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상의 나라에서 도서 검열이라니”…시민들 지식 보물창고 지키는 이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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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도서관협회는 내년 창립 80주년을 맞으며, 일부 보수 및 종교 단체의 도서관 도서 검열 문제가 업계의 가장 큰 어려움이라고 밝혔다.

곽승진 회장은 도서관의 질적 성장을 위해 규모가 큰 도서관의 거점화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하며, 이를 통해 도서관이 복합 문화 공간이자 지역 공동체의 허브로 발전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정부의 독서 및 도서관 관련 예산 삭감으로 인해 도서관의 문화 프로그램 운영이 타격을 받고 있으며, 이러한 상황 속에서 협회는 국회와 함께 도서관 관련 정책 토론회를 개최하는 등 노력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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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승진 한국도서관협회장
전국에 도서관 2만2천곳
年이용자 2억명 핵심 공간
도서관 예산 삭감 안돼
미래 위한 투자 늘려야

곽승진 한국도서관협회 회장이 국립중앙도서관에서 책을 펼친 채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이충우 기자]

곽승진 한국도서관협회 회장이 국립중앙도서관에서 책을 펼친 채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이충우 기자]

한국도서관협회는 1945년 8월 15일 광복 이후 15일 만에 세워져 내년 창립 80주년을 맞는다. 도서관은 격동의 시기에도 대한민국과 함께 시작하고 성장해왔다.

서울 반포동 국립중앙도서관에서 만난 곽승진 한국도서관협회 회장(충남대 문헌정보학과 교수)은 도서관의 현주소와 미래 비전을 들려줬다.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 이후 논란이 된 ‘도서관 검열’ 문제는 현재진행형이다. 곽 회장은 이 문제를 도서관 업계의 가장 힘든 점으로 꼽았다. 그는 “일부 보수 및 종교단체가 도서관 도서에 대한 검열, 폐기, 열람 제한 요구를 계속하고 있다”며 “이는 지적자유 침해”라고 말했다. 협회의 지적자유위원회에서 가이드라인을 만들고 사례 조사 등 지속적인 모니터링을 하고 있다.

곽 회장은 “어떤 책의 일부분이 선정적일 수 있으나 그 책을 읽거나 읽지 않을 권리는 전적으로 독자에게 있다”며 “책을 선정할 때 도서관마다 선정위원회를 두고 심의하는 과정을 거치는데, 도서 검열은 도서관 사서의 자유로운 도서 선정권을 훼손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충남도의회가 ‘반사회적·반인륜적 도서의 제한’을 명분으로 내세우며 이른바 ‘금서 조례’를 추진해 논란이 된 적이 있다.

곽 회장은 이제 도서관의 질적 성장을 도모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질적 성장은 도서관을 하나의 복합 문화 공간이자 지역 공동체의 허브로 만드는 것에 달려 있다. 규모가 큰 도서관의 거점화 전략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는 “이제 도서관의 규모가 어느 정도 커야지만 허가를 내주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면서 “앞으로 도서관은 ‘작은 도서관’에서 2시간 머물며 책을 읽고 공부하는 곳이라기보다는 복합 문화 공간으로서 다양한 독서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5시간 이상 머물며 소통하면서 사서의 도움을 받아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곳으로 변모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예컨대 청주시립도서관이 리모델링 이후 재개관하자 이용자가 4배 이상 증가했다”며 “이제 도서관도 고급화 및 거점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전국에는 작은 도서관까지 포함해 총 2만2000여 곳의 도서관이 있다. 이 중 지방자치단체나 교육청이 운영하는 공공도서관은 작년 기준 1271곳으로 평균 소장 도서가 9만7608권 수준이다. 미국은 9000여 곳, 영국 3000여 곳, 일본이 3300곳 이상의 공공도서관을 운영 중이다.

곽승진 도서관협회 회장. [이충우 기자]

곽승진 도서관협회 회장. [이충우 기자]

곽 회장은 “작년 국내 공공도서관 이용자 수는 약 2억200만명으로 박물관, 미술관, 영화관, 야구장과 비교할 때 가장 이용자 수가 많다”며 “도서관에 대한 투자는 곧 시민 삶의 질을 높인다”고 말했다.

하지만 올해 정부가 독서·서점·도서관·출판 관련 예산을 대폭 삭감하며 어려움에 처했다. 올해 문화체육관광부는 ‘도서관 정책 개발 및 서비스 환경 개선’ 예산을 지난해에 견줘 52억4000만원, ‘도서관 기반 조성’ 예산을 30억원 넘게 삭감했다. 기반 시설 확충뿐 아니라 도서관의 핵심 활동인 각종 문화 프로그램 운영이 타격을 받게 됐다. 이 같은 예산 삭감은 내년에도 계속될 전망이다.

아울러 서울시뿐 아니라 고양시, 동두천시 등이 공립작은도서관 지원 축소 및 폐관을 추진하고 있다. 곽 회장은 “공립작은도서관은 아파트 단지 등 근거리 주민을 위한 모세혈관 같은 기관”이라며 “핵가족을 넘어 핵개인의 시대에 사회적 관계를 형성하고 외로움을 해소할 수 있는 공간으로서 적극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곽 회장은 “올해 협회는 공공도서관은 물론 작은 도서관의 어려운 상황을 돕기 위해 ‘길 위의 인문학’ 사업을 유치해 700개 기관에 70억원 규모 인문학 프로그램을 추진했다”면서도 “이러한 협회의 노력이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 내년에는 국회와 함께 도서관 관련 정책토론회를 개최하는 등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도서관의 예산 삭감은 결국 도서구입비 감소로 이어지는데 이는 이용자들이 독서를 제대로 할 수 없을 뿐 아니라 출판 시장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도서구입비 확충은 미래를 위한 투자로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작년 7월 취임 이후 곽 회장은 자신의 성과로 2년여간 유명무실화된 대통령 소속 국가도서관위원회를 재구성한 점과 42년째 동결돼 있던 사서 수당을 인상한 점을 꼽았다. 국가도서관위원회를 재구성해 도서관 정책에 관한 주요 사항을 수립·심의·조정했고 국립중앙도서관장이 2년여간 공석이었는데 지난 6월 임명되도록 힘썼다. 앞으로 그는 세계 도서관 올림픽으로 불리는 세계도서관정보대회(WLIC)를 2026년 국내에서 유치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2006년 서울 개최 이후 20년 만이다.

그는 “K팝, K무비, K문학을 넘어 K라이브러리를 통해 K컬처가 완성될 수 있도록 하겠다”며 “한국 도서관의 우수한 서비스와 프로그램을 ‘K라이브러리’로 브랜딩해 해외에 알리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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