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접촉 뺑소니 상식적 상황에선 걱정할 필요 없어”
바쁜 출근길이나 피곤한 퇴근길에 꽉 막힌 도로 위를 달리다 보면 여러가지 상황이 발생합니다. 간혹 깜빡이를 켜고 조심스레 차선을 바꿨을 뿐인데 뒤차가 요란하게 경적을 울려대면, 미안한 마음에 비상등을 깜빡이며 사과를 전하는 것이 일반적이죠.
하지만 이 평범한 미안함의 표시 때문에 뺑소니범으로 몰려 경찰 조사까지 받는 경우도 있습니다. 물리적 충돌이 전혀 없는 ‘비접촉’ 상황에서도 경우에 따라 형사적 책임을 지는 교통사고로 인정되는 경우가 있기 때문입니다.
2025년 겨울 한 출근길 도로에서 발생한 사건을 소개합니다. 승용차를 몰던 운전자 A씨는 갈림길 직전 3차로에서 2차로로 좌측 방향지시등을 켠 채 진입했습니다. 마침 2차로를 주행 중이던 B씨 차량이 이를 보고 속도를 줄였고, 이내 신경질적인 경적 소리가 도로를 찢었습니다.
두 차량 사이에 물리적인 접촉은 없었지만, A씨는 갑작스러운 차선 변경으로 상대방을 놀라게 했다는 미안함에 사과의 의미로 비상등을 점등했습니다. 백미러로 확인했을 때 B씨 차량을 포함해 주변의 모든 자동차가 아무런 문제 없이 정상 주행을 이어가고 있었기에 A씨는 상황이 그렇게 일단락된 줄만 알았습니다.
하지만 경적을 울렸던 B씨는 A씨가 켠 사과의 비상등 불빛을 다른 의미로 해석했습니다.
B씨는 당시 급감속 과정에서 충격을 받아 추간판 탈출증 등의 상해를 입었다며 A씨가 사고를 내고도 아무런 구호 조치 없이 현장을 이탈했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고는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즉 ‘도주치상’ 혐의로 고소장을 제출했습니다. 비접촉 사고라도 상대 차량을 피하려다 다쳤다면 뺑소니죄가 성립한다는 판례들을 근거로 한 것입니다. 결과적으로 운전자는 졸지에 ‘뺑소니범’으로 경찰 조사를 받게 됐습니다.
다행히도 검찰은 운전자에 대해 ‘혐의 없음’(증거불충분) 처분을 내렸습니다. 검찰이 피해 차량의 블랙박스 영상을 세밀하게 분석한 결과, 해당 도로는 시속 50km 제한 구간이었고 두 차량 모두 과속하지 않았습니다. 차선 변경 당시 고소인 B씨 차량이 감속하긴 했으나, 그것이 사람이 다칠 만한 ‘급정지’ 수준이 아니었음이 확인됐습니다.
게다가 접촉 사고나 2차 충돌 없이 모든 차량이 지극히 정상적으로 주행했습니다. 상식적인 사과의 의미로 비상등을 켠 것을 구호 조치가 필요한 상황임을 알고도 도망친 증거로 볼 수 없다고 판단한 것입니다.
한세영 법무법인 한앤율 변호사는 “비접촉 뺑소니를 처벌한 판결들은 오토바이가 넘어지거나 다른 차량과 부딪히는 등 ‘누가 봐도 사고가 났음을 인지할 수 있는 정도의 상황’에 관련된 것으로, 일반적인 경우라면 비접촉 사고에 대해 너무 걱정할 필요는 없다”고 조언했습니다.
다만, 한 변호사는 “사고 발생 시 블랙박스 영상 등 당시 상황을 입증할 객관적 증거가 없다면 억울한 상황에 처할 수도 있다”며 평소 차량 블랙박스 상태를 점검할 것을 당부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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