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최근 백악관에서 개최된 크립토 서밋에서 "미국을 세계 비트코인 초강대국이자 가상화폐 수도로 만들고 전략자산으로서 국가 차원에서 이를 비축하겠다"고 선언했다. 이처럼 가상화폐는 현대 사회에서 AI와 함께 주요 테마로 자리 잡고 있다.
국내에서도 가상자산(암호화폐) 투자가 대중화되는 추세다. 한국 내 가상자산 일 거래량이 유가증권시장 일거래량에 육박할 정도로 가상화폐 투자는 일반화됐다.
가상자산, 법적으로는 명백한 재산
이에 따라 이혼이나 상속 과정에서 가상자산을 둘러싼 재산 분쟁이 급증하고 있다. 법원은 비트코인 등 가상자산을 명백한 재산으로 인정하고 분할·상속 대상으로 삼고 있다(수원지법 성남지원 2018. 1. 24. 선고 2017드단208215 판결 등).
현재 법원은 가상자산이 현금으로 교환 가능하고 재산적 가치가 뚜렷한 만큼, 혼인 중 공동 노력으로 형성됐다면 이혼 시 재산분할 대상에 포함하고, 피상속인 소유였다면 상속재산으로 인정하는 추세다. 이는 상속세 및 증여세법에서 가상자산을 과세 대상으로 명시한 것과도 맥을 같이한다.
이에 따라 업비트나 빗썸 등 국내 거래소에 재산조회를 하여 이를 재산분할 대상 재산으로 포함시키는 것은 점차 이혼·상속 실무의 표준으로 자리 잡고 있다.
해외 거래소 자산은 '법의 사각지대'
그러나 바이낸스나 코인베이스를 포함한 주요 해외 거래소에 은닉된 자산을 찾아내는 것은 현실적으로 매우 어렵다. 이는 법의 '추적 능력'이 기술 발달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면서 발생한 현상으로, 가상화폐가 재산 은닉의 새로운 통로로 악용될 소지가 크다는 것을 보여준다.
가장 큰 문제는 가상자산의 '소재 파악'이다. 업비트, 빗썸 등 국내 거래소에 보관된 자산은 금융정보분석원(FIU) 보고 의무 등으로 상대적으로 추적이 용이하지만, 해외 거래소를 이용하거나 개인 전자지갑(콜드월렛 등)에 보관된 경우는 파악이 극도로 어렵다.
특히 해외 거래소에 예치된 가상자산은 사실상 한국 법원의 직접적인 증거조사가 미치기 어려운 '사각지대'다. 이론적으로는 '국제사법공조' 절차를 통해 해당 국가 법원에 정보 제공을 요청할 수 있으나, 이는 외교 채널을 거쳐야 해 절차가 복잡하고 최소 수개월에서 수년이 소요된다. 게다가 민사 사건에서의 금융 정보 제공에 대해 상대국 법원이 소극적이거나 자국법(개인정보보호 등)을 이유로 거부하는 경우가 많다.
현행 추적 방식의 한계
이러한 상황에서 실무에서는 상대방 당사자에게 재산명시명령을 통하여 직접 가상자산 내역 제출을 명령하고 불응 시 불이익을 주는 방식이나, 국내 은행·거래소에서 해외 거래소로 흘러 들어간 자금 내역을 추적해 보유 사실을 간접적으로 입증하는 방식이 주로 활용된다.
하지만 이러한 간접적인 방식으로 자금이나 가상자산의 이동 경로를 완벽하게 확인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복잡한 가상자산 거래 특성상 자금 흐름이 여러 단계를 거치면서 추적이 더욱 어려워질 수 있다.
제도적 개선 필요성 증대
시대의 변화에 따라 가상자산 관련 분쟁은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특히 이혼·상속에 있어서 가상자산의 소재를 파악하고, 이를 분할 대상 재산으로 삼고자 하는 수요는 계속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이를 파악하기 위한 실효성 있는 국제 공조 시스템 마련과 함께 법 제도의 개선이 절실히 요구된다. 특히 해외 가상자산 거래소와의 정보 교환 체계 구축, 민사사건에서의 국제사법공조 절차 간소화, 국내법상 가상자산 관련 분쟁 해결을 위한 특별 규정 마련 등이 시급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법조계에서는 현행 제도의 한계를 인식하고 국제적 협력을 강화하는 동시에, 가상자산 특성에 맞는 새로운 법적 프레임워크를 구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향후 가상자산 경제가 더욱 확대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이에 대응하는 법제도 역시 발 빠르게 진화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노종언 법무법인 존재 대표변호사 I 서울대 법과대학을 졸업하였으며, 제48회 사법시험 합격, 제40기 사법연수원을 수료했다. IBK기업은행, 미래에셋자산운용에서 법무팀장으로 재직하며 다양한 법률 실무 경험을 쌓았다. 이후 故 구하라 유족 법률대리인으로 '구하라법' 입법 청원을 주도하여 2021년 법무부 장관상을 받았다. 현재 법무법인 존재의 대표변호사로, 동물자유연대 등기이사이자 국민권익위원회 행정심판 통합자문단 보상·보험분과 자문위원으로 활동 중이며 다수 TV 프로그램에 법률 자문을 하고 있다. 대학 동기이자 법무법인 존재 공동대표를 맡고 있는 윤지상 변호사와 함께 유튜브 채널 '상속언박싱'을 운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