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혜경 “현장 그렇게 몰라” 이재명에 전달… “배우자도 당연히 검증 대상”

4 weeks ago 3

[대선후보 배우자 리포트] ‘이재명 배우자’ 김혜경
“출마하면 이혼” 정치권 진출 만류… 李 대권주자 발돋움 뒤 물밑 내조
李 “아이디어 많이 받고 혼나기도”… 주변선 “李를 부드럽게 만들어”
계엄 당일 李 태우고 국회까지 운전… “李 죽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눈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의 배우자 김혜경 씨(가운데)가 16일 광주 북구 효령노인복지타운을 방문해 배식 봉사를 하고 있다. 광주=뉴스1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의 배우자 김혜경 씨(가운데)가 16일 광주 북구 효령노인복지타운을 방문해 배식 봉사를 하고 있다. 광주=뉴스1
《대통령 배우자의 역할은 한국 정치에서 자주 논쟁을 불러왔다. 윤석열 행정부에선 이른바 ‘김건희 여사 리스크’가 정권의 최대 아킬레스건으로 꼽히기도 했다. 영부인은 선출되거나 임명된 공직자가 아니지만 최고 권력자와 가장 가까운 곳에서 직접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인물이다. 동아일보 취재팀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 배우자인 김혜경 씨의 주변인들을 통해 김 씨의 삶과 이 후보와의 관계를 조명해 본다. ‘대선 후보 배우자 리포트’ 2회는 국민의힘 김문수 대선 후보의 부인 설난영 씨.》

“없는 살림에 집안 풍비박산 낼 거 있냐. 선거 출마하려면 이혼 도장 찍고 나가라.”

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의 배우자 김혜경 씨는 2006년 이 후보의 성남시장 출마 시절부터 이처럼 남편의 정치권 진출을 만류했다고 한다. 한때 이 후보의 정계 진출을 반대했던 김 여사는 이 후보가 성남시장에 당선된 뒤론 종교계 등 사회 각층의 목소리를 이 후보에게 전달하는 정치적 동반자 역할을 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 후보도 2017년 한 유튜브 방송에서 “아내로부터 아이디어를 많이 받는다. 집사람은 살림도 하고 동네 사람들과 교류도 하니 현장 얘기 중에서 튀는 얘기들이 있다”며 “판단하는 데 많이 도움이 되고 혼나는 경우도 많다. ‘그렇게 몰라’라는 얘기를 많이 듣는다”고 말하기도 했다. 또 다른 인터뷰에서도 “저희는 침대에 누워서 소셜미디어(SNS)를 함께 한다. 남편은 글을 올리고 저는 주로 댓글을 살핀다. 중요한 사항이나 전할 만한 내용은 남편에게 우회적으로 알려준다. 남편이 기분 상할 수도 있으니까”라고 했다.

동아일보가 만난 김 씨의 지인들은 김 씨에 대해 “밝고 명랑한 성격으로 다소 거친 이 후보를 부드럽게 해주는 역할을 해 왔다”는 이야기부터 “남편의 출세에 대한 욕심이 있다”는 평가도 내놨다.

● 李 정계 진출에 “이혼하자”

김 씨는 1966년 서울에서 삼남매 중 둘째로 태어났다. 서울 선화예고를 거쳐 숙명여대 피아노과에 입학했다. 대학 재학 중이던 1990년 8월 변호사 사무실을 막 개업한 이 후보와 처음 만났다. 당시 경기 성남시 분당구 소재의 한 교회를 함께 다니던 이 후보의 셋째 형수와 김 여사의 어머니가 인연을 이어주기로 약속했고, 실제 만남은 상대가 누군지 모르는 채 당사자끼리 직접 약속을 잡고 나가는 ‘007 미팅’으로 진행됐다. 김 씨에게 첫눈에 반한 이 후보는 매일 밤 김 여사를 보기 위해 쫓아다녔다고 한다. 네 번째 만남 만에 청혼했으나 김 씨는 어이없다는 듯 웃으며 답을 주지 않았고, 이후에도 확답을 주지 않자 이 후보는 자신의 일기장 6권을 건네주며 재차 청혼했고, 이내 승낙을 받았다. 김 씨의 지인 A 씨는 “김 여사가 워낙 거짓말을 싫어하는 성격”이라며 “이 후보가 검정고시 출신이라는 것부터 털어놓는 솔직한 모습에 김 여사가 마음을 열었다”고 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왼쪽)와 배우자 김혜경 씨의 1991년 결혼 사진. 이 후보 SNS 캡처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왼쪽)와 배우자 김혜경 씨의 1991년 결혼 사진. 이 후보 SNS 캡처
김 씨는 이 후보와 7개월간 교제를 이어간 끝에 1991년 결혼했다. 성남에 신혼집을 차렸지만, 당시 이 후보가 사회운동에 전념하며 매일같이 집을 나가 있었기에 살림은 오롯이 김 여사의 몫이었다. 예약금만 건 결혼반지의 잔금을 끝내 치르지 못해 반지도 끼지 못한 ‘새댁’으로 살며 연년생 두 아들을 키워 냈다.

김 씨는 2008년 제18대 총선 때 이 후보가 성남시 중원구에 공천을 신청하자 “팔자에도 없는 정치냐”며 거듭 출마를 반대했다고 한다. 하지만 끝내 이 후보는 출마를 강행했고, 김 씨는 마지못해 아침마다 이 후보의 와이셔츠를 다려 주고 보온병에 대추차 등을 담아 내조에 나섰다. 김 씨를 만난 적이 있는 이 후보의 한 지인은 “이 후보가 김 씨를 더 좋아하는 것 같았다”며 “피아노과 출신으로 문화적, 예술적 감성도 있고 정치라는 딱딱한 영역에서 이 후보에게 보탬이 될 수 있는 그런 조건을 갖춘 배우자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 李 대선 출마 이후 ‘정치적 동반자’로

김 씨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출마를 강행한 이 후보는 고배를 마셨다. 하지만 이 후보는 정치를 포기하지 않았고 민주당 부대변인으로 활동했다. 2010년 성남시장 재출마를 결심했고 51.2% 득표율로 당선됐다. 김 씨는 이 후보의 성남시장 당선 후부터는 ‘시장 사모’로서 조용한 내조에 들어갔다. 김 씨는 2018년 출간한 책 ‘밥을 지어요’에서 “힘들기는 하지만 ‘이 사람처럼 정치하는 것도 가능하구나’ 싶었다. 내가 이혼한다고 협박하기보다 응원도 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회상했다.

김 씨는 2016년 박근혜 전 대통령이 물러나고 이 후보가 본격적으로 대권 주자로 발돋움하자 이 후보의 정치적 동반자로 자리매김하기 시작했다. 2017년 민주당 대선 경선 기간 동안 이 후보와 함께 지방 일정에 동행했고, 그해 7월부터는 TV 예능 프로그램에 이 후보와 함께 출연하기도 했다. 김 씨를 가까이서 본 한 측근은 “한동네 학부모들로부터 이런저런 얘기를 듣고 모아놨다가 하나씩 (이 후보에게) 문자로 전달하는 것 같다”고 했다.

김 씨는 2018년 4월 민주당 경기도지사 경선 과정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 등에 대한 허위 사실을 유포한 트위터 계정이 김 씨 소유라는 이른바 ‘혜경궁 김씨’ 의혹이 불거지자 공개 행보를 멈췄다. 하지만 무혐의 처분을 받은 뒤 2021년 이 후보가 대선에 다시 출마하자 적극적인 선거운동에 나섰다. 친문(친문재인)계 적자로 꼽히는 김경수 당시 경남도지사가 장인상을 당하자 이 후보를 대신해 전남 목포를 찾아 조문하고 매주 호남에서 지역 봉사활동을 하는 등 공개 활동을 이어가기도 했다. 김 씨는 당시 언론 인터뷰에서 ‘대선 후보 배우자도 검증 대상이라고 보냐’는 질문에 “대통령이 될 사람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람이라면 당연히 그래야 한다”고 답하기도 했다.

● 물밑 행보 나선 김 씨, “부부가 동화된 듯”

김 씨는 이 후보가 대선 종료 후 민주당 대표를 연임하는 동안 다시 ‘로키(Low-Key)’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민주당 관계자는 “본인이 이 후보의 정치적 ‘리스크’인 것을 인식해 조용한 행보를 보인 것”이라고 설명했다. 2022년 대선을 앞두고 적극적인 지원 유세에 나섰던 김 씨가 공개 행보를 최소화한 것은 ‘법인카드 유용 의혹’이 불거진 이후다. 이 후보가 경기도지사로 재임하던 2018∼2019년 경기도 예산을 개인 용도로 유용했다는 의혹과 관련해 2심 재판부가 벌금 150만 원을 선고하자 김 씨 측은 16일 대법원에 상고장을 제출했다.

이 후보와 젊은 시절부터 알고 지냈다는 B 씨는 “이 후보가 시장이 된 후부터 김 씨도 정치 욕심이 조금씩 생기기 시작한 것 같다”며 “처음엔 이 후보의 배우자도 만족한다 했는데, 이 후보가 시장, 도지사, 대권 후보로 성장하면서 김 씨도 조금씩 목표가 커지는 것 아니겠냐”고 말했다.

당초 남편의 정계 진출을 반대했던 김 씨는 지난해 12월 3일 윤석열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하던 날 밤 직접 운전대를 잡고 이 후보를 차에 태운 채 자택에서 국회로 향했다. 김 씨는 주변 지인에게 “광주 5·18민주화운동 생각도 나고 해서 남편이 죽을 수도 있다는 생각에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났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씨는 이 후보가 대선 ‘3수’를 결심하자 다시 물밑 선거운동에 나섰다. 이 후보의 경기도지사 시절부터 김 여사를 알게 됐다는 한 민주당 관계자는 “15년 가까이 정치 내공이 자연스럽게 쌓이다 보니 행보도 조금씩 이 후보와 닮아가며 이제는 부부가 같이 동화가 된 듯하다”고 말했다.

이승우 기자 suwoong2@donga.com
서지원 기자 wish@donga.com
임재혁 기자 heo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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