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잃은 국가AI컴퓨팅센터…"대선 이후 사업 연속성 의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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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2025.06.02 14:52 수정2025.06.02 14:52

지난 2월7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국가 AI컴퓨팅 센터 구축 사업설명회'에서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관계자가 발표를 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지난 2월7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국가 AI컴퓨팅 센터 구축 사업설명회'에서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관계자가 발표를 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정부가 야심차게 추진한 국가 인공지능(AI) 컴퓨팅센터 사업이 1차 유찰 이후 재입찰 절차에 들어갔으나 기업들의 참여 여부는 불확실하다. 높은 초기 투자 부담과 수익성 불확실, 공공 주도의 운영 구조 등 복합적인 리스크가 배경으로 지목된다. 재공모에도 참여 기업이 없을 경우 속도감 있게 추진해야 할 그래픽처리장치(GPU) 확보 계획에도 부정적인 영향이 불가피하단 분석이다.

2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국가AI컴퓨팅센터 사업 재입찰을 공모 요건의 변경 없이 곧바로 개시한다고 밝혔다. 재입찰은 이날부터 13일까지다. 국가AI컴퓨팅센터는 정부가 AI 경쟁력 강화를 위해 추진해온 핵심 사업이다. 최대 2조5000억원을 투입시켜 민관합작 특수목적법인(SPC)을 설립하고, 이를 바탕으로 첨단 GPU 1만장을 포함한 고성능 컴퓨팅 자원을 조달해 중소기업과 스타트업, 학계에서 손쉽게 활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취지로 추진됐다.

당초 업계에서는 삼성SDS와 네이버클라우드, 엘리스그룹 등이 포함된 컨소시엄의 참여가 유력하다는 전망도 있었지만 결과적으로 응찰하지 않았다. 사업자 입장에서는 리스크 대비 이점이 크지 않은 사업이라는 지적이 상당수였던 만큼 일각에선 예견된 결론이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기업이 부담을 느끼는 가장 큰 요소는 SPC의 공공지분 51% 구조다. 49% 지분을 갖는 민간 사업자는 2030년까지 약 2000억원을 출자해야 한다. 공공 측이 과반의 의결권을 보유하기 때문에 민간 사업 주도권이 약화되고 수익 배분도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수익 발생 모델이 명확히 제시되지 않은 상태에서 공공 요금 수준으로 서비스가 운영될 경우 수익성을 담보하기 어렵다. 초당 100경 번 연산이 가능한 1엑사플롭스(EF)급의 대규모 컴퓨팅 인프라에 대한 실수요에 대한 의문도 지속된다. 대형 수요처가 제한적인 상황에서 활용률이 낮을 경우 과잉 투자로 인한 고정비 부담이 커진다.

만약 재입찰에서도 응찰이 이뤄지지 않으면 정부는 국가계약법 및 시행령에 따라 후속 조치를 취해야 한다. 재입찰이 또다시 유찰될 경우 정부는 반드시 같은 조건으로 공고를 반복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법령상 계약담당공무원은 입찰 참가자격이나 출자 구조 등 주요 공모 요건을 변경해 새로운 입찰로 전환할 수 있다. 가장 유력한 방안은 SPC의 공공지분 비율 조정이다. 현재 51%로 설정된 공공지분을 49% 이하로 낮추거나 특정 의사결정에서 민간기업의 권한을 확대하는 방식이 검토될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차기 정부가 들어서면서 사업의 연속성에 대해서도 의문이 제기된다"며 "정권이 바뀐 뒤 대형 공공사업의 추진 방향이 변경되거나 중단된 사례가 있었던 만큼 장기 투자가 요구되는 이번 사업에 신중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강경주 기자 qurasoh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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