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송미술관 ‘문화보국’展
경매 사상 최고가 기록한 백자부터
조선 회화·추사화파 서화 한자리에
한국전쟁 이후 유실작도 재입수
‘더피’ 닮은 석호상, 미술관 새 수문장
1936년 11월 22일, 미술경매사 경성미술구락부에서는 조선 백자 ‘백자청화철채동채초충난국문병’을 둘러싸고 치열한 경합이 벌어졌다. 일본의 무역상 야마나카 상회와의 경쟁 끝에 이 백자는 사상 최고가인 1만4580원에 개인에게 낙찰됐다. 기와집 15채 값에 달하는 금액으로 당시 군수 월급(70원)의 208배에 달하는 거액이었다. 경합의 승자는 간송 전형필이었다. 조선인 출입이 사실상 불가능했던 공간에서 그는 일본인 신보 기조를 대리인으로 내세워 우리 문화재의 해외 반출을 막았다.
간송미술관은 오는 15일부터 6월 14일까지 봄 전시 ‘문화보국: 신념으로 지켜낸 우리의 일’을 연다. 이번 전시는 일제강점기 경성의 고미술 시장에서 일본으로 유출될 위기에 놓였던 문화유산 36건 46점을 간송이 되찾은 과정을 조명한다. 1922년 일본인 골동상들이 설립한 경성미술구락부는 조선 최대의 미술품 거래 기관을 표방했지만, 사실상 우리 문화유산이 일본으로 유출되는 주요 통로였다.
이곳에서 간송은 1930년부터 1944년까지 일본인 중개인을 내세워 우리 문화재를 지켜냈다. 특히 최고가를 기록했던 ‘백자청화철채동채초충난국문병’은 현재 국보로 지정돼 있다. 청화·철채·동채로 곤충과 국화를 그린 이 작품은, 서로 다른 소성 온도를 요구하는 코발트와 철, 구리 안료를 완벽히 구현해 조선 백자 기술의 정수를 보여준다. 당시 경매 현장을 지켜봤던 수집가 박병래는 1973년 “그때 1만원이면 요즈음의 1억원쯤 되는 돈”이라며 “이조백자 하나를 1만4000여원에 낙찰시킨 전형필의 쾌거에 일본인도 감격했다”고 회고했다. 이번 전시에는 당시 경매 도록 실물도 전시된다.
고려청자가 1920년대 대부분 유출된 상황에서 간송은 1930년부터 백자 수집에 집중했다. 이번 전시에는 그가 경매를 통해 확보한 명품 백자들이 공개된다. 제사 때 술을 담는 항아리를 소 형태로 만든 ‘백자희준’은 오늘날에도 세련된 조형미를 자랑한다. 목함인 궤를 도자로 재현한 ‘백자청화국모란매화문궤형연적’은 자물쇠까지 정교하게 표현해 장인의 솜씨를 보여준다. 이밖에도 기와집 모양의 ‘백자청화철채산수문가형연적’, 해태를 형상화한 ‘백자해태형연적’ 등 다양한 도자기가 함께 전시된다.
간송은 경성미술구락부에서 조선 서화도 적극 수집했다. 조선 말기 천재 화가 장승업의 ‘팔준도’, 신선 둘이 비결이 적힌 두루마리를 펼쳐 살펴보는 김명국의 ‘비급전관’ 등이 소개된다. ‘비급전관’은 1931년 조선총독부가 일본 도쿄에서 연 전시에서도 출품된 작품이다. 또 강세황과 심사정의 ‘표현연화첩’이 처음 공개된다. 심사정의 회화와 강세황의 그림에 대한 감상과 평가를 함께 볼 수 있다.
추사 김정희와 그를 따랐던 추사화파의 작품도 만날 수 있다. 추사의 서예인 ‘침계’와 ‘사야’, 추사의 제자인 전기의 ‘고람유묵’과 유재소의 ‘죽리시의’ 등이 전시된다. 간송은 추사화파에 연관된 조선과 중국의 작품을 집중 수집해 학맥과 유파의 역사적 계보를 조명했다.
한국전쟁 이후 유실됐다가 다시 찾아온 작품들도 포함됐다. 해방 이후 간송은 문화유산이 국내에서만 유통될 것이라고 믿고 수집을 중단했으나. 한국전쟁 발발 후 부산으로 피란하던 시기 보화각 소장품 일부가 사라지자 재입수에 나섰다. 간송 전형필의 손자인 전인건 간송미술관 관장은 간송이 부산 피란 직후 서울에 두고 온 문화재들이 거래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고, 이에 중요한 유물을 다시 사들였다는 이야기를 전해 들었다고 밝혔다. 이번 전시에 공개되는 이용림의 ‘서당아집도’, 조선과 중국 문인의 우정을 담은 ‘미사묵연’ 화첩은 이같은 과정을 통해 되찾은 작품이다.
한편 간송이 1935년 경성미술구락부에서 입수한 ‘석호상’ 한 쌍이 미술관의 새 수문장이 된다. 1933년 간송이 수집해 88년간 보화각 앞을 지켰던 17세기 중국 ‘석사자상’ 한 쌍은 올해 초 열린 한·중 정상회담을 계기로 반환될 예정이다. 간송은 생전 “석사자상이 중국의 유물이니 언젠가 고향에 보내주는 것이 좋겠다”고 밝힌 바 있다.
새로 미술관 앞을 지킬 석호상은 19세기 말~20세기 초에 제작된 것으로 추정된다. 둥근 얼굴의 호랑이 모습은 민화 속 호랑이와 닮았다.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의 캐릭터 ‘더피’를 닮은 모습으로 눈길을 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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