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정책 분야에서 곧 ‘선호 위장’이라는 거품이 터질 것이다. 선호 위장은 티무르 쿠란 미국 듀크대 교수가 만든 개념이다. 사람들이 사회적 압력 때문에 실제로는 믿지 않는 생각이나 정책을 지지하는 척하는 현상을 뜻한다.
2008년 12월 버락 오바마 행정부 출범을 앞둔 시기에 바로 이런 현상이 나타났다. 당시 오바마 행정부는 기후변화라는 위협을 해결하기 위해 필요하지만 정치적으로 인기가 없는 탄소세 대신 녹색에너지산업에 대한 보조금을 택했다.
올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녹색에너지 엘리트’와 관련 정책에 자금 지원을 중단하면서 세상에 좋은 일을 했다. 환경운동가는 그동안 겉으로만 지지한 비효과적 정책에서 벗어나 현실적인 해법을 고민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전기차 보조금의 ‘늪’에서 벗어나기까지는 아직 많은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의 재생에너지 지원 중단
여전히 “녹색에너지는 좋은 것이므로 녹색에너지 보조금도 좋다”고 말하는 이들이 있다. 하지만 이런 논리는 과거 소비에트연방의 경제 정책과 매우 비슷하다. 풍력발전기와 태양광 시설 등의 투입 자체만 중요하게 생각한다. 탄소 배출량 증가와 인위적으로 늘어난 에너지 소비 같은 현실적인 문제는 무시한다.
미국은 세계 탄소 배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줄어들고 있다. 미국의 ‘넷 제로’ 목표는 기후변화에 별다른 도움이 되지 않는다. 게다가 미국의 넷제로 정책은 미국 내 탄소 배출을 줄이는 대신 해외로 산업을 이전시켜 실제로는 글로벌 탄소 배출량을 늘리는 부작용을 낳았다.
필자는 오랫동안 이런 비현실적인 정책의 문제점을 비판해 왔다. 그런데 2022년 어느 날 민주당의 베테랑 정치인이자 조 바이든 정부 고위 관리를 만난 자리에서 새로운 사실을 깨달았다. 늘 하던 대로 녹색 보조금을 비판하자 그는 “결국 탄소 가격 부과(탄소세)가 다시 정책의 중심이 될 것”이라고 답했다. 더 놀라운 것은 공화당은 ‘탄소국경세’에 관심을 보인다는 것이다.
민주당 지도부는 비효율적인 녹색 보조금 정책이 한계에 다다랐다는 것을 알고 있다. 이제 진짜 정책인 탄소세가 다시 논의의 중심에 돌아오길 기다리고 있다. 탄소세는 일종의 소비세다. 트럼프가 좋아하는 수입 관세와 비슷한 성격이다.
효과 없는 기후 정책
지난해 미국과학진흥협회(AAAS)의 권위 있는 학술지는 기후정책 실험이 실패했다고 분명히 밝혔다. 이유는 간단하다. 세계 각국이 녹색에너지산업에 무조건 지원하는 것이 실제 탄소 배출 감소로 이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오바마 정부 시절 고위 관료인 피터 오르자그 역시 “재생에너지 확대는 화석연료를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기존 에너지 소비에 추가될 뿐”이라고 결론지었다. 이런 상황은 충분히 예견할 수 있는 낭비였다.
일부 환경주의자는 이런 현실을 끝까지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다. 기후 문제의 심각성에도 비현실적 정책이 유지되는 것은 기후 문제가 아직도 이론적이고 추상적으로 느껴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과정이 미국인이 중시하는 일자리와 경제 성장에 끼친 피해는 막대하다. 오바마 행정부가 만든 선호 위장의 결과는 효과 없는 기후정책에 수조달러를 허비한 것이다.
원제 ‘End of a Green Delus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