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로 개장 10년째를 맞는 대구 서문야시장이 주간에 열리는 서문낮시장과 함께 ‘서문시장 제2의 전성기’를 이끌고 있어 큰 화제다. 전국 각지에서 밤낮을 가리지 않고 서문시장에 놀러 오는 방문객이 이어지자 대구시는 상권 활성화 지원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프로야구 구단 삼성 라이온즈와 기아 타이거즈의 경기가 끝난 지난달 25일. 서문야시장에는 삼성 유니폼을 입은 관광객들이 인디밴드 ‘D2M’의 음악을 들으며 각종 음식을 즐기고 있었다. 서울과 경기 부천에서 왔다는 최모씨, 김모씨는 “야구 경기를 보러 온 김에 전국적으로 유명해진 서문야시장을 구경하러 왔다”며 “이색 먹거리가 많고 식사할 수 있는 테이블이 마련돼 좋다”고 말했다.
서문야시장에서 9년째 영업하는 이은정 씨는 올해 일본 음식 ‘가베쓰야키’로 손님을 맞고 있다. 이씨는 “야시장 영업의 경쟁이 치열해 이곳에서 영업하려면 매년 어려운 시험을 통과해야 할 정도”라며 “다른 시장에는 없는 다양한 음식이 이곳에 마련돼 있어 외지 손님 비율이 매년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경일대 사진학과 재학생 윤모씨는 “외지 친구들이 오면 서문야시장과 수성못을 구경하는 것이 젊은 세대에서 가장 큰 유행”이라고 말했다.
서문야시장은 20~30대 젊은 층과 관광객뿐만 아니라 반려동물을 동반한 가족들이 즐겨 찾는다. 운영 기간이 4~12월, 금·토·일 주 3일이다. 전보다 운영 기간이 줄었지만 하루 매출 규모는 지난해 1040만원에서 올해 2020만원으로 두 배 가까이 늘었다. 하루평균 방문객도 지난해 1만 명에서 1만4500명으로 증가했다.
매출과 방문객이 갈수록 늘어나는 이유로 음식 매대가 2022년 13개에서 2023년 19개, 올해 24개로 증가해 먹거리가 다양해진 것이 꼽힌다. 대구시는 고객 만족도를 높이기 위해 앉아서 식사할 수 있는 식탁을 추가로 마련했다. 특히 매일 각종 공연을 열어 야시장 분위기를 띄우고 있다.
서문시장의 부활을 이끈 또 다른 장소는 낮에 열리는 ‘먹방 성지’ 서문낮시장이다. 서문시장 1지구와 2지구, 동산상가 사이 골목에는 코로나19 이후부터 늘어난 맛집이 시장을 빼곡히 채우고 있다. 대표적 전통 먹거리인 칼국수와 씨앗호떡부터 땅콩빵, 김밥, 군만두, 구워 먹는 아이스크림 등 유튜브에 소개된 맛집 리스트만 수십 개다. 경산에서 낮시장을 찾은 주부 서모씨는 “옷 가게에 젊은 상인이 늘어나며 살 거리가 많아진 데다 먹거리까지 다양해져 MZ세대는 물론 주부들의 ‘핫플레이스’가 됐다”고 말했다.
서문낮시장과 야시장의 이 같은 호황은 소비자 유입을 자극해 서문시장 전체의 활성화로 이어지고 있다. 서문시장에서만 25년을 영업했다는 김모씨는 “최고의 계란빵을 만들기 위해 전국 유명 시장을 다니며 맛을 비교하고 기계까지 새로 제작했다”고 말했다. 상인들은 대만·중국·일본 관광객이 늘어나자 영어 등 4개국 안내판까지 마련해놨다. 윤정희 대구시 민생경제과장은 “서문시장이 글로벌 명소로 변신하는 추세”라며 “적극적인 지원 정책을 펼치겠다”고 말했다.
대구=오경묵 기자 okmoo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