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싸이클’에 올라탄 국내 조선업계가 해외 생산기지 구축에 나서고 있다. 배를 만들 수 있는 국내 도크가 꽉차면서 베트남, 미국, 싱가포르 등 해외 조선소를 통해 건조물량을 늘리고 있다. 미국의 중국 선박에 대한 제재조치가 강해지고 있는만큼, 수주 증가로 인한 해외 조선소 확보 움직임은 더 적극적으로 나타날 것이란 관측이다.
○HD현대중공업은 동남아 집중
14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HD한국조선해양은 최근 홍콩 선사 시도쉬핑으로부터 수주한 11만5000DWT(재화중량톤)급 운반선 4척을 필리핀 수빅조선소에서 건조할 예정이다. 일본 선사 닛센카이운으로부터 수주받은 같은급의 운반선 4척도 수빅조선소에서 만든다. 1척당 약 1100억원 가량인 것으로 알려졌다.
필리핀 수빅 조선소는 수도 마닐라 북서쪽으로 110km 떨어진 수빅만에 위치한 조선소다. HD한국조선해양이 지난해 5월 미국 사모펀드 서버러스 캐피탈로부터 임대해 사용하고 있는 조선소다. MRO(유지·보수·운영)를 위해 사용하다가 해외수주가 늘어나면서 지난해 말부터 본격적으로 선박건조용으로 활용하고 있다. 수빅 조선소에서 만들어지는 홍콩과 일본 선사 주문 선박는 2028년 인도될 예정이다. HD한국조선해양은 또다른 수주 요청이 있는 경우 추가 도크 임대도 검토할 계획이다.
HD현대미포는 베트남에서 생산시설을 들리고 있다. 베트남 중부 칸호아성에 있는 HD현대미포와 베트남국영조선공사의 합작회사 HD현대베트남조선은 유럽, 아프리카 선주들로부터 유조선 수주가 밀려들자 추가 도크 확보를 위해 투자하고 있다. 2030년까지 연간 23척의 생산능력을 확보할 계획이다. 현재 연간 생산능력인 15척과 비교해 50% 가까이 늘어난 수치다. 1000억원대 이상의 금액이 투입될 것으로 관측된다.
○해외 조선사 경영권 확보도 적극적
한화오션은 해외 조선소를 인수하거나 경영권을 확보하는 전략을 펴고 있다. 한화오션은 지난해말 공개매수를 통해 싱가포르 해양설비 제조사 다이나맥 홀딩스의 경영권을 확보하고 경영진을 교체했다. 해양플랜트 상부구조물 모듈 29기를 싱가포르 조선소에서 생산할 예정이다. 경남 거제 조선소에서 해양플랜트 선체를 생산하고, 싱가포르 다이나맥 시설에서는 상부 구조물을 제작해 결합하는 분업 방식으로 생산물량을 늘릴 계획이다.
한화오션은 미국 필리조선소에서는 총 7척의 선박을 건조할 계획이다. 지난해말 노르웨이 아커로부터 인수해 시설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특히 미국의 중국 조선업에 대한 제재조치를 강화하면서 수주잔고가 급등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 정부는 미국내로 들어오는 중국산 선박에 대한 항만 수수료 부과를 검토하고 있다. 중국 최대 조선사인 중국선박공업집단(CSSC)을 블랙리스트에 올리기도 했다.
삼성중공업은 유럽 고객사들이 주문하는 선박을 생산하기 위해 중국 생산기지를 활용하고 있다. 지난 9일 그리스 선사 센트로핀에서 수주한 원유운반선 4척을 중국 조선사 팍스오션에 하도급을 맡겨 건조하기로 결정했다. 지난해 11월 그리스 다이나콤탱커스가 발주한 수에즈막스급 탱커 신조선 4척은 저장성 저우산 조선소에 하청을 줬다. 삼성중공업은 현재 동남아 지역 조선소와 협력하는 방안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성상훈/김진원 기자 uph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