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문학상 오르한 파묵 “대통령에 화난 한국인 존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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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키의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 오르한 파묵이 14년간 그린 그림 일기장이자 자전적 에세이 '먼 산의 기억'이 국내 출간됐다.

그는 여전히 매일 8-10시간씩 글을 쓰며, 집요함, 상상력, 자아비판, 간결한 글쓰기 등을 작가로서의 비결로 꼽았다.

또한, 급변하는 세상에서도 자신을 믿고 꾸준히 글을 쓸 것을 독자들에게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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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비판 두려울 때 있지만 노벨상이 보호”
14년간 몰스킨 공책에 쓴
그림일기 ‘먼 산의 기억’ 출간
매일 10시간씩 글쓰기 행복
“부끄럽더라도 계속 쓰세요
또다른 나와 세상 발견할것”

튀르키예 이스탄불 작업실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는 오르한 파묵. <민음사>

튀르키예 이스탄불 작업실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는 오르한 파묵. <민음사>

단어들이 굵은 빗방울처럼 하늘에서 쏟아진다. 단어인지 비인지 모를 것들이 바다를 적시고 먼 산을 뒤덮는다. 2013년 8월 31일 토요일 오르한 파묵(72)은 몰스킨 공책 양면에 걸쳐 넘실대는 마음을 파도에 실으면서 그렸다. 이스탄불에서 가장 경치가 좋은 보스포루스 해협이 보이는 작업실에서였다. 2016년 어느 날에도 그의 풍경화엔 어김없이 배가 등장하고 먼 산이 보인다. 2009년부터 14년간 매일 쓰고 그렸던 그림 일기장이자 자전적 에세이인 ‘먼 산의 기억’(민음사)이 최근 국내에서 출간됐다. 페이지마다 바다와 거리를 그린 풍경화와 빼곡한 글씨가 세밀화처럼 소설가의 다감한 내면을 담아낸다.

파묵은 최근 서면으로 진행된 국내 언론과의 공동 인터뷰에서 손바닥만 한 몰스킨 공책을 사용한 이유를 묻자 “제 호주머니에 쏙 들어가기 때문”이라며 “기차를 타고 갈 때, 식사할 때도, 누군가를 기다릴 때, 아내와 외출을 하려고 할 때 그녀를 기다리면서 노트를 한다”고 말했다.

틈새 시간을 놓치지 않고 활용한 덕분에 한 권의 근사한 책이 탄생한 셈이다.

스웨덴 한림원은 2006년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로 튀르키예 작가인 파묵을 선정했다. 당시 54세였다. 그는 한강의 노벨문학상 수상에 대해 “축하의 인사를 보낸다”며 “‘채식주의자’를 읽었다. 튀르키예어로 번역된 그녀의 작품들을 구입했는데 곧 읽을 것”이라고 말했다.

“노벨 문학상을 받던 해에 저는 소설 ‘순수 박물관’을 쓰고 있었습니다. 절반 정도 썼을 때였답니다. 하지만 저는 상을 받은 후에도 간극을 두지 않고 계속 썼습니다. ‘순수 박물관’은 지금 제 작품 가운데 튀르키예에서 가장 인기 있는 소설이지요. T.S. 엘리엇이 노벨 문학상을 받은 후 좋은 작품을 쓰지 못했다는 말을 한 것 같은데, 저는 그렇지 않습니다.”

오르한 파묵이 2013년 어느날 그린 풍경과 길가에 새긴 문장들. <오르한 파묵 제공>

오르한 파묵이 2013년 어느날 그린 풍경과 길가에 새긴 문장들. <오르한 파묵 제공>

보스포로스 해협이 보이는 이스탄불 작업실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는 오르한 파묵. <민음사 제공>

보스포로스 해협이 보이는 이스탄불 작업실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는 오르한 파묵. <민음사 제공>

‘바늘로 우물파기’라는 글쓰기 정신으로 명성이 높은 그다. 그는 지금도 매일 8~10시간씩 책상에 앉아 글을 쓴다고 했다.

“제가 질투하는 유형의 작가들이 있는데 그건 하루에 서너 시간을 쓰고 나머지 시간에는 다른 일을 하는 사람들입니다. 저는 그런 류의 사람이 아닙니다. 아니 될 수가 없습니다. 저는 제가 쓴 것들이 마음에 들지 않아 제 자신과 싸움을 합니다.”

그는 작가로서의 비밀에 대해 “집요함, 상상력, 자아비판, 장황하게 쓰지 않고 줄이기, 그리고 제 아내, 친구들에게 그때까지 쓴 것들을 보여 주고 그들의 생각을 듣는 것, 다시 쓰는 것”이라고 말했다.

튀르키예의 권위주의적 정치 상황에 대해 파묵은 침묵하지 않았다. 그 결과 거리를 나설 때면 경호원을 대동해야 한다.

“사람들은 제가 용감하다고 말하는데, 어쩌면 약간 용감할 수도 있겠지만 과장하지는 말았으면 좋겠습니다. 저도 두려울 때가 있습니다. 튀르키예 대통령은 많은 작가를 감옥에 넣었는데, 아마도 노벨 문학상이 저를 보호해 주는 것도 같습니다.”

그는 한국의 탄핵 정국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지금 한국에서는 국민의 75%(탄핵 찬성 여론)가 대통령에게 화를 내고 있지요. 제가 한국에 있었다면 이 상황을 노트에 적겠지요. 그런데 시간이 흐르면 모두 잊고 맙니다. 그때는 아무도 제가 쓴 것들을 읽고 싶어하지 않을 수도 있지요. 정치적 분노 같은 것들도 수첩에 적지만, 이러한 내용은 모든 사람이 쓰는, 즉 독창적인 것이 아니기 때문에 얼마 지나지 않아 예전의 것이 된답니다. 그리고 참, 한국인들 75%의 바람에 존경을 표합니다, 한국인들이 원하는 것을 얻길 바랍니다.”

책 속에 풍경화를 보다보면 그가 글과 그림에 모두 뛰어난 작가라는 사실이 실감난다. 그는 실제 스물 두살 때까지 화가 지망생이었다. 그는 “아무도 내 그림을 보지 않았으면 해서 공책에 그렸다”고 고백했다. 둘의 차이에 대해 글은 합리적 이성을 바탕으로 쓰고, 그림은 손이 저절로 그리는 무의식의 발로라고 말했다. 근황을 묻자 “소설 ‘순수 박물관’이 현재 넷플릭스 드라마로 촬영중”이라며 “요즘에는 ‘첫사랑’이라는 제목의 소설을 쓰고 있는데, 잠시 쓰고 있지 않지만 완결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급변하는 세상에서 나 자신을 잃기 쉽고, 포기가 빠른 시대다.

“자기 자신을 믿기 바랍니다. 공책과 홀로 남으세요. 아무에게도 보여 주지 말고 부끄럽더라도 계속 쓰십시오. 글을 쓰는 동안 서서히 내 안에 있는 또 다른 나를 발견하게 될 것입니다. 다른 시각으로 세상을 보게 될 것입니다.”

이스탄불 작업실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는 오르한 파묵. <민음사 제공>

이스탄불 작업실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는 오르한 파묵. <민음사 제공>

작업실에서 소설을 구상중인 오르한 파묵. <민음사 제공>

작업실에서 소설을 구상중인 오르한 파묵. <민음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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