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난화대응연구소 가보니
11월 중순에도 낮 최고 24도
반팔입고 돌아다니는 수준
이상 고온에 작물재배 타격
아열대 작물 17개 도입나서
가을의 끝 무렵인데도 100평 남짓한 비닐하우스에 들어서자 후끈하게 느껴졌다. 하우스의 낮 온도는 15도 정도지만 높은 습도로 인해 무덥게 느껴진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설명이었다.
지난 15일 찾은 제주시 농촌진흥청 온난화대응농업연구소 하우스. 이곳에선 국내에서 좀처럼 보기 힘든 노란 파파야가 자라고 있었다. 파파야는 보통 15~18도에서 재배된다. 사계절이 있는 한국에선 재배가 어려운 전형적인 아열대 작물이다.
하지만 시대가 변했다. 국내 기온이 높아지면서 아열대 과수 재배가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기후변화에 대응해 아열대 작물을 시범 재배 중인 이곳에서는 파파야 외에도 망고, 용과 등을 기르고 있다. 한현희 온난화대응농업연구소 연구관은 "20여 종 되는 파파야를 재배하고 있다"며 "아직 단일 과일로 먹기에는 맛이 떨어지기 때문에 소비자 입맛에 맞는 품종을 연구 중"이라고 설명했다. 제주도는 이상고온으로 기존 작물 재배에 직접 타격을 받는 지역 중 하나다. 11월 중순임에도 낮 최고기온이 24도에 달해 반소매를 입고 돌아다니는 제주 시민의 모습을 쉽게 찾아볼 수 있을 정도다.
이미 기존 농작물들은 재배 시기, 출하량 등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고 있다. 제주도 대표 과일인 감귤은 출하 시기가 일주일가량 늦춰졌다. 유난히 빈번했던 열대야로 감귤 착색이 늦어졌기 때문이다. 김상엽 제주도 감귤유통과장은 "야간 온도가 20도 이하일 때 착색이 잘되는데 올해 열대야 일수는 21.4일로 지난해보다 3배 길었다"며 "감귤이 여전히 녹색 상태를 유지하는 경향이 있어 (출하가) 늦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제주남원농협에 따르면 출하 시기 지연에 따른 물량 부족으로 지난해 관(3.75㎏)당 5000원대였던 감귤 가격은 현재 7000~7500원으로 올랐다. 손만 놓고 있을 수는 없는 상황. 기후변화에 적응해 보자며 시작한 일이 재배할 수 있는 아열대 작물을 찾는 것이었다. 온난화대응농업연구소는 제주도 환경에 적합한 아열대 작물을 찾기 위해 그간 아열대 작물 58개를 도입해 유망한 17개 작물을 선별했다. 망고, 올리브, 패션프루트, 파파야, 용과, 페이조아, 아보카도가 선택됐다. 여주와 강황, 공심채, 얌빈 등 채소류도 있다.
기후변화는 제주도만의 일이 아니다. 2022년 국립기상과학원 '남한 상세 기후변화 보고서'에 따르면 21세기 후반기(2081~2100년)에 국내 연평균 온도가 현재보다 최고 6.3도까지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 2022년 농촌진흥청 연구 결과에 따르면 2050년에는 아열대 기후권 면적이 남한 국토의 절반에 달할 것으로 전망됐다. 이미 지난해 기준 아열대 과수 재배 면적은 221.1㏊로 축구장 약 309개에 해당한다. 2018년 재배 면적과 비교했을 때 88.6% 증가한 수치다.
[제주 이지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