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번 해봐?”
아직 미혼이거나 결혼했지만, 임신 계획을 세우지 못한 여자 몇 명이 난자 동결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다가 흥미가 생겼다.
지난해 보건복지부는 저출산 정책으로 난자 동결과 난임 시술 지원책을 발표했다. 자기 경험을 공유하는 연예인들은 ‘한 살이라도 더 젊을 때 난자를 얼려라.’라는 조언을 꼭 덧붙인다. 사회문화적 시류에 발맞춰 대형 여성병원들이 관련 센터를 개설하며 시장도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바야흐로 여성들에게 난자 냉동을 권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조성 중인 것이다.
난자를 얼려놓기로 마음먹고 검색을 해보니 많은 정보를 찾을 수 있었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난자 동결에 관해 잘못 알려진 내용도 꽤 많다. 예를 들어, 난자를 한꺼번에 수십 개씩 채취하면 폐경이 앞당겨지거나 난소 기능이 떨어질 수 있다는 것. 난자는 매일 자연적으로 수십, 수백 개씩 소멸하기 때문에 시술을 통해 난자를 채취한다고 남은 난자의 수가 빠르게 감소하는 것은 아니다.2주 정도면 어렵지 않게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렇게 우리는 미래에 투자를 해보기로 했다.
먼저 난자 동결을 하는 병원을 찾아봤다. 몇몇 큰 규모의 전문 산부인과 병원이 검색됐다. 그중 하나를 골라 진료 예약을 했다.
병원은 앉을 자리 없이 사람이 많았다. 어느 병원도 밝은 분위기일 수는 없지만 특히나 병원 안 공기가 무겁게 느껴졌다. 주로 시험관 시술 등 난임으로 힘든 시간을 견디고 있는 부부들이 오기 때문이다.
알려진 난자 동결 과정은 간단하다. 생리 시작 2~3일 차부터 7~10일간 과배란 자가 주사제를 투여해 난소 안에 있는 난포(난자가 생기는 장소)를 성장시킨다. 난포가 일정 크기에 도달하면 호르몬 주사로 만들어진 여러 개의 난자를 채취해 얼린다. 자연적으로 난자는 한 달에 하나씩 성숙해 배란된다. 하지만 호르몬 주사를 맞으면 더 많은 난자를 만들어낼 수 있다. 난자 동결은 전문의의 상담으로 시작한다. 처음 병원 방문에서 난소 나이 검사(AMH 검사)와 초음파 검사 등을 하는데 난소 나이 검사는 난소가 난자를 얼마나 잘 만들어 내는지를 보여준다. 난자가 다량 만들어질수록 더욱 많은 난자를 채취할 가능성이 커진다. 난자의 질은 실제 나이에도 영향을 받기 때문에 전문가들은 난자 동결을 고려하고 있다면 35세 전후에 하기를 권장한다.첫날에는 일반 초음파 외에도 ‘정밀’ 영상 검사라는 명목으로 80만원 정도 하는 검사도 진행했다. 난자 동결은 비보험이기 때문에 병원마다 가격이 많게는 두 배 이상 차이가 난다.
검사 결과를 토대로 난자의 건강 상태와 난자 동결의 효율성을 평가한다. 담당의는 몇 개의 난자를 채취할 수 있을 건지도 예측했다.
생리를 시작하면 3일 이내 병원을 방문해야 한다. 이때부터 괴로운 자가 주사 맞기가 시작된다. 3개 정도의 주사를 처방하는데 난자가 있는 난포를 키우고 평소보다 많은 양의 난소를 배란시키는 호르몬 주사와 채취 하기 전에 배란되는 것을 막는 주사다. 과배란 유도 주사는 여러 개의 난자가 배란될 수 있도록 유도한다. 한 번의 시술로 채취할 수 있는 난자는 3~18개으로 사람마다 차이가 크다. 채취가 임박해지면 난포를 터뜨리는 주사가 추가된다.
본인이 주사하는 제품으로 나온 거라 바늘이 얇아서 통증이 크게 있는 것은 아니지만, 시간을 지켜서 매일 맞아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다.
주사는 자궁이 가까운 배꼽 주변에 놔주면 된다. 난소 자극 약물은 난소에서 난포가 성장하도록 돕는 중요한 주사제이기 때문에 용량을 맞춰서 꼬박꼬박 잘 맞아야 한다. 하지만 오전과 오후에 나눠 맞아야 하는 주사제는 난감했다. 특히 출근 후에 사람들 눈을 피해 혼자서 주사할 만한 마땅한 장소를 찾지 못해 회의실 구석진 곳에서 주사해야 했다.주사제는 감염의 위험이 있어 반드시 손을 깨끗하게 하고 자가 주사를 해야 한다. 배에다가 놔야 하므로 회의실에서 자가 주사는 여간 신경 쓰이는 게 아니었다. 주사제를 투약하는 동안에는 한동안 배에 멍도 생겼다.
주사제 투여 과정에서 신체적 부작용도 염두에 둬야 한다. 드물지만 과배란 호르몬제는 복수가 차거나 신부전, 호흡곤란, 혈전증 등이 발생할 수 있고 두통, 오한, 오심, 체중 증가 등이 생기는 경우도 있다. 이런 증상이 나타난다면 전문의와 상의가 필요하다.
주사제로 자극된 난포가 적절한 크기에 도달하면 채취 예상 날짜를 정하게 된다. 시술은 보통 수면 마취를 하고 질을 통해 넣은 주삿바늘로 난소를 십여 차례 찔러가면서 난자를 뽑아낸다. 수집된 난자는 동결 전 준비 과정을 거쳐서 적합한 성숙 난자만을 선별해 초고속으로 냉동한다.
시술을 끝내고 마취에서 깨니 커튼 뒤로 나란히 누워있던 다른 여성이 의료진과 대화하는 소리가 들렸다. 이번이 처음은 아닌 거 같은 그는 이번엔 13개 정도로 꽤 많이 나왔다며 꽤 만족스러워했다. 곧 커튼을 제치고 들어온 간호사는 기자에게도 상황을 설명하기 시작했다. 친절한 목소리로 차근차근 설명하는데 결과는 실망스럽다. 하지만 힘들어서 다시 하지는 못하겠다.
시술한 다음 날도 본인을 잘 챙겨야 한다. 복부 팽만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면 바로 응급실로 가야 한다. 채취할 때 주사로 찔린 부분에 출혈이 생겼기 때문이다.
난자 동결을 고민하고 있다면 냉동시스템도 중요한 고려 사항이다. 외부 바이러스에 노출되지 않는 폐쇄형 냉동 보관시스템인지, 동결 보호제는 최소 용량으로 사용하고 있는 병원인지를 확인한다. 이는 훗날 난자 해동 생존율로 이어진다. 힘들게 채취해서 얼려놨는데 막상 해동에서 실패하면 사용할 수 없는 난자가 돼버린다. 채취한 난자의 기본 동결 보존기간은 5년이다. 이후 보존기간 연장도 가능하다.
서울의료원 가임 센터 전문가들은 “난자 동결은 의료진이 채취한 난자를 연구원의 손을 거쳐 동결시키고 해동하는 정교한 작업”이라며 “시술하는 전문의의 경험도 중요하지만, 연구원의 손을 많이 타는 작업”이라고 말했다. 실제 국제 지침은 일 년 동안 작업을 수행하는 연구원의 작업 수를 180회 정도로 한정한다고 권고하고 있다.
복지부는 현재 전국 의료기관에서 보존 중인 냉동 난자의 개수가 10만5523개라고 발표했다. 이는 2020년 4만4122개에서 3년 만에 2.5배 증가한 수치다.
난자 동결까지 과정이 쉽지는 않았다. 채취 전까지 2, 3일에 한 번씩 병원에 가야 하는 것도 직장인에게는 쉽지 않은 일이다. 만약 채취된 난자의 수가 만족스럽지 않다면 한 달에 한 번 생리 기간에 맞춰 이 과정을 여러 번 반복해야 한다. 비용도 문제다. 정부 지원이 있다고 하지만 1회 시술 비용이 200만~500만원으로 병원마다 차이가 크다. 500만원 이상 하는 시술을 2번만 하더라도 천만 원이 훌쩍 넘는다.
난자 동결은 상대적으로 젊고 건강한 난자를 채취해 가임력을 보존한다. 동결된 난자는 섬세한 해동 과정을 거쳐 임신에 사용된다. 하지만 우리나라 병원은 이렇게 보관된 난자의 임신 성공률 등을 밝히고 있지 않다.
홍은심 기자 hongeunsim@donga.com
- 좋아요 0개
- 슬퍼요 0개
- 화나요 0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