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의 '복합적 사법 리스크'…사전 컨설팅 과정 중요해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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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의 '복합적 사법 리스크'…사전 컨설팅 과정 중요해져"

“재판부가 어떤 의미로 질문을 던지는지, 그 흐름과 의도를 읽어내는 것이 변론 전략의 출발점이자 결과를 좌우하는 핵심입니다.”

법관으로 27년을 보낸 뒤 지난해 법무법인 린에 합류한 이성호 변호사(사법연수원 27기·사진)는 지난 24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판사 출신 변호사의 핵심 경쟁력으로 ‘재판 흐름을 읽는 능력’을 꼽으며 이같이 말했다. 이 변호사는 2018년 이른바 ‘어금니 아빠’ 이영학 사건 1심에서 사형을 선고한 판사로 대중에게 이름을 알렸다. 배우 윤유선의 남편이기도 하다. 1년 전 그가 법복을 벗은 건 구조적 한계에 대한 고민 때문이었다. “법관으로서 민사소송 절차의 비효율성을 직접 경험했다”며 “판사는 수동적인 역할에 머물 수 밖에 없지만 변호사는 보다 능동적으로 문제 해결에 개입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변호사의 또 다른 무기는 공학적 사고다. 법관 재직 중 한국과학기술원(KAIST) 지식재산대학원에서 공학석사를 취득한 그는 문제 진단→원인 분석→해결책 도출의 ‘3단계 공학적 접근법’을 사건 처리에 적용하고 있다. “기계에도 사용 설명서가 있듯 재판도 국민이 이해할 수 있는 절차와 매뉴얼이 필요하다”는 그의 지론이다.

그는 기업 법무 환경의 변화에 대해 “과거엔 사후 소송 대응이 중심이었다면, 최근엔 사전 리스크 관리와 컨설팅의 비중이 커졌다”고 했다. 특히 형사·민사·행정 절차가 동시에 진행되는 기업의 ‘복합적 사법 리스크’에 대해선 정교한 전략 설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사건에 따라 형사에 무게를 둘지, 민사를 먼저 풀지 판단이 달라질 수 있다”며 “각 절차를 분리해서 대응하기보다 하나의 흐름으로 묶어 관리해야 한다”고 했다.

민사소송에서 당사자들이 보유한 자료를 공개하도록 하는 디스커버리(증거개시) 제도 도입 흐름도 주목했다. 그는 이를 “사실관계를 보다 투명하게 드러낼 수 있는 장치”로 평가하며 “기업은 자료 관리 체계를 사전에 정비하고 의사결정 과정을 명확히 기록해둘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여기에 변호사-의뢰인 간 비밀유지특권(ACP)이 결합하면 소송 전략의 핵심 축으로 자리 잡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유진 기자 magiclam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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