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보노디스크, 멧세라 인수전 참전…화이자 "무모하고 불법적" 강력 반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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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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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비만 치료제 시장의 패권을 둘러싼 빅파마 간 경쟁이 인수합병(M&A) 전선으로 확대되고 있다. 덴마크 노보노디스크가 미국 바이오 기업 멧세라를 인수하겠다며 화이자가 앞서 제시했던 금액을 훌쩍 뛰어넘는 ‘역대급’ 제안을 내놓으면서다. 비만약 파이프라인을 하나라도 더 확보하려는 빅파마들의 경쟁은 갈수록 치열해질 전망이다.

노보노디스크, 화이자 제안 능가하는 '초강수'

사진=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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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현지시간) 노보노디스크는 멧세라를 주당 56.50달러로 총 65억달러(약 9조3000억원)에 인수하겠다고 공식 발표했다. 여기에 임상 및 규제 성과를 달성할 경우 최대 25억달러를 추가 지급하겠다는 조건부 가격청구권(CVR)을 함께 제시했다. 멧세라 인수 금액으로 최대 90억달러(약 12조8000억원)를 제시한 것이다. CVR 조건이 충족되면 노보노디스크의 멧세라 주당 인수가격은 최대 77.75달러로 앞서 화이자의 최대 제안가(70달러)보다 11% 높다.

화이자는 즉각 반발했다. 이날 노보노디스크가 제안한 최대 인수액이 화이자가 지난 9월 제시한 최대 73억달러(약 10조4000억원)를 크게 뛰어넘으면서다. 이날 화이자는 노보노디스크의 인수 제안에 대해 “무모한 행동”이라며 “시장의 지배적 지위를 남용해 미국의 유망한 도전 기업을 인수해 경쟁을 억제하려는 시도”라는 공식 성명을 냈다. ‘미국의 유망한 도전 기업’, ‘경쟁을 억제하려 한다’ 등의 표현을 강조하며 외국 기업이 비만약 시장을 독점하려 한다는 뜻을 내비쳤다. 특히 공식 성명에 “반독점법을 우회하려는 방식으로 구조화됐다”며 법적 대응도 시사했다.

멧세라는 이번 인수 제안으로 기존 파트너인 화이자가 제안 내용을 수정할 수 있는 나흘 간의 협상 기간을 갖게 됐다. 협상 이후 멧세라가 노보노디스크의 손을 들어준다면 화이자와의 계약은 종료된다. 노보노디스크가 인수전 막판에 화이자를 궁지에 몰아넣는 ‘초강수’를 던진 것이다.

비만약 시장 경쟁 심화되자 위기의식

노보노디스크, 멧세라 인수전 참전…화이자 "무모하고 불법적" 강력 반발

멧세라는 글루카곤유사펩타이드(GLP)-1 계열의 월 1회 주사형 비만 치료제 후보물질 등을 보유하고 있다. 이 때문에 비만 파이프라인을 하나라도 더 구축하려는 빅파마들의 핵심 표적이 됐다. 글로벌 비만약 시장이 급속도로 커지면서다. 앞서 모건스탠리는 지난해 150억달러(약 21조4000억원) 규모였던 글로벌 비만약 시장이 2030년엔 1000억달러(약 142조5000억원)까지 커질 것으로 예상하기도 했다.

이번 인수제안은 위고비를 앞세워 비만약 시장을 선점했던 노보노디스크의 위기 의식이 크게 작용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일라이릴리의 마운자로가 지난해부터 글로벌 시장을 잠식해 나갔기 때문이다. 일라이릴리는 최근 실적 발표에서 자사 제품이 시장 점유율 58%를 확보하고 있다고 밝히며 노보노디스크를 자극하기도 했다.

이같은 시장 상황에 최근 취임한 마이크 두스트다르 노보노디스크 최고경영자(CEO)는 공격적인 공격적인 M&A 행보를 보이고 있다. 두스트다르 CEO는 취임 직후 수천명의 직원을 감원한 데 이어, 최근엔 미국 희귀질환 치료제 개발사인 아케로테라퓨틱스를 52억달러(약 7조4000억원)에 인수하는 최종 계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자레드 홀츠 미즈호 애널리스트는 “노보노디스크의 이같이 강하게 치고 들어오는 모습은 최근 제약 업계에서 보기 드문 일”이라고 분석하기도 했다.

노보노디스크의 인수 제안에 멧세라 주가는 폭등했다. 30일 뉴욕증시에서 멧세라 주가는 장중 전거래일 마감가와 비교해 25.86% 폭등한 66.10달러를 기록하기도 했다. 지난 1월 나스닥 상장한 이후 최고가다. 제약업계에서는 이번 멧세라 인수전이 향후 비만약 시장의 판도를 가를 중요한 분수령이 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페르 한센 노르디넷 이코노미스트는 “노보노디스크가 본격적으로 힘을 과시하고 있다”며 “파이프라인 확장에 전력을 다하고 있고 그만큼 재정적 여력을 상당 부분 투입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송영찬 기자 0ful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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