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넌 절대 안 돼"…中 쉬인의 멀어지는 런던 상장의 꿈

4 weeks ago 13

[EU있는경제]
유동성 문제 겪는 런던증시 입성 노렸던 쉬인
최근 영국 물류창고 부지 탐색 작업 중단키로
투명치 못한 재무·운영에 탐탁치 않은 청문회까지
"거세지는 비난 여론…상장 논하기엔 이르다"

  • 등록 2025-02-12 오전 10:16:36

    수정 2025-02-12 오전 10:16:36

[런던=이데일리 김연지 기자] ‘아무리 그래도…넌 아니야.’

미국을 피해 영국 런던증권거래소 상장을 추진 중인 중국 패스트패션 플랫폼 ‘쉬인’을 바라보는 영국 자본시장 관계자들의 속마음이 이럴 것이다. 유동성 부족 문제로 기업들이 잇달아 런던증시를 떠나고 있지만, 그 빈자리를 중국 기업이 메우는 것은 말도 안 된다는 주장이 힘을 받고 있다. 중국에 대한 서방 국가의 견제가 심화하고 있어 정치적으로 민감한 이슈가 될 수 있는데다가 쉬인의 열악한 노동환경과 환경 오염 논란, 영국에 상장하기엔 터무니없이 낮은 재무 투명성 등으로 영국 금융 시장의 위상이 지금보다 더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중국 쉬인이 런던증시 입성을 목표로 관련 작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그러나 영국 자본시장에서의 반응은 좋지 못하다.

12일 현지 업계에 따르면 쉬인은 최근 영국 물류 창고를 세우기 위한 부지 탐색 작업을 아예 중단했다. 지난해 하반기 영국 부지 탐색을 일시적으로 중단한지 6개월 만이다. 미국의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산 제품에 고율 관세뿐 아니라 미국 소비자들이 해외에서 구매한 소액 물품에 대해 세금을 부과하기로 한 점이 큰 타격을 준 것으로 보인다.

쉬인은 지난 2008년 설립된 중국 기반의 패스트패션 기업이다. 여성복과 남성복, 아동복, 액세서리 등 다양하면서도 트렌디한 패션 아이템을 저렴한 가격에 판매하며 젊은층에게 큰 인기를 얻었다. 세계 전역에 제품을 공급한다는 목표로 물류 네트워크를 확장해온 쉬인은 지난 2023년 60조원에 육박한 매출을 기록했다.

쉬인과 같이 전 세계를 무대로 삼는 패스트패션 기업에게 물류창고를 비롯한 물류 네트워크는 핵심 중에서도 핵심이다. 효율적인 배송으로 서비스의 퀄리티를 높이는 동시 비용절감 효과까지 볼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미국을 피해 영국에서 기업공개(IPO)를 추진한 쉬인의 경우 금융 중심지라는 상징성뿐 아니라 유럽 물류 인프라 구축, 현지 시장 대응 강화 등의 측면에서 영국에 물류 창고를 세우려 했던 것으로 분석된다.

쉬인은 실제 지난해부터 영국 내 1만 7000평 규모의 물류 창고를 세울 수 있는 부지를 보러 다녔다. 회사는 지난해 하반기 일시적으로 부지 탐색을 중단했지만, 영국 중부에 위치한 미들랜드 지역만큼은 눈여겨 봤다는 게 외신들의 설명이다. 이 밖에도 쉬인은 원활한 상장을 위해 기업가치를 기존 660억달러에서 500억달러로 160억달러(약 23조원) 가량 대폭 낮춰잡기도 했다.

현지 정치권과 자본시장에선 쉬인의 이러한 움직임을 반기지 않고 있다. 우선 영국 의회 상무무역위원회는 쉬인의 중국 제조 공장에서 이뤄지는 취약한 노동 관행과 공급망 내 강제노동에 대한 우려를 제기하며 지난달 관련 청문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 참석한 쉬인 측 변호인은 일부 질문에 대답을 회피하면서 의원들의 분노를 샀고, 여론은 더욱 악화했다.

자본시장에서도 쉬인의 런던증시 입성을 달갑게 보지 않고 있다. 쉬인의 상장이 런던 증시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는 있겠으나, 논란이 많은 기업을 받아들이면서 영국 금융시장의 신뢰도를 해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특히 쉬인은 지정학적 리스크에 취약한 기업인 만큼, 일반 투자자들이 거래하기에 안정적이지 못하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여기에 회사는 재무 및 운영 투명성이 낮다는 지적을 받아온 기업이기 때문에 기업 투명성에 대한 영국의 깐깐한 기준을 맞추기 어려울 것이란 의견도 나온다.

현지 자본시장 한 관계자는 “쉬인이 500억달러의 기업가치로 런던 증시에 입성할 경우, 이는 (규모상 런던 증시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꼽히는 IPO가 된다”면서도 “이러한 타이틀을 빼고 보면 쉬인을 유치하는 것은 런던증시에 큰 악영향을 줄 소지가 다분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지정학적 리스크가 크고, 재무적으로나 운영상 신뢰하기 어려운 기업의 증시 입성을 누가 반기겠느냐”며 “영국 금융감독청도 기업이 투자자에게 제공하는 정보의 투명성을 중요하게 본다. 상장 여부를 논하기에는 준비되지 않은 점들이 너무 많다”고 덧붙였다.

Read Entire Artic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