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당, 개정 양곡법 3번째 의결
대통령 거부권에도 계속 강행
쌀 재배지 축소·작물 전환 등
산업구조 개편 시도에 발목
넘치는 쌀 때문에 매년 막대한 세금이 투입되지만 더불어민주당은 현실에 눈감은 채 더 강력히 정부 수매를 밀어붙이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은 지난 21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에서 양곡관리법 개정안을 단독 의결했다. 개정안의 골자는 남는 쌀을 정부가 의무적으로 매입하고, 양곡시장 가격이 평년 가격 미만으로 하락하면 차액을 정부가 지급하도록 하는 내용이다.
개정안이 통과되면 기형적인 쌀 산업 구조를 바로잡을 수 없다는 게 정부의 판단이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내년에 쌀 재배지 중 8만ha를 줄이려고 추진 중인데 (남는 쌀 의무 매입 시) 어느 농가가 쌀을 줄이려고 하겠나”라고 지적했다. 이어 “결국에는 쌀은 과잉 생산되고 예산을 수천억씩 들여도 쌀값을 못 잡는 일이 반복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부는 개정안이 타작물로의 재배 전환에도 악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봤다. 현재 농식품부는 쌀 대신 논콩과 같은 전략작물을 재배하면 농업인에게 직불금을 지급하고 있다. 쌀 대신 다른 작물로의 전환이 쌀의 과잉 생산을 막으면서 장기적으로 농가에 이익이 될 것이라 보기 때문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농업 종사자는 “솔직한 말로 쌀 농사는 기계화율이 99%에 가깝기 때문에 이보다 쉬운 농사가 없다”라며 “타작물을 재배하면 돈 주겠다 해도 전환이 마냥 쉽지만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이같은 상황에서 야당의 양곡관리법 개정안은 쌀 생산을 더 부추기는 촉매제인 것이다.
야당의 양곡관리법 개정안 강행 처리는 이번이 세 번째다. 지난 해 4월 윤석열 대통령이 양곡관리법 개정안에 거부권을 행사했음에도 민주당은 1년 만인 지난 4월 남는 쌀을 회수하는 내용을 담은 개정안을 단독으로 국회 본회의에 직회부했다.
이번 개정안은 28일 본회의 의결을 앞두고 있다.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농식품부) 장관은 지난 25일 긴급 기자간담회를 열고 “양곡관리법 개정안이 농업의 미래를 망치는 농망법(농업을 망치는 법)”이라고 강력 비판했다. 송 장관은 개정안이 본회의를 통과할 경우 대통령 거부권을 건의할 방침이다.
이재명 더불어 민주당 대표는 송 장관의 발언에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면서 양곡관리법 개정안 통과에 힘을 실었다. 이 대표는 27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농업 민생 4법을 ‘농망법’이라고 규정하면서 거부권을 운운하는 장관은 참 기가 막힐 일”이라며 “나중에는 담당 과장도 거부권을 들고 나올 것 같다”고 비꼬았다.
쌀 수확량 감소폭은 갈수록 줄어드는 추세다. 2022년 3.0% 감소했던 수확량은 2023년 1.6%, 올해는 1.2% 감소에 그쳤다. 지난 해 다른 작물로 전환했다가 1년 만에 다시 벼 재배로 돌아간 농가의 재배면적은 9932㏊로 축구장 1만 3910개에 달하는 크기다.
정부는 반복되는 쌀 과잉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대책을 준비 중이다. 이르면 12월 중순에 대책을 발표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