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 취임 9일만에 재계 회동
MB·朴 보수정권보다 빨라
삼성·SK·현대차 등 참석
G7 출국 앞두고 의견 청취
이재용 "전통산업에 AI 접목
다음세대 먹거리 발굴 주력"
李, 경제안보 긴급점검회의
"이스라엘 교민 피해 파악
경제충격 없게 철저 관리를"
◆ 이재명 시대 ◆
이재명 대통령이 취임한 지 9일 만에 재계와 공개 회동을 한 것은 친노동·반기업이라는 재계 일각의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한 행보로 풀이된다. 이 대통령은 지난 대선 기간 근로시간 단축, 노란봉투법 입법 등 친노조 정책을 밝히며 노동자 표심에 구애했다.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의 엄격한 시행 등도 노동계 목소리를 반영한 행보였다. 그러나 실제로 대통령에 취임한 후 노동계보다 재계를 먼저 만나며 규제 완화와 정책 지원을 강조했다.
앞선 더불어민주당 정권에서 문재인 전 대통령이 취임한 지 이틀 만에 첫 공식 외부 일정으로 인천국제공항공사를 찾아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 정책 추진 방침을 밝히고 재계와의 만남은 78일만에야 이뤄진 것과 대비되는 모습이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13일 이 대통령과 재계 간 만남을 마친 후 브리핑에서 "간담회는 대통령 취임 후 경제계와의 첫 회동으로 G7(주요 7개국) 정상회의 참석을 앞두고 우리 경제의 가장 시급한 도전 과제인 글로벌 통상 위기 극복을 위한 재계 목소리를 청취하기 위해 마련됐다"고 설명했다.
역대 정부 사례를 살펴봐도 대통령이 취임한 지 열흘도 안된 시점에 재계와 만남이 이뤄진 것은 이례적이다. '비즈니스 프렌들리 정부'를 내세웠던 이명박 전 대통령도 재계와 회동은 취임한 지 64일 만에 이뤄졌다. 또 다른 보수 정권 대통령인 박근혜 전 대통령은 취임한 지 6개월 만에 재계와 첫 만남을 가졌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취임 5개월 뒤 재계 총수들과 청와대 인근 삼계탕집에서 회동했다.
아울러 이 대통령이 다음주 참석할 G7 정상회의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비롯해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 등 주요국 정상들이 참석하는 점도 재계와 만남을 서두른 배경이다.
이 대통령은 이날 간담회에서 기업을 바라보는 시각을 여러 차례 피력했다. 이 대통령은 "국민의 먹고사는 문제가 제일 중요하고 그 핵심이 경제"라면서 "경제의 핵심은 바로 기업"이라고 강조했다. 또 "정부가 각 기업들이 경제성장에 기여하고 사업을 잘 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협조하는 게 제일 중요하다"며 "규제를 합리화하는 것을 포함해 국가 경제에 도움이 되는 것이라면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통상 위기 상황에 공동 대응하기 위한 정부·기업의 팀 플레이를 강조했다. 강 대변인은 "이 대통령이 정부와 기업이 함께 뛰는 원팀 정신을 강조했다"며 "기업인들 역시 미국의 통상 압박은 개별 기업의 노력만으로는 헤쳐나가기 어려운 과제인 만큼 민관이 합동으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고 전했다.
실제 기업인들도 이날 편안한 분위기 속에 비교적 솔직하게 의견을 전달했다. 재계 1위인 삼성전자의 이재용 회장은 "혹자는 지금이 IMF 위기에 버금가는 국난의 시기라고 한다"며 "그러나 우리나라는 수많은 위기를 극복하면서 이 자리까지 성장한 만큼 이번 위기도 대통령의 리더십을 중심으로 민관이 힘을 합친다면 반드시 극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위기 극복을 넘어 미래 먹거리 발굴에도 주력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당장의 위기를 이겨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20년, 30년 뒤 다음 세대의 먹거리를 준비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삼성은 인공지능(AI)과 반도체, 바이오 투자를 늘리고 있는데 전통 산업에도 AI를 접목해 생산성을 높이고 이를 통해 고임금 일자리를 더욱 창출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겸 SK그룹 회장은 이 대통령에게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 대한 지원을 요청했다. APEC 정상회의는 오는 11월 경북 경주시에서 열리며 최 회장은 APEC CEO 서밋 의장이다. 그는 이날 "(APEC 정상회의에) 1700개 해외 기업을 유치하려 한다"며 "최근 이 대통령이 미국, 일본, 중국 정상과의 통화에서 APEC 정상회의 참여를 요청한 만큼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 대통령은 이날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과 관련한 경제안보 긴급 점검회의를 주재하고 "제일 중요한 건 우리 국민의 생명과 안전의 문제"라며 "현지 우리 교민의 상황을 잘 파악해 피해가 있는지, 피해 예방을 위해 어떤 조치가 필요한지 챙겨달라"고 지시했다. 이 대통령은 유가와 환율, 주가 변동 등이 커지는 점을 언급하면서 "안정화 국면을 지나고 있던 우리 경제가 불안한 상태로 빠지고 있는 것 같다"며 "외부 충격 때문에 우리 경제가 큰 피해를 보지 않도록 관리·감독을 철저히 해 달라"고 말했다.
[오수현 기자 / 정승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