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물죄 공무원만 적용 가능한 ‘신분범’ 범죄
윤 전 대통령과 사전모의 했는지가 관건
김건희 여사가 이봉관 서희건설 회장으로부터 인사청탁과 함께 최고급 명품 브랜드 반클리프 아펠의 목걸이를 받은 혐의로 조사를 받는 가운데 민중기 특별검사팀이 김 여사에 대해 향후 어떻게 처벌을 시도할지 관심이 쏠린다.
김 여사는 당초 관련 의혹이 일자 지인에게서 빌렸다거나, 20년 전 홍콩에서 구매한 모조품이라는 등 몇차례 진술을 뒤집었다.
17일 법조계에 따르면 우선 공직과 연관된 행위인 점에서 공무원 직무와 관련한 범죄를 처벌하는 조항이 적용될 수 있다. 민간인 신분인 김 여사는 알선수재 혐의가 적용된다.
알선수재죄는 일반인이 공무원의 직무에 속한 사항에 관해 알선하면서 금품을 받았을 때 적용된다.
윤 전 대통령과 모의 밝혀야 ‘뇌물죄’
일각에선 뇌물죄도 검토해볼 수 있지 않으냐는 의견이 나온다. 물론 김 여사 자체는 뇌물죄 주체가 될 수 없다. 뇌물죄는 일정한 신분이 있는 사람만 ‘정범’이 되는 신분범이다. 따라서 뇌물죄는 공무원인 사람이 금품을 받아야 성립하는 신분범 범죄다.
때문에 김 여사에 뇌물죄가 적용되려면 이같은 명품 브랜드 제품들을 윤석열 전 대통령이 받은 것으로 볼 수 있어야 한다. 윤 전 대통령이 주체, 김 여사는 공범이고 이를 위해 두 사람이 모의했다는 점이 인정돼야 한다.
법조계에 따르면 부부의 공모를 증명할 단서를 찾는 게 특검팀의 관건이 될 전망이다.
공동정범으로 처벌하려면 공무원인 윤 전 대통령의 적극 범행이 증명돼야 한다. 즉, 윤 전 대통령이 김 여사와 사전에 이봉관 서희건설 대표의 사위인 박성근 변호사의 인사청탁 대가로 금품을 받기로 짜고 김 여사가 서희건설 측으로부터 목걸이를 받았다는 흐름이다.
알선 수재 ‘최대 징역 5년’, 뇌물은 ‘최대 징역 10년·무기’
뇌물죄는 직무와 관련해 이익을 받은 공무원을 처벌하고 있다. 수수액에 따라 무기나 10년 이상 징역(1억원 이상)으로, 알선수재(최대 징역 5년)보다 형량이 센 편이다.
그러나 김 여사가 목걸이를 받고서 그 후 인사 얘기를 꺼내 들어줬다면 윤 전 대통령의 뇌물 기수범이 성립하기 힘든 구도다. 받을 때 사전 공모하고 받아야 공범인데, 받은 뒤 인사 얘기를 했다고 해서 공범이 되지는 않기 때문이다.
뇌물은 공여 시점, 즉 손에서 손으로 넘어갔을 때 기수범이 되기 때문에 특검팀은 이런 단계로 뇌물죄 성립이 가능할지를 따져볼 전망이다.
다만, 윤 전 대통령이 여전히 특검 조사를 거부하고 있는 점은 변수다. 만약 조사실에 앉더라도 혐의를 부인할 가능성이 크고, 이는 김 여사도 마찬가지다. 특검팀으로선 부부간 대화나 통화 등과 같은 물증이나 정황증거를 확보해 우회로를 뚫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봉관 서희건설 회장은 지난 2022년 3월 김 여사에게 건넨 반클리프 아펠 목걸이를 건넸다. 이후 김 여사는 그 해 6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의 참석차 스페인을 방문했을 때 해당 목걸이를 착용했고, 6000만원대 고가임에도 공직자 재산 신고에서 누락됐다는 의혹이 일었다.
이 회장은 최근 특검에 낸 자수서에서 윤 전 대통령 당선 직후 김 여사를 만나 축하 선물이라며 줬다고 시인했다. ‘사위가 윤석열 정부에서 일할 기회가 있는지 알아봐 달라’는 취지로 말했다고도 썼다. 인사청탁을 시인한 셈이다.
실제로 서희건설 이 회장의 맏사위인 박성근 변호사는 목걸이 전달 약 석 달 뒤인 2022년 6월 국무총리 비서실장으로 임명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