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임 행장 취임 후 시행나설 듯
20개 그룹수 줄여 의사소통 강화
우리은행이 새 은행장 취임 후 첫 인사에서 조직 간소화와 부행장 숫자 감축에 나선다. 그동안 발생한 여러 내부통제 실패 사례나 전임 회장 친인척에 대한 부당대출 등이 모두 업무가 과도하게 분산되며 집중도가 떨어지고, 효율성도 저하됐기 때문이라는 판단에서다.
11일 금융계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최근 조직별 업무 중복 현황 등에 대해 파악 중이다. 현재 우리은행은 2부문 20그룹 9본부로 구성돼 있는데, 이 중 업무가 중복되거나, 합쳐야 더 효율적인 조직의 경우 통합을 할 것으로 보인다.
그룹 통폐합에 따라 부행장 수도 확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우리은행에는 20여명의 부행장이 개인그룹, 자산관리그룹, 기관그룹 등 20개의 그룹을 이끌고 있다. 두 개의 그룹이 하나로 통합됐을 때 어떤 부행장이 남게 될지를 두고는 성과, 평판, 연령, 근속연수 등이 종합적으로 고려될 것으로 보인다.
우리은행의 조직 간소화는 정진완 행장 내정자의 개혁 구상과도 궤를 같이한다. 정 내정자는 “부끄러운 얘기지만, 조직이 비대하고 임원이 너무 많다는 지적이 있다”며 “우리 중심이 아니라 고객 중심으로 조직을 개편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그는 “중소기업부장으로 일하면서 (업무간·직책간) 충돌하는 부분을 현장에서 느꼈다”고 말했다.
우리은행 내부에선 민영화한 지 얼마 안 된 조직 특유의 느린 의사결정이 급변하는 금융환경에 대응하지 못하게 한다는 비판 목소리가 있어 왔다. 일례로 인터넷뱅크가 2016년 출범했음에도 우리은행은 지난달에서야 그룹사 핵심 서비스를 한데 모은 유니버설뱅킹앱을 내놓았다. 경쟁 은행과 비교해서도 환경 변화 대응이 느렸다는 지적이다. 그룹 통폐합을 통해 조직을 가볍게 만든다면 급변하는 디지털 금융 환경에서 새로운 서비스를 내놓는 데도 속도가 붙을 것으로 관측된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각종 규제가 강화되는 것도 조직 간소화 필요성을 키웠다. 올해만 보더라도 가계대출 관련 대책이 쏟아지는데 대응이 늦었다는 지적이 있었다. 그룹 통합을 통해 의사결정 체계를 간소화할 수 있다면 금융당국의 규제에도 보다 탄력적으로 대처할 수 있을 것이란 판단이다.
조직의 슬림화는 은행 내 소통 활성화와 내부 통제 강화에도 일정 부분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우리은행은 손태승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 친인척에게 수백억원대 부당대출을 내준 사실이 밝혀지며 검찰 수사를 받고 있다. 은행 차원에서 부당대출 인지 시점이 늦었던 이유로 커뮤니케이션 부재에 따른 내부 통제 비작동이 꼽힌다. 조직 수를 줄이면서 그룹 간 장벽을 허물면 문제 상황 발견과 보고도 보다 빨리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