸린 시간은 평균 4.0시간에서 3.9시간으로 사실상 제자리였고, 뇌경색 환자가 골든타임인 3시간 안에 병원에 도착한 비율도 35.4%에서 36.6%로 소폭 오르는 데 그쳤다.

(왼쪽부터) 분당서울대병원 신경과 배희준 교수, 김준엽 교수

(왼쪽부터) 분당서울대병원 신경과 배희준 교수, 김준엽 교수
● 119 이용은 늘었는데 왜 골든타임은 그대로였을까

연구팀은 119를 이용하지 않고 자가용이나 택시 등을 이용한 환자의 병원 도착 지연이 전체 도착률 개선을 제한한 주요 원인으로 분석했다.

119 구급차를 이용한 환자는 병원 도착 시간이 평균 2.5시간에서 2.3시간으로 다소 줄었다. 반면 자가용이나 택시를 이용한 환자는 7.9시간에서 9.8시간으로 오히려 더 늦어졌다.연구팀은 뇌졸중 의심 증상이 나타나면 스스로 병원을 찾기보다 즉시 119를 이용하는 인식이 더 확산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병원에 도착한 이후 치료는 뚜렷하게 발전했다. 막힌 혈관을 직접 제거하는 혈전제거술 시행률은 전체 환자에서 5.3%에서 11.6%로 두 배 이상 증가했고, 중증 환자에서는 18.3%에서 41.1%까지 높아졌다. 출혈성 뇌졸중인 지주막하출혈에서도 파열된 뇌동맥류를 혈관 안에서 막는 코일색전술 시행률이 36.0%에서 63.4%로 크게 상승했다.

이번 연구는 병원 안에서 이뤄지는 치료는 꾸준히 발전했지만, 환자가 골든타임 안에 치료 가능한 병원에 도착하도록 만드는 병원 밖 응급의료 체계는 여전히 개선 과제가 남아 있음을 보여준다.

119 구급차 이용률(막대)은 꾸준히 늘었지만, 발병 후 3시간 내 병원 도착률(선)은 10년째 30%대 중반에 머물러 있다.

119 구급차 이용률(막대)은 꾸준히 늘었지만, 발병 후 3시간 내 병원 도착률(선)은 10년째 30%대 중반에 머물러 있다.

● 치료는 발전했는데 사망률은 왜 다시 높아졌나

치료 기술의 발전이 곧바로 환자 예후 개선으로 이어진 것은 아니었다.

연구팀은 뇌졸중 사망률이 2018년까지 감소하다 코로나19 이후 다시 증가하는 ‘U자형’ 변화를 확인했다. 이러한 경향은 연령과 성별, 뇌졸중 중증도 등 사망률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요인을 보정한 뒤에도 유지됐다.

연구팀은 초고령 환자 증가와 만성질환 부담, 코로나19 팬데믹에 따른 의료체계 변화 등이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했다.

배희준 교수는 “지난 10년간 뇌졸중 진료는 분명히 발전했지만, 그 성과를 앞으로도 이어가는 것은 또 다른 과제”라며 “병원 밖 응급의료 체계의 정체와 팬데믹 이후 사망률 반등은 위기 상황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지속 가능한 뇌졸중 진료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김준엽 교수는 “이번 연구는 전국 종합병원과 상급종합병원을 포함한 국가 단위 자료를 통해 국내 뇌졸중 진료의 변화 양상을 종합적으로 확인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며 “앞으로는 증상 발생부터 병원 도착까지의 과정을 더욱 면밀히 분석해 환자가 치료 가능한 병원에 제때 도착하지 못하는 원인을 규명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뇌졸중 분야 국제학술지 Journal of Stroke 최신호에 게재됐다.

■ 팩트필터 | 이런 증상이 나타나면 즉시 119

한쪽 팔이나 다리에 갑자기 힘이 빠진다.
말이 어눌해지거나 상대방 말을 이해하기 어렵다.
얼굴 한쪽이 처지거나 입꼬리가 내려간다.
갑자기 시야가 흐려지거나 물체가 두 개로 보인다.
평소와 다른 극심한 두통이 갑자기 발생한다.
증상이 의심되면 자가용보다 119를 이용해 뇌졸중 치료가 가능한 병원으로 이동하는 것이 중요하다.

최현정 기자 phoeb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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