능력 차등 없이 ‘6억원’ 성과급 루팡들
이 참사 만든 삼성전자 무능한 경영진
믿고 투자한 주주들 향해 반성문 쓰라
고백하건대, 살면서 무언가를 가려내고 순위를 따지기보다, 보통과 균등의 환경을 선호해왔다. 갓 입사한 수습기자를 교육할 때도 평균의 아래로 예상되는 후배의 역량을 북돋는 데 치중했다. 이런 갈등 회피형 성향은 대체로 학교와 직장에서 무탈하게 어울리는 데도 도움이 된 것 같다. 동등한 기회를 보장하는 노력은 사회 전체로 봐서도 집단의 힘을 키운다고도 믿는다. ‘빨리 가려면 혼자서, 멀리 가려면 함께 가라“는 인디언 속담처럼.
이 무던한 믿음이 처참히 깨진 건 최근 삼성전자 성과급 논쟁 덕분이다.
개별적인 노력과 기여의 값을 지우고 결과만 균등히 나누려는 염치없음의 세상이 열렸음을 목격했고, 그 집단적 무임승차가 기업 울타리를 넘어 사회 전반에 오염되고 불편한 정서를 전파하고 있다. 감정이 참 폭력적으로 다가온다.
비현실적인 액수와 비현실적인 수혜자 규모 때문일 것이다. ‘메모리사업부’라는 깃발 아래 2만 명이 넘는 직원이 일제히 6억 원을 챙기는 게 소설이 아닌, 현실 세계의 얘기가 됐다(내일 노사 성과급 합의안에 대한 조합원 찬반 투표 결과가 나온다. 가결이 예상된다).
삼성전자 성과급 논쟁이 나와 당신의 감정선을 건드리는 이유는 몹쓸 ‘자존감’ 때문이다. 노동 가치의 상대적 가치 비교에서 이 논쟁은 나의 존엄성에 대해 근본적인 회의감을 일으킨다.
언론에서 ‘상대적 박탈감’이라고 뭉뚱그리지만 이 온건한 표현으로 충분하지 않다. 요즘말로 나와 내 주변을 ‘짜치게’(볼품없고 자잘하게) 만든다.
같은 시간을 치열하게 일했건만, 내 한 시간의 가치는 누군가의 10분의 1에 그친다. 이뿐인가. 삼성전자의 주주라면 이 모욕감은 불공정의 영역으로 확장한다.
삼성전자 성과급 논쟁이 우리 사회에 흙탕물을 튀긴 덕분에 확실히 알게 됐다.
개인의 기여와 역량, 책임의 차이를 세세하게 판정하고 반영하는 데 소홀했던 삼성전자 경영진의 ‘무능함’이 첫째다.
그 엉터리로 말미암아 주주 배당액(12조 원·작년 보통주 현금배당 기준)을 압도하는 수준의 성과급을 임직원들이 챙긴다.
오늘 자 매일경제 1면 기사를 본 독자들은 알겠지만, 올해 시장전문가들이 예측하는 삼성전자의 주주 배당액은 22조4000억 원대로 추산된다. 삼성전자 임직원들이 가져가는 35조원 안팎의 성과급에 한참 못 미친다. 이런 기업을 정상이라고 볼 수 있나.
경영진의 무능과 함께 얻은 또 하나의 각성은 이 한탕주의 성과급에서 의연해야 할 내 땀의 가치다.
세분화한 평가와 보상 시스템이 제대로 잡히지 않은 상황에서, 우린 내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그리고 다른 돈 잘 버는 기업들에서 더욱 소설 같은 ‘N% 성과급’ 투쟁을 보게 될 것이다. 선제적 시설 투자와 연구개발 역량으로 버텨온 한국 경제에 성과급 루팡들의 득세는 그 근본 경쟁력이 크게 수축될 것임을 예고한다.
파업을 무기화한 무임승차자들이 기업 이익을 쥐락펴락하는 회사가 잘 될 리 없다는 건 상식의 영역이다.
삼성전자 성과급 논쟁이 우리 사회에 보내는 신호는 적나라한 적색이다. 이 부조리의 빗장을 연 책임 소재에서 이재명 정부와 여당은 자유롭지 않다.
지탄의 대상이 돼야 할 이 무임승차 행위에 대해 정부는 노란봉투법으로 반도체 파업을 ‘무기화’하는 고속도로를 터줬다.
성과급 루팡의 시대가 한국 사회에 떠미는 청구서가 이렇듯 황당하고 염치없다.
무능한 삼성의 경영진은 통렬한 반성과 함께, 내년 경기에 참여했다는 이유만으로 수억 원의 ‘참가 상금’을 챙기려는 무임승차자들을 곱게 거를 체를 짜야 할 것이다.
‘땀의 무게’를 정직하게 다는 ‘내부 저울’이 없던 것으로 판명된 삼성에 1등과 초격차는 더이상 입에 올릴 단어가 아닌 것 같다.
실력이 아닌 시장 수급이 가져다준 신기루를 제것처럼 나누기로 한 노사 행태를 보니 진짜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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