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패배 이후 시작된 국민의힘 내부 갈등이 갈수록 격화하고 있다. 11일에는 의원총회 개최를 놓고 김용태 비상대책위원장과 권성동 원내대표가 갈등을 빚는 일이 벌어졌다. 김 위원장이 당 쇄신 방향을 논의하기 위해 의총을 소집했는데 회의 1시간 전 권 원내대표가 이를 무산시키면서다.
정치권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당초 이날 오후 2시 의총을 열 계획이었다. 하지만 권 원내대표가 오후 1시 이를 취소했다. 박형수 원내수석부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오는 16일 신임 원내대표가 선출될 예정인 만큼 신임 지도부가 논의를 이어 나가는 것이 적절하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권 원내대표도 공지를 통해 “(이재명 대통령 재판 연기 등에) 당 대응과 메시지에 역량을 집중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고려해 부득이하게 의총을 취소했다”며 “의총을 계속 진행하면 자칫 당내 갈등과 분열의 모습으로 비칠 수 있다는 우려를 함께 고려했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즉각 반발했다. 회의 취소 직후 김 위원장은 “사전에 비대위원장한테 연락도 없었고 알림 문자로 통보받은 것에 굉장히 유감스럽다”며 “의원총회를 조속히 열어주길 간곡히 부탁한다”고 말했다. 앞서 김 위원장은 이날 오전 국민의힘 의원 전원에게 호소문을 보내 의총 참석을 요청했다. 호소문에는 탄핵 반대 당론 무효화와 당 쇄신 방향 논의가 필요하다는 내용이 담겼다.
일부 의원이 의총 재개최를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실제 행동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특히 친한동훈계 인사들은 쇄신 방향 논의를 위한 의총이 필요하다고 말하면서도 공개적으로는 조심스러운 모습이었다. 자칫하면 옛 친윤석열계와 친한계가 계파 갈등을 벌인다는 비판이 나올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한 친한계 의원은 “당권 싸움처럼 보일 수 있어 조심스럽다”며 “다른 의원이 문제를 제기하면 그때 표를 던지는 방식으로 대응하겠다”고 했다.
이번 의총 무산으로 국민의힘 내부의 갈등 구조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는 분석도 나온다. 김 위원장은 당의 쇄신 노선을 주장하고 있지만 당 중진과 친윤계 일각에서는 통합과 수습이 우선이라는 신중론이 우세하다.
김 위원장은 의총이 무산된 뒤 의원들에게 접촉해 재개최 필요성을 설득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양현주 기자 hjy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