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술시험 효력정지 결정나오자
즉각 불복한 연대 "항고할 것"
논술전형 인원 정시로 넘기거나
유출 문제 모두 정답 처리 검토
어떤 결정 내려도 혼란 불가피
일각선 "빠른 재시험으로 수습"
수험생·학부모들만 좌불안석
자연계열 수시전형 논술시험 문제 유출 논란에 휩싸인 연세대가 '법률적 판단'을 받아본 뒤에나 향후 입시 일정을 결정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하며 후폭풍이 커지고 있다. 당초 예정된 수시모집 합격자 발표까지 시일이 촉박한 상황에서 결론이 나지 않으면서 수험생들의 혼란이 극심해졌기 때문이다. 해결책으로 거론되는 '수시모집 인원의 정시 이월' '유출 정황 문제에 수험생 전부 정답 처리' 등은 모두 논란의 여지가 큰 상황이다. 교육계 일각에서는 "이럴 바에는 빠르게 재시험을 실시하는 것이 순리"라는 지적도 나온다.
18일 오후 연세대는 입장문을 통해 "수험생들에게 혼란을 드려 죄송하다"며 "법원의 의견을 존중하며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심사숙고하고 있다. 12월 13일 전까지 항고심 결정을 받을 기회를 가질 수 있도록 최대한 이른 시일 내 심문기일을 지정해 주길 바란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 15일 서울서부지법 민사합의21부(전보성 부장판사)는 연세대 2025학년도 자연계열 수시 논술시험에 공정성 문제가 있다며 효력을 정지한 바 있다. 학교 측은 이에 불복해 같은 재판부에 이의신청서를 곧바로 제출했다. 19일 오후 5시 이의신청 심문이 진행된다. 연세대 입학처 측은 이날 매일경제와 통화하며 "가처분 이의신청이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서울고등법원에 항고해 수시모집 합격자 발표일인 13일 전까지 가처분에 대한 항고심 결정이 끝나게끔 할 것"이라고 말했다. 연세대는 사실상 '재시험은 어렵다'는 입장이다. 이 때문에 수험생들이 제기한 논술시험 효력 정지 가처분 신청이 본안 판결에서도 받아들여질 경우 논술전형의 모집 인원을 정시로 넘기는 방안과 유출 정황이 있는 문제에 대해 모두 정답 처리를 하는 방안을 가장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 경우 수험생들의 혼란은 피해 갈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연세대가 재시험 대신 논술 선발 인원(261명)을 정시모집으로 이월할 경우 수험생들은 수시 원서 6장 중 한 장을 그대로 날려버리게 된다. 이 경우 1만400여 명에 달하는 수험생으로부터 엄청난 비난과 소송에 직면할 것으로 보인다. 문제 유출 정황이 있는 문제를 모두 정답 처리하는 경우에는 해당 문제의 정답을 맞힌 학생들이 피해를 보게 되며, 소송 가능성 등이 제기된다.
모든 대학의 수시모집 일정을 미뤄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교육부는 이에 대해 대입 일정 전체를 미루는 것은 검토하기 어렵고 연세대가 일정에 차질이 없도록 적절한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재판부가 연세대의 이의신청을 받아들이거나, 본안 판단에서 연세대 측 주장을 인정해도 문제의 소지는 여전하다. 입시 스케줄이 촉박하기 때문이다.
연세대는 이의신청이 받아들여질 경우 다음달 13일 예정대로 수시모집 합격자 발표를 진행할 계획이다. 이의신청이 기각된다 하더라도 수시 합격자 발표 전 본안 판단이 나오고, 기존 논술시험의 효력을 인정할 경우에도 같은 날부터 합격자 선발 절차를 밟게 된다. 문제는 수험생 측도 즉각 항고할 가능성이 높고, 항고심에서 결론이 뒤집힐 경우다. 법조계 관계자는 "수험생 측이 즉각 항고한 상태로 연세대가 합격자를 발표해 버렸는데, 추후 항고심에서 1심이 뒤집힐 경우에는 돌이킬 수 없는 큰 혼란과 피해가 초래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 때문에 교육계 일각에서는 연세대가 빠르게 재시험을 마련하는 것이 현실적인 대안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이날 한국대학교수협의회·한국대학교수연대 교수노조는 성명서를 통해 "연세대의 대응은 법원의 가처분 인용 결정에도 불구하고 변명·시간 끌기로 일관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이날 경찰에 따르면 서울경찰청 공공범죄수사대는 문제지를 촬영한 사진이 올라온 디시인사이드를 압수수색한 결과물을 분석해 문제지를 온라인에 게시한 일부 인원을 특정했다. 같은 날 서울경찰청 정례 기자간담회에서 경찰 관계자는 "1명을 특정했고, 나머지는 추적 중"이라고 밝혔다.
[유주연 기자 / 지혜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