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태 한국투자신탁운용 책임
입자가속기 완공에 30년
‘대기’만 하며 살긴 싫었다
소비재는 매크로에 휘둘리나
기술주는 ‘본질’이 승부처
우주 산업, 이제 시작일뿐
우리가 눈으로 보는 우주는 사실 전체의 4%에 불과하다. 나머지 23%는 정체를 알 수 없는 ‘암흑물질’이고, 나머지는 ‘암흑에너지’로 채워져 있다. 이 거대하고 막막한 우주의 비밀, 그중에서도 암흑물질의 후보를 찾는 것이 그의 박사 논문 주제였다.
천문학자나 이론물리학자의 이야기처럼 들리겠지만, 이는 한국투자신탁운용 글로벌퀀트운용부 김현태 책임의 이력이다. 1992년생, 서울대 물리학과 10학번 그리고 물리학 박사. 연구실의 냉기 대신 여의도의 열기를 선택한 그를 만나 ‘우주적’ 투자 이야기를 들어봤다.
김현태 책임은 입자물리학 이론을 전공했다. 왜 학계가 아닌 자산운용사를 첫 직장(2021년 입사)으로 택했느냐는 질문에 의외로 현실적이고도 주체적인 답변이 돌아왔다.
“입자물리학 실험을 하려면 유럽에 있는 거대 입자가속기가 필요합니다. 그런데 이거 하나 짓는 데 30년이 걸려요. 연구를 시작한 선배들이 가속기를 완성하면, 그 결과물은 다음 세대 연구자들이나 보게 되는 구조죠. 시대를 잘 타고나기만을 기다리는 건 제 스타일이 아니었습니다.”
그가 연구실에서 우주 암흑물질에 몰두하던 2017~2018년은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이 번영을 누리던 시기였다. 그는 대학이나 연구실이 아닌 빅테크 현장이 기술의 변화를 주도하고 있다는 사실을 누구보다 빠르게 포착했다. 하지만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 같은 제조 현장 대신 금융권을 선택했다.
“기술의 변화 속도가 너무 빨라 오히려 그것이 리스크 요인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인공지능(AI) 같은 신기술의 출현으로 기업과 산업의 흥망이 순식간에 갈릴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거든요. 한 기업에 소속되어 변화를 온몸으로 맞기보다, 투자자로서 산업의 본질적 흐름을 읽고 의사결정을 내리는 것이 제 적성에 더 맞겠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는 스스로 삶의 주도권을 쥐고 싶었다. 연구는 하나의 주제를 수년간 파고들어야 하지만, 주식 시장은 매일 새로운 정보가 쏟아지고 의사결정의 결과가 즉각 수치로 나타난다. 그 역동성이 ‘박사님’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물리학 지식이 투자 공식이 되지는 않지만, ‘본질을 파고드는 버릇’은 기술주 매니저로서 큰 무기가 됐다.
“소비재는 펀더멘털만큼이나 매크로(거시 경제)의 영향을 많이 받지만, 기술주는 다릅니다. 기술력 그 자체, 즉 본질이 모든 것을 결정하죠. AI나 우주항공처럼 변화무쌍한 분야일수록 그 기술이 가진 진짜 가치를 논리적으로 분석해내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가 현재 가장 주목하는 분야는 단연 우주항공다.
“스페이스X가 발사체 재사용에 성공한 이후 위성 발사 비용이 획기적으로 낮아졌습니다. 2026년 현재 저궤도 위성의 확장 속도는 그 어느 때보다 가파릅니다. 위성이 지구를 촘촘하게 덮으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전 지구적 통신은 물론, AI가 필요로 하는 막대한 양의 데이터가 실시간으로 수집됩니다.”
김 책임은 현재 지구 궤도에 있는 약 1만 대의 위성이 머지않아 10만 대까지 늘어날 것으로 내다본다. 군사 작전부터 자율주행, 기상 예측까지 인공위성 데이터에 대한 수요는 기하급수적으로 커질 것이고, 이것이 곧 거대한 투자 기회가 된다는 논리다.
우주의 암흑물질을 찾던 눈은 이제 시장에 숨겨진 ‘알파’를 찾고 있다.
‘여의도란도란’은 매주 주말, 금융투자업계 인물을 한 명씩 조명하는 매일경제 증권부의 온라인 기획 연재물입니다. 시장을 움직이는 결정의 순간부터 잘 드러나지 않았던 업계 뒷이야기까지, 사람을 중심으로 자본시장 흐름을 풀어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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