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 골디락스 국면 가능할 듯”
AI시대 기본소득 운 띄웠다 해석도
“기업 횡재세 아냐, 초과세수 활용 의미”
보수진영 맹비난...“기업이익 배급제냐”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이 인공지능(AI) 시대를 맞아 대한민국 산업이 전례없는 호황기를 맞고 있다며 이에 따른 초과이익과 초과세수를 어떻게 활용할지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고 12일 밝혔다. 김 실장은 특히 초과세수를 ‘국민배당금’ 형식으로 국민과 사회에 지급하는 파격적인 안을 제안했다.
경제위기 상황 때 지급하는 일회성 지원금이 아닌 재정을 구조적으로 국민들에게 환원하는 방안을 제시한 것이어서 청와대가 사실상 AI시대 기본소득 도입 가능성에 운을 띄웠다는 해석이 나왔다.
김 실장은 이날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순환형 수출경제에서 기술독점적 경제구조로의 이동이 지금 한국 앞에 열려 있는 가능성의 핵심 본질”이라며 “AI시대 메모리·인프라 수요가 장기 구조 변화라면, 한국은 처음으로 지속적 초과이윤을 생산하는 국가에 가까워질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AI시대 메모리반도체와 인프라 수요가 장기적 구조로 변화한다면 기업 이익은 폭증하고, 높은 명목 성장,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물가, 강한 통화, 자산가격 상승이 동시에 나타나는 한국형 골디락스 국면이 가능해 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 실장은 “AI 인프라와 공급망에서 (한국의) 전략적 위치가 구조적 호황을 만들고, 그것이 역대급 초과세수로 이어진다면, 그 돈을 어떻게 쓸 것인가 의당 고민해야 한다”면서 “과실의 일부는 구조적으로 국민에게 환원돼야 한다”고 했다.
김 실장의 주장은 AI 시대를 맞아 한국이 한번도 경험하지 못한 초호황 국면에 진입할 가능성이 높은 만큼 재정 추계와 예산 설계를 새롭게 하고, 사실상 기본소득 성격인 국민배당금을 지급할 필요가 있다는 인식을 피력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같은 주장은 메모리 반도체, 배터리, 디스플레이, 정밀 기계, 센서, 로보틱스 제조 역량 등을 고루 갖춘 한국이 AI인프라 공급자로 독보적인 위상을 차지하고, 그 결과 전례없는 이익과 세수를 누리게 될 가능성을 전제로 하고 있다.
실제 정부의 국세수입은 ‘구조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상황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대기업의 이익 증가에 따라 법인세 세수가 급증한 것이 가장 큰 배경이다.
2023년부터 3년 연속 세수결손을 기록할 때와는 분위기가 사뭇 달라졌다. 당시 국세수입은 연간 340~373조원 수준에서 정체됐다. 하지만 올해는 법인세와 근로소득세 증가분을 감안해 최소 415조원(추가경정예산 편성 당시 기준)에 달할 것으로 정부는 추정했다. 더욱이 올해와 내년 반도체 기업의 이익이 예상보다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이 수정되면서 내년에는 국세 수입이 500조원을 넘어설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재경부 관계자는 “세수가 예상보다 더 걷히면서 세입 수준이 한 단계 ‘레벨업’된 상황”이라고 말했다. 반도체 호황에 힘입어 한국의 올해 1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1.694%를 기록했다. 전날까지 속보치를 발표한 주요 22개국 가운데 1위를 차지했다. 한국개발연구원(KDI)는 이날 발표한 ‘경제동향 5월호’에서 “최근 우리 경제는 반도체 수출이 대폭 증가하는 가운데 서비스업도 개선되면서 경기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고 했다. 지난달 중동 전쟁에 따른 경기 하방 위험이 확대되고 있다고 진단한 것과 비교하면 한달 새 분위기가 반전된 셈이다.
김 실장은 정부가 선제적인 지출안을 마련하지 않을 경우 K자형 성장이 고착화될 수 있다고 했다. K자형 성장은 일부 산업과 계층만 성장의 과실을 누리고 나머지는 소외되면서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과착화화는 경제구조를 말한다.
김 실장은 “AI 시대의 초과이윤은 속성상 집중되게 돼 메모리 기업 주주, 핵심 엔지니어, 수도권 자산 보유자 같은 계층이 시장 매커니즘을 통해 매우 큰 수혜를 받을 가능성이 높다”며 “AI시대의 핵심 질문은 초과 이윤을 어떻게 사회적으로 안정화할 것인가에 달려 있다”고 진단했다.
김 실장은 국민배당금의 당위성에 대해 “초과이익의 일부를 현 세대의 사회 안정성과 전환 비용 완화에 사용하는 것은 단순한 분배가 아니라 체제 유지 비용의 성격을 갖는다”며 “AI 인프라 시대의 과실은 특정 기업만의 결과가 아니며 전 국민에게 구조적으로 환원돼야 한다”고 했다.
국민배당금을 실현할 구체적인 정책 프로그램과 관련해선 “청년 창업 자산으로 갈 것인가, 농어촌 기본소득으로 갈 것인가, 예술인 지원으로 갈 것인가, 노령연금 강화로 갈 것인가, 이것은 열린 질문”이라며 “백가쟁명식 사회적 합의를 통해 정교화해야 할 설계의 영역”이라고 했다.
다만 초과 세수가 장기간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세계적으로 AI 도입에 따른 비용이 수익보다 높기 때문에 빅테크들은 언제든 ‘속도 조절’에 들어갈 수 있다. 윤상하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국제거시금융실장은 “절대 금액이 아닌 증가율을 볼 때 AI가 미국 경제에 미치는 성장 기여도는 지난해 정점을 찍고 계속 내려올 것”이라며 “미국의 AI 성장기여도가 줄어들 경우 우리나라도 긍정적 영향이 줄어들 수 있다”고 말했다.
내달 3일 지방자치단체장 선거를 앞둔 상황에서 청와대가 ‘국민배당금’ 이슈를 던지자 야권은 강력 반발하고 나섰다.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는 “기업이 구성원에게 성과를 나누고 주주에게 배당하고 국가가 법률로 정한 세금을 성실히 납부하는 것 이상의 사회적 책임을 정부가 강제하려는 시도가 반기업정책”이라고 비판했다.
국회 재정경제기획위원회 국민의힘 간사인 박수영 의원은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 등 대기업 기득권 노조의 성과급 요구와 파업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아예 기업 초과이익을 전국민에게 사회주의식으로 나눠주자는 ‘기업이익 배급제’를 청와대 정책실장이 주장한 것”이라며 “청와대가 사회주의로 가려고 하고 있다”고 했다.
한편 김 실장은 국민배당금제를 두고 사실상 ‘초과이익 환수제’ 아니냐는 시각에 대해선 “기업 이익에 새로운 세금을 부과하려는 의도가 아니라, AI 산업 호황으로 자연스럽게 늘어난 초과 세수를 활용하자는 의미”라고 선을 그었다. 또 청와대는 “정책실장이 SNS에 게재한 내용은 청와대 내부 논의나 검토와 무관한 개인 의견”이라는 공식 입장을 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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