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사 상태에서 출산한 美 여성…가족 “우리에게 선택권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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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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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뇌사 상태에 빠진 한 여성이 미국 조지아주의 엄격한 낙태금지법 때문에 출산할 때까지 인공호흡기에 의존해 생명을 유지한 끝에 제왕절개로 아이를 낳았다.

18일(현지시간) NBC 뉴스 등 미국 주요 언론에 따르면, 임신 8주차였던 여성 아드리아나 스미스는 올해 2월 심한 두통을 호소하며 병원을 찾았지만, 약 처방만 받은 채 귀가했다.

그러나 다음 날, 스미스는 거품을 물고 숨을 헐떡이는 상태로 남자 친구에게 발견돼 병원으로 긴급 이송됐다. 컴퓨터단층촬영(CT) 검사 결과, 그의 뇌에는 여러 개의 혈전이 발견됐고, 이후 뇌사 판정을 받았다.

문제는 스미스가 임신 8주 차였다는 점이다.

조지아주는 낙태금지법에 따라 임신 6주 이후 낙태가 원칙적으로 금지된다. 이 법은 2019년에 제정된 ‘LIFE 법안’(Living Infants Fairness and Equality Act)으로, 태아의 심장박동이 감지되는 시점인 6주 차부터 태아를 법적으로 ‘인격체’로 간주해, 해당 시점 이후의 낙태를 금지하고 있다.

다만, 예외적으로 임산부의 생명이 위태로운 경우, 태아가 의학적으로 생존할 수 없는 경우, 또는 강간·근친상간에 의한 임신에만 낙태가 허용된다.

■ “국가가 대신 결정했다”…4개월간 생명유지 끝에 출산스미스는 이미 뇌사 판정을 받았지만, 태아는 생존 중이었기 때문에 법적으로 생명유지장치를 제거할 수 없었다.

병원 의료진은 이 같은 상황을 스미스의 가족에게 설명했다.

스미스의 어머니 에이프릴 뉴커크는 지난달 언론 인터뷰에서 낙태금지법을 언급하며 “우리는 그 상황에서 선택권도, 발언권도 없었다”고 토로했다. 이어 “그 법이 아니었더라도 딸의 일부인 아이를 위해 생명유지장치에 동의했겠지만, 그 결정은 국가가 아닌, 우리 가족이 했어야 했다”고 덧붙였다.

스미스는 뇌사 판정을 받은 지 약 4개월 만인 6월 13일 오전 4시 14분, 응급 제왕절개 수술을 통해 아들 ‘챈스’를 출산했다.

챈스는 822g의 미숙아로 태어나 현재 신생아 중환자실에서 치료 중이며, 뉴커크는 “아이의 상태는 날마다 좋아지고 있다. 우리는 기도하고 있을 뿐”이라고 전했다.

■ “생명은 이어졌지만, 딸은 떠났다”…4일 뒤 장치 제거

아이를 낳은 뒤, 스미스는 출산 4일 후인 6월 17일, 가족의 결정에 따라 생명유지장치를 제거했고 결국 세상을 떠났다. 딸을 허망하게 보내야 했던 뉴커크는 “참으로 힘들다. 여기까지 오는 데 너무도 힘든 시간이 있었다”고 가슴 아픈 심경을 토로했다.

이 사건이 알려지자, 미국 연방 하원의 민주당 의원들은 “스미스와 같은 흑인 여성들은 구조적 의료 불평등과 낙태 제한법의 영향을 더 많이 받는다”며 임산부의 권리 보호를 위한 입법이 시급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의원들은 이를 위한 의회 결의안을 제출했다고 밝혔다.

조유경 기자 polaris2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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