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분쟁 발생하면 근로자 입증 책임 '勞 → 使 전환'
퇴직금 등 줄소송 예고 … 노동계조차 "해결책 아냐"
3월 10일부터 시행된 노란봉투법(노동조합법 개정안) 여파로 산업계 현장 곳곳에서 교섭 요구가 빗발치는 가운데 5월에는 '근로자 추정제'가 입법화될 가능성이 커졌다.
노란봉투법이 하청 노조가 원청 사업자와 직접 교섭을 하도록 허용한 것이라면, 근로자 추정제는 민사소송 등에서 배달 라이더나 학습지 교사, 보험설계사 등을 일단 근로자로 의제하는 것을 의미한다. 프리랜서·특수고용직(특고) 등 고용 형태가 불분명한 노무 제공자를 원칙적으로 근로자로 간주하고, 근로자가 아니라고 입증할 책임은 사용자에게 지우는 제도다. 이렇게 되면 각종 소송의 문턱이 크게 낮아질 수 있다.
기존의 고용 관계를 뿌리부터 흔드는 근로자 추정제는 이르면 5월 중 국회 문턱을 넘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근로자 추정제는 '일하는 사람 권리에 관한 기본법' 제정안과 병행 추진 중이며 이재명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기도 하다. 실질적으로는 근로자지만 프리랜서로 일하며 노동자 권리를 침해당하는 문제점을 해결하겠다는 취지에서 출발했다. 그러나 선의로 시작한 제도라고 해도 상당한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는 우려가 산업계와 법조계를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다. 입증책임 전환에 따른 소송 폭증, 보험업계 등 특고 비중이 높은 산업의 부담 급증, 노동시장 경직화 가능성 등이 거론된다.
정작 노동계 내부에서도 반발이 나오고 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은 "근본적인 해결과는 거리가 멀다"며 "근로기준법상 근로자 정의 개정이 없는 입법에 반대한다"고 밝혔다. 민주노총은 "특고·플랫폼 노동자는 근로자로 인정받기 위해 노동관서 신고와 노동위원회 구제 신청, 법원 소송 등 법적 절차를 먼저 제기해야 하고 분쟁 없이는 여전히 근로자가 아니다"며 "이는 권리 보장이 아니라 또 다른 진입 장벽"이라고 주장했다.
근로자 추정제가 노란봉투법처럼 '개문발차(開門發車)' 형태로 진행돼 노사 어느 쪽도 만족하지 못하는 제도가 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오는 가운데 입법 시계는 5월 1일 노동절에 맞춰 빠르게 돌아가기 시작했다.
[최예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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