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영수 전 LG엔솔 부회장이 말하는 경영론
“자기 과신하면 실패…도움받는 것도 능력”
평사원으로 입사해 LG그룹 2인자까지 올라섰던 ‘샐러리맨 신화’ 권영수 전 LG에너지솔루션 대표이사 부회장의 별명은 ‘권 대리’였다. LG전자 최고재무책임자(CFO) 재임 시절부터 대리처럼 세세한 것까지 다 물어본다는 이유에서 붙여진 별명이다.
그가 디테일에 집착한 이유는 금성사 부장일 때 야심 차게 맡았던 게임기(3DO) 개발 사업에서 얻은 실패 경험 때문이다. 회사를 그만둬야 하는 위기까지 몰리며 배웠던 철저함과 치열함이라는 덕목은 세계 시장에서 맞닥뜨린 승부처에서 LG그룹의 강력한 힘이 됐다.
현재 LG에너지솔루션의 고문으로 활약 중인 권 전 부회장의 저서 ‘당신이 잘되길 바랍니다’에는 재직 45년간 굴곡과 영광이 함께했던 그의 회사 생활 스토리가 담겼다. 위기에 처했던 LG디스플레이, LG화학 전지사업본부(현 LG에너지솔루션)의 최고경영자(CEO)를 맡아 세계 1위 회사로 성장시키며 깨우친 경영철학뿐 아니라, 인사에서 미끄러지고 신사업에 실패했던 경험에서 추출한 교훈까지 책은 아우른다.
저자는 재무통이라는 한계를 극복하고 CEO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던 비결을 세 가지로 설명한다. 사업의 본질을 파악해 ‘승부처’를 찾고, 인재를 육성·유치한 뒤, 그들의 마음을 얻는 것이다. 진부하게 들리지만 그가 LG디스플레이와 LG에너지솔루션 CEO로 재직했던 당시 에피소드를 들여다보면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직원들은 디스플레이·배터리 사업에 문외한이었던 CEO를 처음에는 탐탁지 않게 생각했다. 그는 문을 적극 두드렸다. 평일 5일 중 4일을 공장이나 개발 부서를 찾으며 직원들의 애로 사항을 청취해 현장의 문제를 파악했다. 사업 전문가들을 초빙해 ‘과외’도 받았고, 독선에 빠지지 않기 위해 커뮤니케이션 코칭도 받았다. LG디스플레이에서는 ‘출근하고 싶은 직장 만들기’ 프로젝트로 직원들의 사기를 북돋았다. 그의 노력으로 2011년 세계 1위 회사로 성장한 LG디스플레이는 포춘코리아에서 주관하는 ‘그레이트 워크플레이스’에서 종합대상을 받기도 했다.
LG그룹에서 15년간 CEO로 근무하면서 정립된 경영철학도 흥미롭다. 저자에 따르면 본인의 능력만 과신하는 경영인은 앞길이 밝지 못하다. 각 산업 부문이 갈수록 전문화되고 산업 간 융복합이 활발한 시대에 필요한 건 타인의 도움을 받는 능력이다.
저자는 저서에 숱한 예를 남겨뒀다. 일본 니치아화학공업사와의 협력 사례가 대표적이다. LG디스플레이 CEO 재임 당시 저자는 최고의 LED 칩을 보유하던 일본 니치아화학공업사를 삼고초려한 끝에 공급선을 확보했다. 이때 얻어둔 신뢰는 LG화학 전지사업본부장으로 자리를 옮겼을 때 빛을 발했다. 그의 부임 이전 양극재 공급을 거절했던 니치아가 흔쾌히 태도를 바꿨다. LG화학이 세계적인 완성차 업체 폭스바겐그룹의 배터리 물량을 따내고, 2014년 수주 잔액 글로벌 1위로 올라서는 결정적인 발판이었다. 저자는 말한다. “세상에서 가장 강한 사람은 도와주는 사람이 많은 사람이라고 해요. 경영이란 결국 남의 도움을 잘 받아야 성공할 수 있습니다. 남의 도움을 잘 받을 수 있는 리더가 점점 중요해지는 시대입니다.”
반세기가량 LG맨으로 살았던 그가 회사를 떠나며 마지막으로 느낀 감정도 타인에 대한 ‘감사함’이다. 무모한 도전을 하다 실패했을 때도, 위기에 처한 회사를 다시 반석 위에 올려놓았을 때도, 결국 누군가의 영향과 도움으로 일어서고 성공했다는 인사로 저서의 마침표를 찍는다. “저와 함께 어려운 과제를 성공적으로 잘 수행해준 우리 가족 같은 직원들에게 감사합니다. 그리고 많은 도움을 준 모든 분에게 감사합니다. 저에게 어려움을 주었던 분들께도 감사한 마음을 전합니다.”
권영수 지음, 쌤앤파커스 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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