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급 늘리는 시장존중 부동산대책 약속한 李
세금 늘려 수요억압 않겠다더니 벌써 만지작
대통령 ‘신뢰 리스크’에 정책도 신뢰 잃어
집값 폭등 분당아파트 팔아 공직자 모범을

2022년 대선 패배의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힌 것이 문재인 정권의 부동산정책이었다. 이 대통령은 세금으로 수요를 억압해 가격 낮출 게 아니라 공급을 늘려 적정 가격을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심지어 서울시장의 토지거래허가제를 비판하며 시장(市場)존중 부동산정책을 펴겠다고 약속했다.
이 정부 출범 넉 달, 벌써 세 번째 부동산대책이 나왔다. 6·27 대출 규제는 문 정권 28번의 규제보다 강력하다는 평가인데도 부족한지 9·7(말로만 공급), 10·15(토지거래허가) 대책을 또 내놨다. 김용범 대통령정책실장이 15일 “취득·보유·양도세제 전반을 검토해야 한다”고 밝힌 걸 보면 조만간 세금으로 수요를 억압하는 대책이 나올 게 분명하다.
이 대통령 말대로 노무현-문재인 정권 때 집값이 폭등한 건 사실이다. 서울 마포 113㎡(약 34평) 아파트에 전세 사는 지인도 작년 말 대통령 윤석열이 친위 쿠데타를 감행하자 정권교체를 직감하고 집값 오르기 전에 집을 사야겠다며 분주히 뛰었다. 그런데 시장이 먼저 알고 19억5000만 원이던 아파트가 두 달에 1억 원씩 뛰는 것이었다. 6·27로 덜컥 대출도 막혀버렸다. 결국 전세 인상 폭탄 맞고 갱신할 수밖에 없었다며 “좌파정권이 너무 싫다”고 했다.좌파정권으로서 억울한 점은 있다. 우리나라만 집값이 오른 게 아니라 2003∼2008년 글로벌 경기 호황, 2017∼2022년 글로벌 자산 호황과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유동성 공급으로 미국과 유럽 주요 도시 집값 역시 올랐기 때문이다. 하지만 “하늘이 두 쪽 나도 부동산만은 잡겠다”(2005년 노무현)거나 “부동산투기와의 전쟁에서 절대 지지 않겠다”(2020년 문재인)며 국민 옥죄는 정부는 한국과 중국밖에 없다.
당연히 규제 일변도의 몽둥이정책은 성공하지 못했다. 민심과 정권만 잃었을 뿐이다. 우리 집값을 안정시킨 것은 알고 보면 글로벌 경제위기, 그리고 미국 금리 인상이었다.
그런데 왜 이 정부는 실패한 문 정권의 부동산정책을, 그것도 가속도로 따라하지 못해 안달인 것일까. 미안하지만 이 대통령의 ‘신뢰 리스크’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어쩌면 이 대통령은 ‘생각을 바꾸기로 했다고 말했다고 진짜 바꿀 줄 알았느냐’며 속으로 웃고 있을지 모른다.부디 이제는 고쳐주기 바란다. 대통령의 신뢰 리스크가 나라밖까지 소문나면 국익에도 좋지 않다. 답은 공급밖에 없다. 실제로 2026년 서울시 입주 물량이 약 1만8000채로 균형 공급량의 절반 수준이다. 6개 광역시 역시 공급이 부족하다. 정부가 할 일은 신축에 살고 싶다는 시민들의 소박한 욕망을 꾸짖는 게 아니라 꾸준히 주택을 공급해 시장을 안정시키는 것이다.
둘째, 이념에 사로잡힌 좌파 특유의 계급의식과 내로남불 때문이다. 문 정권 부동산정책 실패 관련 논문은 무수히 많다(‘핀셋 규제에 따른 인접지역의 가격 급등 현상 분석’ ‘문재인 정부 부동산정책 실패의 인과 메커니즘’ ‘토지거래허가구역지정의 풍선효과 분석’ 등). 이 정부 정책 설계자들은 공부는커녕 운동권 시절의 이념에 빠져선 자기들은 갭투자로 떼돈을 벌고도 국민은 가붕개(가재·붕어·개구리)로 개천에 살라고 한다. 관존민비 특권의식에 젖었는지 국민이 좀 더 잘사는 건 원치 않는 모양이다.
셋째, 그래서 국가 의존성을 높이는 전체주의적 의도가 의심스러운 것이다. 부동산 규제의 피해자는 서민일 수밖에 없고 어려울수록 국가 혜택에 의존한다. 사법부 장악에 성공한 베네수엘라가 그랬다. 이 대통령이 국민주권을 강조하고 소비쿠폰을 뿌리듯, 베네수엘라 대통령 마두로는 국민 참여를 강조하고 지지층에 ‘조국 카드(Carnet de la Patria)’를 뿌려댐으로써 경제 붕괴에도 불구하고 2013년부터 장기집권을 하고 있다.
앞으로 어떤 무서운 규제를 내놓든, 이 정부의 부동산대책은 이미 신뢰를 잃었다. 최병천 신성장경제연구소장은 세금 폭탄 무서워 집 팔게 만드는 종부세를 ‘정권교체 촉진세’로 규정했다. 베네수엘라 소리 또 듣지 않으려면 이 대통령은 실패할 부동산대책 남발할 게 아니라 분당 아파트부터 팔아 수도권 집값 안정에 기여했으면 한다. 어차피 퇴임하면 경호문제 때문에 아파트로 돌아가긴 힘들 터다. 그리고 스스로 인정했듯 사람 많고 집이 부족해 난리인 용산 같은 곳에 더 많은 집을 짓기 바란다.김순덕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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